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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필요 없다 - 인공지능 시대의 부와 노동의 미래
제리 카플란 지음, 신동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구글의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국 이벤트에 맞춰 적절한 때에 이 책의 한국어판이 출간된 듯 싶다. 인공지능학자이자 30여 년 동안 스타트업 기업들을 운영해왔던 저자는 자신이 졸업한 스탠퍼드 대학의 인공지능 연구소에 다시 돌아와 인공지능의 역사와 철학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인공지능 기술 자체보다는 그것의 파급효과와 여러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강연하고 저술하고 있다는데, 이 책 역시 기술보다는 그런 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즉, 로봇이 사람과 똑같은 방식으로 일을 수행하는지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보다 주어진 일을 더 빨리, 정확하게, 더 적은 비용으로 해낸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말한다. 결국 그에 맞게 경제 체제와 규제 정책을 적절히 조율하지 못하면 장기간 사회적인 대혼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인공 지능의 발전이 높은 실업률과 소득 불균형의 심화라는 변화를 부채질하고 그 변화가 우리 사회에 어떤 도전적인 문제를 불러올지를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일단 인공지능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우선 컴퓨터 기술의 진보에 힘입어 로봇 공학, 지각, 기계학습 분야가 발전해온 상황들을 잠깐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기계학습, 신경망, 빅데이터, 인지체계, 유전알고리즘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인공지능을 저자는 인조지능이라 지칭하고 있다. 또한 프로그램 된 기능만 수행할 수 있다는 한계를 정해버린 IBM의 초창기 인공지능 연구에 대한 이야기부터 스탠퍼드 대학원 시절 자신의 친구였다는 데이브 쇼를 소개해주면서 그가 컴퓨터로 주식 초단타매매 프로그램을 만들어 떼돈을 벌었다는 것과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디지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로켓퓨얼의 사례, 그리고 제프 베조스가 세운 아마존의 자동 가격조절 시스템 등을 이야기하며 인공지능의 단면들을 차례차례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컴퓨터 프로그램들이 금융시스템과 소비자 행동에 영향을 끼칠 기회를 놓고 서로 겨룰 때 그 부작용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할 필요 없이 오로지 단일 목표만을 성취하도록 설계되었기에 생기는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마치 컴퓨터 프로그램이 온라인 티켓들을 싹쓸이 하듯이 컴퓨터 프로그램들이 자원을 놓고 인간들과 경쟁할 때 공정성이라는 인간의 직관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도덕적으로 적절한 측면을 감지할 능력이 충분하고 행동에 대한 선택권이 있으므로 인조지능 역시 도덕적 행위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아직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그러한 도덕규범의 내용과 형식에 관한 의견이 일치하지 않기에 이것을 인조지능에 프로그래밍 해 넣을 때 까지는 멀었다는 것이다. 또한 옛날 노예제도가 있었을 때 그 노예와 로봇의 신분이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양쪽 다 법적인 재산이면서 스스로 독립적인 결정을 내릴 능력이 있기 때문에 인조지능을 다룰 때 그 옛날 노예를 다루던 법률이 적용될 여지가 많다고 말한다. 오늘날 기업이 하는 일과 인조지능이 워낙 기능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에 아마 인조지능에게 법인격이 부여되고 계약권과 재산권이 부여되리라 전망한다. 그런데 만일 인조 지능이 재산을 소유할 수 있다면 다른 인조 지능을 소유할 수도 있고 한 로봇이 로봇 한 무리를 사들여서 운영하는 것도 가능한데, 결국 이런 식으로 인조지능이 우리의 경제를 야금야금 먹게 되면 인간이 오히려 기계에 예속될 거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우려하고 또 주장하고 있는 바는 이러한 인조지능의 세계가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데 있다. 일단 인조 노동자들이 대부분의 숙련 노동자들을 몰아내고 교육받은 사람들의 숙련된 일과 사업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 전망한다. 많은 신기술들은 맨 처음에 도입될 때는 일반 노동자들과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일을 수행해 나가게 되지만 혁신이 거듭되면 신기술이 단순히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대체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종 자체를 완전히 소멸시킬 것이라 언급하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 저자는 앞으로 인조지능이 대체할 직업으로 운전기사, 농장 근로자, 물류창고 근로자, 성매매업 종사자, 변호사, 의사, 민간항공기 조종사, 교사와 교수 등을 들고 있다. 하지만 이들 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자동화되는 기계로 대체될 것이라 전망한다. 이렇게 발전된 기술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노동을 자본으로 대체하고 그렇게 새로 창출되는 부는 부유한 사람들에게 불공평하게 많이 배분되게 되어 경제적 불평등이 지속적으로 심화되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두 가지 큰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하나는 미래의 노동을 담보로 내놓는 새로운 금융제도인 직업 대출이고, 나머지 하나는 정부에서 인증하는 객관적인 기준으로 기업의 소유구조를 평가하는 공익지수라는 아이디어이다. 일단 오늘날 실업 문제는 놀랍게도 일자리 부족 때문보다는 일자리가 요구하는 기술의 진보 때문에 발생한다면서 기술의 발전 속도가 노동자들이 적응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므로 교육 방식에 대대적인 변화를 주지 않으면 노동자들이 기술 발전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들이 필요한 인재를 직접 양성할 수 있도록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직업을 가지게 되면 교육을 받을 때 들어간 비용을 노동자가 갚아 나간다는 것이다. 또한 사업 이익을 얼마나 많은 수의 주주들이 나누어 갖는지를 기준으로 법인세를 매기면 더 많은 대중들이 자산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경제에 참여하도록 이끌 수 있다면서 그 하나의 기준점으로 공익지수를 언급하고 있다. 또한 공익 활동을 신청하면 아직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은 다량의 주식을 수여 받으며 신청한 활동을 실행해 나가면서 주식의 소유권을 순차적으로 넘겨받는 아이디어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에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특히 몇 가지 직관과 통찰을 제시해준다. 일단 말을 하는 방식이 우리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말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신기술을 수용하기 위한 언어의 변화를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무인자동차라는 단어보다는 개별적인 대중교통이라는 단어를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 기술이 일반화되면 굳이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자동차가 필요하면 오늘날 택시를 잡듯이 자동차를 부르면 된다는 말이다. 또한 이 한 가지 혁신이 인간의 생활 방식을 급격히 바꾸어 놓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를테면 주차장으로 낭비되었던 소중한 땅들이 새로운 목적에 활용될 것이고, 교통체증이 없고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이 현저하게 줄기 때문에 도시 주변의 부동산 가격은 낮아지고 더 먼 지역은 오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조지능이 우리와 대결하게 된다면 군사적 대결이 아닌 경제적 대결이 될 것이고, 인조지능이 인간을 멸종시키지 않는 이유는 인간의 정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란 이야기도 눈길을 끌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