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다 보면 온갖 모습과 성격 그리고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이런 그들속에 나도 한 자리를 차지하는 만큼 나도 다른 사람들의 눈속에서는 이상한 놈의 행동쯤으로 치부되어지는 면도 있었을 것이다. 요즘은 좀 줄어들었지만, 동냥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때론, 감정적인 동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갖은 액션과 아픔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고, 당당하게 손바닥을 내밀면서 안 주면 안 된다는 사람도 있고 그리고 조그만 복사본 전단지에 엉성한 글씨와 더불어 거친 세상을 살아온 자신을 도와달라는 호소까지 정말 돈을 달라는 것을 분명한데 표현하는 방법은 사람들의 수만큼 다양하다. 아! 생각이 난다. 겨울만 되면 대학생 또는 어느 재단인지 몰라도 일본 유학생들이 포함된 멀쩡한 사람들의 이웃 돕기를 위한 외침들까지... 처음에는 착한 일도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까지 돈 몇푼 주는 것 대수인가? 생각하여 천원씩을 상납(?)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들의 진실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 사건은 바로 이렀다. 평소 출퇴근 5호선 전철속에서 자주 보던 배가 엄청나게 아저씨. 눈이 장님이고 안 보이는 지하철을 지팡이로 두리번 거리면서 동냥을 하는데 누군가 뒤쪽에서 그 아저씨에게 돈을 주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 소리가 그다지 나지 않았고, 소음도 많은 지하철 안인데 어느새 돈을 주려는 분 앞에 딱 하니 서서 돈을 받는 것이 아닌가? 그때부터 난 그 아저씨를 의심했는데 영 그날은 영업(?) 이 신통치 못했는지 아니면 지쳤는지 일찍 사람들이 많이 내리지 않는 역에서 내리시더니 아니 재빨리 지팡이를 접고 당당하고 앞으로 나가시는 것이 아닌가? 그가 장애인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말이다.
'속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고 그 충격과 함께 정당하게 진실하게 보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돈을 주지 않으리라 내 맘속으로 다짐까지 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날부터 그들이 오면 애써 외면하거나 잠을 자는 시늉까지 나도 그들만큼 오버액션까지 도입하고 그들을 피하고 있다. 세상이 자신을 믿지 못하고 남도 믿지 못하는 세상. 웬지 씁쓸한 입맛 다짐이 나를 우울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