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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 결정적 1%, 사소하지만 치명적 허점을 공략하라
리처드 H. 탈러 지음, 박세연 옮김 / 리더스북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행동경제학과 관련된 책을 꽤 많이 읽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넛지"가 벌써 7년 전에 나온 책이라는 것이 새삼스럽기도 했지만, 그 책의 공저자인 캐스 선스타인이 쓴 최신작 "와이저"도 작년에 읽어보았고, 또 이 책에서 언급되고 있는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부터 로버트 실러와 조지 애컬로프의 공저 "야성적 충동", 로버트 실러의 "비이성적 과열", 네이트 실버의 "신호와 소음"까지 관련 책들을 다 읽어본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전혀 낯설지 않다. 사실 이 책은 저자인 리처드 탈러가 자신이 어떻게 행동경제학이라는 학문을 접하고 일구어왔는지에 대한 여정이 담긴 책이다. 저자 스스로 자서전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는데, 자신의 학문 분야에 국한시킨다면 자서전과도 다름없는 책이 되겠다. 이 책의 한국어판 서문을 읽다가 깜짝 놀랐다. "넛지"가 가장 많이 팔린 나라가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40만부 이상 팔려나갔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또 놀랄만한 사실 한 가지가 언급되는데,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라는 이름을 출판사에서 "넛지"로 바꾸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는데, 그 출판사는 결국 "넛지"의 출판을 거절했다는 이야기였다.

 

이 책의 앞부분에는 자신의 친구이자 스승인 아모스 트버스키와 대니얼 카너먼에 관한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특히 암 선고를 받고 죽음을 앞둔 트버스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또한 이 책은 행동경제학에서 자주 논의되었던 다양한 논점들이 대부분 다 등장한다. 가질 수 있지만 아직 소유하지 않은 것들보다 이미 자기 자산의 일부가 된 것들을 더욱 가치 있게 평가하는 소유효과,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야 그것이 필연적인 결론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결과가 그렇게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사후판단 편향, 이익이 가져다주는 기쁨보다 손실이 가져다주는 슬픔을 더 크게 받아들이는 손실 회피 경향 등이 그렇다. 그리고 주류 경제학자들의 다양한 이론들도 많이 등장한다. 소비는 이후 시점보다 지금 더 가치가 있다는 기본 개념이 깔린 할인된 효용 모형이나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벌고 얼마나 오래 살 것인지와 같은 질문에 대답을 내놓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계산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똑똑한 존재라는 가정을 깔고 있는 모딜리아니의 생애주기 가설부터 거래비용이 없는 환경에서 자원은 언젠가는 가장 가치 있게 활동되는 쪽으로 흘러간다는 코즈 정리와 어떤 투자자라도 이용 가능한 정보를 기초로 한 거래에 의해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없다는 효율적 시장가설까지 등장한다.

 

결국 이 책에서는 기존 경제학의 모형들을 하나하나 파헤치며 현실 속에서는 그렇게 동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이 등장하면서 말이다. 자신이 학생들에게 시험을 낼 때 만점을 100점에서 137점으로 높여 평균 점수가 90점대로 유지되게 한 이유부터 시작해 가격인상을 부분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 이용객들의 만족감을 높일 수 있는 작은 행동들을 제안했던 그릭픽 스키장의 성공 사례, 사람들이 부당한 제안을 싫어하고 부당한 제안을 하는 사람을 처벌하기 위해 경제적 손해를 기꺼이 감수하려 든다는 것을 최후통첩 게임과 독재자 게임 등을 통해 확인 했던 것, 주식 투자 시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더 자주 들여다볼수록 그만큼 많은 손실을 확인하게 되어 위험을 덜 무릅쓰려 한다는 것, 프로 선수 드래프트 시장이 효율적인 시장 가설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서 한 명의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다른 여러 개의 선순위 지명권들을 포기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란 것들을 증명해주고 있다. 딜 오어 노딜 같은 게임의 사례를 통해 내기에서 돈을 따서 그것으로 게임할 때와 돈을 잃었지만 본전을 만회할 기회가 남았을 때 사람들이 적극적인 위험을 추구한다는 것도 설명해주고 있다.

 

또한 금융 분야에서 기존 이론과 행동경제학간의 치열한 논쟁을 전개했던 머튼 밀러와의 논쟁 이야기, 그리고 그 머튼 밀러와 효율적 시장 가설의 대부 유진 파머가 있는 시카고 대학에 자신이 임용되었을 때의 상황, 시카고 대학에서 법 경제학의 개척자인 포스너와 맞짱 뜬 사연, 소유효과를 여실히 확인시켜주며 실제 상황에서 경제학자들도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시카고 대학 교수들의 사무실 고르기 대소동도 재미있는 일화로 소개되고 있다. 그 밖에도 아모스 트버스키와 대니얼 카너먼이 동등한 협력자라는 사실을 암시하기 위해 그들이 논문을 낼 때마다 매번 이름 순서를 바꾸었다는 것, 마시멜로 실험의 다양한 버전들이 있고, 심지어 동물을 대상으로도 실험했다는 것, 유혹을 떨치기 어려운 모든 것들을 용기에 담아 일정 시간동안 잠기게 해서 손을 못 대게 하는 키친세이프라는 제품이 있다는 것, 가치주들은 효율적 시장 가설 옹호자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덜 위험하다는 것, 사람이 무엇을 하도록 유도하려면 이를 쉽게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이 책의 마무리에서 행동경제학을 거시경제학과 개발경제학에 접목시키는 게 향후 과제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며, 행동경제학을 구축하는 과정에서도 가설적인 모형의 비현실성에 대해 경제학의 대가들에게 경고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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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31 22: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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