사이언스 코믹스 : 박쥐 - 하늘을 나는 포유류 사이언스 코믹스
팰린 코크 지음, 이충호 옮김, 최병진 감수 / 길벗어린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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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 보면, 어린 시절 처음 박쥐와 조우한 기억이 떠오른다.

별로 유쾌한 기억은 아니다.


그날은 매우 춥고 어두운 겨울날 아침이었다.

일찍 등교한 교실에 낯선 불청객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박쥐였다.

교실 귀퉁이 천장에 박쥐 한 마리가 휘이 날다가 날개가 다친 듯 고꾸라져 앉기를 반복하였다.


그때 말썽꾸러기 남자애 한 명이 두 손으로  박쥐를 생포하였다.


한 손에 푹 잠길 만큼 작고 검은 박쥐는 그 남자아이를 제외하고 모두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남자아이는 꺄악 소리 지르는 애들을 쫓아다니면서 마구 박쥐를 쥐고 흔들며 만용을 부렸다.


또한, 겁에 질린 여자애들의 손과 어깨에 일부러 박쥐를 놔두고 냅다 줄행랑을 쳤다.


박쥐를 가지고 못된 위세를 펼치던 아이의 장난은 결국 담임 선생님의 등장으로 허무하게 끝났지만, 

아수라장의 충격과 공포는 한동안 가시지 않았다.




이 책을 읽다 보니 그날의 비릿한 기억이 선명히 떠오른다.


이 책처럼 누군가의 작은 호의와 도움이 있었다면,

그 박쥐는 운 좋게 서식지로 돌아가 겨울잠을 자거나, 날개 부상을 치료할 수 있었을 텐데...



이 책의 주인공 박쥐가 느꼈던 감정도 그날의 박쥐와 유사할 것이다.

왜 하필 많은 아이들이 있는 학교로 들어와, 납치 생포되고, 미움과 혐오의 대상이 되어야 했을까.  

상상 속 그래픽 노블의 이야기지만, 실로 흔하게 자행되는 편견과 무지에 대해서만큼 쉽게 감정이입이 되었다. 



당시 우리는 왜 그렇게 박쥐를 무서워하고 혐오하였을까?



우리 반 아이들은 평소 야생동물을 좋아하고, 다친 조류를 보면 정성껏 보살피고 먹이를 주곤 하였다.


그러나 유독 그 작은 박쥐만큼은 예외였다.


그날 반 아이들 집단이 공유하는 감정의 힘은 매우 크고 강력하였다.


특히 불안과 공포일 수록 더욱 그러하다. 스멀스멀 두렵고 불편한 감정들이 모두를 잠식하였다.



결론은 박쥐에 대한 무지무관심 때문일 것이다.



밤에만 날아다닌다는 야행 습성,

검은 쥐와 닮은 외양,

날아다니지만 조류가 아닌 포유류,

드라큘라와 관을 연상시키는 사악한 이미지 등등


우리가 박쥐를 좋아하지 않을 무수히 많은 이유가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것, 다르다는 것은 선입견과 편견으로 무장되어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된다. 



그것이 나를 해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하고 끔찍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특정 종을 배척하게 만든다.

무엇을 잘 모른다는 것은 결국 무서운 것이다.


그래서 과학적 합리적 의문을 가지고, 미지의 분야를 탐구하고 배우는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소중한 생태계 생명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결국 모든 종의 공생으로 나아간다.



이제 우연히 박쥐를 만나게 된다면,


어린 시절의 두려움과 무지가 아니라,

 

이 책처럼

지적 호기심과 생명존중으로 기꺼이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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