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주님
야마다 에이미 지음, 김옥희 옮김 / 민음사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일본에서는 대중성과 문학성을 동시에 갖춘 몇 안되는 유명한 여류 소설가이며, 여자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책 소개와 많은 분들의 서평글들이 이 책을 구매해서 읽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제목에서는 보이는 명랑소설과 같은 편안함보다는 문장 하나하나, 표현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고 있는 이 작품들을 이해하기 위해 어려운 난간과 문화적, 정서적인 이질감 또한 극복해야만 했다. 특히, 근친상간, 불륜등 다소는 내가 살아온 도덕적인 틀에서 자유스럽지 못하는 사고의 방식은 이런 표현과 이해를 요구하는 시점에서는 굉장한 어려움과 시도가 있었음도 시인해야겠다.
이러한 난해함속에서 놓여진 이 책은 크게 다섯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야기의 진행방법이나 얘기하는 방식은 요시모토 바나나처럼 구어체로 말하면서도 그 말 한마디에 가치있는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사랑의 의미를 삶과 죽음의 순환적 틀속에서 그려내는 독특한 작가의 접근 방식은 읽는 이에게 색다른 질문과 더불어 답을 제공하는 듯하다.
특히, '메뉴'에서처럼 주인공인 남자의 어린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냉담하게 그려내는 모습이나 '체온재기'처럼 죽음을 앞둔 여성의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그것을 숨기려는 당당함은 쉽게 이해될 수 없지만 작가가 서문에서 밝혔던 것처럼 삶이 죽음을 부각시키고, 죽음이 삶을 부각시키는 순환적, 보완적 테두리속에서 본다면 그나마 이해가 될듯 싶다. 하지만, 근친상간이나 불륜등을 매개로 그것의 정당성을 내세우는 모습은 어찌보면 억지처럼도 보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작가는 사랑도 때론 앞서 말한 두 작품처럼 그러한 사랑류이외에 '피에스타'의 짝사랑, '공주님'의 숙명적인 사랑, '샴푸'의 첫사랑을 다양한 각도속에서 전개하고 있다. 특히 '피에스타'에서는 계속해서 사랑을 갈구하지만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곁에서 빙빙도는 감정의 굴곡들은 욕망이라는 인간내면속에 잠재되어 있는 객체를 통해 부각시킴으로써, 주인공의 내면속 직접적 접근보다는 어느 정도는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여주는 작업을 통해 독자에게 사고의 틈과 여유를 주려는 모습도 보였다.
'공주님'은 이 책의 제목처럼 작가가 말하려고 했던 모든 것을 총동원한 것처럼 어투나 행동측면에서 세심한 묘사와 심리적 동화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스스로에게 사랑이 오기를 거부했던 두사람 히메코와 마슈. 숙명적 사랑이 가지는 운명적 전개와 끝내는 그 사랑의 되돌아옴마저 죽음을 통해 실현(?)되는 지나치게 잔인한 결말은 작가가 죽음에 대해 떨쳘 버릴 수 없는 두려움처럼 보였다. '샴푸'는 여자 주인공의 애완용 고양이의 이름처럼 가장 쉽게 다가오고 이해되었던 작품이었던 같다. 특히, 자신들에 대해 자신의 윗세대가 만든 엉망진창스러운 존재물로 묘사하는 장면이나 철이 덜듯하면서도 다정다감한 유리닦기가 직업인 아버지에 대한 묘사는 작가의 재치가 느껴졌던 작품인 것 같다.
작가가 말하려고 했던 삶과 죽음들. 늘 우리 곁에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이 아닌 것으로 생각하지만 작가는 쉽게 떨쳐버릴 수 없는 숙제와 고민처럼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묻고 있다. 죽음이 주는 단절성보다는 삶속에서 느껴지는 삶에 대한 진지한 판단과 사고의 확대가 이 작품집에는 녹아내려 있는 것 같다. 단순히 어렵다고 말할 수 없는 이 책이 주는 즐거움과 진지함에 대해 많은 분들이 느껴보고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