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네킹 > 올 추석이 지나갑니다
바쁘게 움직였던 이번 한 주.
가족이 전국에서 모여 지난 이야기를 나누며 보낸 그 짧은 시간이 더욱 길게 느껴지는 것은
귀경길이 너무 막혀서 인지도 모릅니다.
새벽에 길을 나섰는데 평소보다 많이 걸릴거라 생각을 하고 있지만
올해도 여전히 길이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벌초하고 주변을 내려다보면 아버님이 평생을 다니셨던 논들이 발아래 펼쳐집니다.
지금은 황금빛으로 변해버렸지요.
콤바인이 오가며 추수를 하겠지만 10년전만 해도 사람 손을 빌려 추수하느라 많이 힘이 들었습니다.
시골사람과 결혼을 해서 논일, 밭일을 한다며 뭐하러 이런 결혼 했느냐며 농을 하시던 식구들.
지금은 기계화가 되어 농사일을 거들어 주러가는 횟수도 많이 줄었습니다.
아니 거의 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기계로 다 하니까요.
해마다 늘어가던 논이 원망스럽기만 하던 때가 있었는데
그 많은 논을 혼자서도 꾸려가는 것을 보면
기계가 좋기는 좋은가 봅니다.
아직도 논밭너머 멀리 서울로 가는 차들의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 듯 합니다.
귓가에 맴도는 대나무밭의 새소리 그리고 바람소리.
산어귀를 돌아서며 옛날 풀뿌리를 캐서 씹던 그 시절
왜 이리 그립습니까?
궁상이라 생각해도 좋겠지만 그래도 그때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10리가 넘는 먼 학교에 가기 싫어 아침마다 부모님 눈치를 보았던 시절.
이제 집에 누워 그 시절을 머릿속으로만 그려보아도
입가엔 미소가 맴돕니다.
내일부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래도 이번 연휴는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