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젊은 과학도에게 보내는 편지 -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과학자 <개미>, <통섭>의 저자 에드워드 윌슨이 안내하는 과학자의 삶, 과학의 길!
에드워드 O. 윌슨 지음, 김명남 옮김, 최재천 감수 / 쌤앤파커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세계적인 명성의 노과학자가 이제 과학 세계에 막 발을 들여놓은 신진 학자들에게 과학자로 성공하려면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책이다. 하지만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저명한 과학 저술가답게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를테면 21세기 대부분의 기간 동안 과학기술 혁명이 계속될 것이라면서, 그 동안 인류는 오늘날과는 극단적으로 다른 상태로 변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연구 분야들은 철저히 변신하여 오늘날의 기준으로 따지면 미처 같은 분야라고 알아보기 힘든 모습으로까지 바뀔 것이라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생물다양성의 놀라운 수치를 언급하면서 우리가 지구 생명에 대해서 아는 것이 얼마나 적은지, 그리고 생물학의 잠재력이 얼마나 큰 지와 더불어 이것들이 모두 인류의 장기적인 생존이 달린 문제라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실제 과학이란 무엇인지, 과학자의 삶은 어떤지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20통의 편지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 첫 번째 당부의 말은 열정이 먼저고 훈련은 그 다음이란 조언이었다.
제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찾아보고, 열정이 지속되는 한 끝까지 그 일에 충실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열정에 계속 지식을 공급하라고 말한다. 그러는 동안 다른 주제들도 맛보고 과학을 폭넓게 공부하다가 더 큰 애정의 대상이 나타난다면 슬기롭게 옮겨가라고 이야기한다. 지속적인 열정에 바탕을 둔 결단과 노력이 있다면 결코 실패하지 않을 것이란 말도 덧붙이고 있다. 두 번째로 흥미로운 조언은 수학실력이 과학자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대목이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성공한 과학자 중에는 수학실력이 겨우 문맹을 벗어난 수준인 사람도 많다면서 저자 자신의 사례를 들고 있다. 또한 진정한 수학적 재능은 부분적으로나마 유전일 거라면서, 사실 뛰어난 수학실력이 필요한 분야는 얼마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나머지는 수학실력보다 개념을 형성하는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연구자가 직관으로 어떤 시각 이미지를 떠올리고 그것을 처리하는 과정인데, 과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이것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계속 이어지는 조언 중에는 독창적인 연구를 수행할 영역을 고를 때는 사람이 덜 붐비는 곳을 찾아보라는 것도 있다. 즉, 새로운 길로 나아갈 기회를 찾아보라면서 스스로 뭔가 해낼 수 있는 주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떤 주제에 벌써 큰 관심이 쏠린다면, 그래서 화려한 아우라를 자랑한다면, 그 분야 종사들이 대규모 지원금을 받은 수상자들이라면, 그 주제에서 멀어지라고 까지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짧은 시간 안에 권위자의 위치에 오를 수 있는 주제가 무수히 널려있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기존에 쌓인 정보도 부족하고 스스로 해내는 발견도 보잘것없어 보일 것인데다가 다른 지식 체계와도 연결 짓기도 어려울 것이지만, 이러한 모든 것들을 기회로 여겨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한 발견, 가설, 이론, 과학적 사실로 연결되는 일반적인 과학 연구 방법론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즉, 어떤 주제에 관해서 사실적 지식이 쌓이면 우리는 그것이 다 무슨 뜻인지 궁리해보게 되고, 우리가 발견한 현상이 어떻게 작동하고 그 현상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한 가설을 세우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다양한 가설을 시험할 방법을 찾아보고, 조각 그림 맞추기처럼 혹시 여러 부분을 끼워 맞췄을 때 모종의 패턴이 등장하지나 않는지 살펴보게 된다고 한다. 그런 패턴이 발견되면 이제 그 이론은 유효한 이론이 되고, 그 이론을 써서 새롭게 조사할 내용이 있는지 생각해봄으로써 전체 주제를 한 발짝 전진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확장한 내용이 썩 잘 작동하지 않아서 사실이 이론을 위반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이론을 살짝 조정하게 되지만, 그러나 상황이 정말로 나쁘다면 이론을 아예 내버리고 새 이론을 구축하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 다음 조언으로는 시인처럼 생각하고 회계사처럼 일하라는 것이 있었다. 처음에는 과학에 관련된 몽상에 빠지는 것을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뚜렷한 목표를 달성해나가는 과정에 대한 시나리오를 여러 가지 떠올린 뒤, 그 중에서 자신이 따르고 싶은 시나리오를 하나 골라보라는 것이다. 또한 과학자로서 성공가능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자질 중 하나가 바로 기업가 정신이라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가 정신이란 자신이 하게 될 거라고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일, 다른 누구도 감히 생각하거나 엄두도 내지 못했을 만큼 벅찬 일이라도 기꺼이 시도하는 자세라 언급하고 있다. 이런 기업가 정신은 쉽고 빠른 실험을 많이 수행해봄으로써 향상시킬 수 있다면서 꼼꼼히 통제하지 않고 후딱 실시해보는 실험이 무척 생산적이라 이야기한다. 그 밖에도 과학의 어느 분야에서든 중요한 발견을 해내려면, 흥미가 가는 주제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지식에서 빈틈을 간파하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적절히 다뤄지기만 한다면 말짱한 무지는 훌륭한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옳은 답을 발견하는 것보다 옳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 지적으로 더 우월한 법이라 이야기한다. 상상력을 총동원해서 이상한 것, 사소한 변칙, 첫눈에 시시해 보이지만 면밀히 관찰이 필요한 것들을 잡아내라는 말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개미 연구활동에 대한 이야기들을 매우 흥미진진하게 전달해주고 있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가지고 있는 과학 주변의 다양한 생각들도 읽어볼 수 있다. 이를테면 자신의 아이큐가 123이라면서, 이상적인 과학자는 어느 정도까지만 똑똑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알 정도로는 똑똑해야 하지만, 그 일에 쉽사리 질릴 만큼 지나치게 똑똑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진정한 과학자는 휴가를 가지 않는다면서 하루 종일 연구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학과의 행정업무는 논문심사 위원회의 대표 이상은 맡지 말라고도 조언하고 있다. 그리고 누군가로 하여금 과학기술에 헌신해야겠다는 마음을 품게 만드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하는 것은 그 사람이 어린 시절에 접했던 이미지나 이야기라면서, 특히 유년기에서 사춘기 직후까지, 즉, 아홉 살이나 열 살부터 10대를 거쳐 20대 초반에 이르는 기간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 외에도 인문학이 제아무리 우리 삶을 살찌우고 제아무리 단호하게 인간성의 핵심을 방어한 들, 인문학은 바로 그 때문에 우리의 생각을 그 인간성이라는 것으로 제약하기 마련이라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진정한 과학의 길, 그리고 그 즐거움을 깨달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