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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 신영복 서화 에세이
신영복 글.그림, 이승혁.장지숙 엮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즐거움입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시작으로 선생님의 책을 몇 권 읽은 적이 있습니다. 여기저기 기억에 남는 구절을 중심으로 적어보렵니다.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겨울 저녁에도 /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 P. 18
항상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기에 이런 바램이 솟아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북극을 가리키는 지남철은 무엇이 두려운지 항상 그 바늘 끝을 떨고 있습니다.
여윈 바늘 끝이 떨고 있는 한 그 지남철은 자기에게 지니워진 사명을 완수하려는 의사를 잊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며,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믿어도 좋습니다.
만일 그 바늘 끝이 불안스러워 보이는 전율을 멈추고 어느 한쪽에 고정될 때 우리는 그것을 버려야 합니다.
이미 지남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민영규 글) - p.23
누군가에게 길잡이가 된다는 것은 낯선 길을 가는 이가 반가와하는 이정표와도 같은 것입니다.
중심을 잡아가며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인생의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냉철한 머리보다 따뜻한 가슴이 그만큼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가장 먼 여행이 있습니다.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입니다. 발은 실천입니다. 현장이며 숲입니다. - P. 50
여행이라는 것은 참 즐거운 일입니다. 어딘가 간다는 것, 떠난다는 것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세상으로의 도전이기도 합니다. 준비하고 다니고 그 감동이 오래동안 간직될 때 즐거움이라는 것은 .... 선문답 같은 인생이라는 여행 모두 함깨하고 있으니 길동무가 아닐까요?
세상 사람들은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현명한 사람은 자기를 세상에 잘 맞추는 사람인 반면에, 어리석은 사람은 그야말로 어리석게도 세상을 자기에게 맞추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인 것은 세상은 이런 어리석은 사람들의 우직함으로 인하여 조금씩 나은 것으로 변해간다는 사실입니다. - p.160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은 아마 현명하리라 생각해 봅니다. 무엇인가를 추구하려는 것이 현자에 다가가려는 몸짓이 아닐런지.
올바른 인식은 과학적 분석이나 많은 정보가 아니라 대상과 필자가 맺는 ‘관계’로부터 옵니다. 애정의 젖줄로 연결되거나 운명의 핏줄로 연결됨이 없이 대상을 관찰하는 관계는 ‘관계없는’ 것과 같습니다. - P. 191
당신이 읽어준 이 간결한 글만큼 지식인의 단호한 자세를 피력한 글을 나는 이제껏 알지 못합니다. <편안함은 잠들게 합니다> p.219
"무성한 잎사귀 죄다 떨구고 겨울의 입구에서 앙상한 나목으로 서 있는 감나무는 비극의 표상입니다. 그러나 그 가지 끝에서 빛나는 빨간 감 한 개는 '희망'입니다. 그 속의 씨가 이듬해 봄에 새싹이 되어 땅을 밟고 일어서기 때문입니다." p.229
두서없이 여기저기 책갈피 꽂아 적어놓았던 글입니다. 읽는 순간에는 무언가 필이 와서 적었었는데 다시 정리해보니 감동이 새롭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