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실 끝의 아이들
전삼혜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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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붉은 실 끝의 아이들

글쓴이: 전삼혜

펴낸 곳: 퍼플레인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도플갱어와 평행 세계에 관해 생각해봤을 거다. 세상엔 나와 꼭 닮은 사람이 3명 있는데, 그중 한 사람이라도 마주치면 목숨을 잃게 된다는 좀 황당한 이야기. 다른 시공간에 또 다른 내가 살고 있을 거란 공상과학 같은 개념. 자신의 존재에 확신이 없고 감수성이 예민한 10대에서 유난히 더 자극적인 주제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너무나 소중한 존재는? 바로 친구. 풀릴 듯 풀리지 않는 이런 복잡한 소재들을 하나로 잘 엮어낸 멋진 소설을 만났다. 청소년 독자층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는 전삼혜 작가가 조심스레 풀어낸 붉은 실타래 같은 이야기. 오늘 한국소설추천 책리뷰의 주인공 《붉은 실 끝의 아이들》은 펼치는 순간, 여섯 우주에서 모인 '나'와 한 명의 단짝이 있는 시공간으로 독자를 빨아들인다.

 

 

 

예지몽에 시달리며 우울증을 앓는 유리의 인생에 느닷없이 시아라는 친구가 뛰어든다. 유리는 자신에게 시아가 어떤 존재인지 알지 못했다. 적어도 다섯 우주에서 다른 '나'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여러 평행우주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일을 관측할 수 있는 '관측자' 베이, 시간을 닷새까지 과거로 되돌릴 수 있는 '인과율자' 륜, 중력을 거스르는 '역중력자'이자 자신의 말을 진실이라 믿게 하는 '설득자' 토토, 두 갈래 선택지에서 언제나 정답을 택할 수 있는 '판단자' 렌, 신체 일부를 다른 모습으로 변형할 수 있는 '변형자' 진. (아니, 이들은 혹시... 독수리 오형제?) 각자 독특한 능력을 지닌 다섯 명의 '나'는 유리에게 '시아'라는 존재를 아는지 추궁한다. 자신들의 행성에서 벌어진 끔찍한 최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유리를 설득하는 다른 '유리'들. 시간을 거듭하며 시아와 소중한 우정을 쌓은 유리는 과연 평행우주에서 날아온 다른 '나'의 말에 따라 시아의 손을 놓아버릴 수 있을까?

 

 

 

 


 

 

 

 

사랑이라. 유리는 멍한 와중에 생각했다.

사랑인가? 이렇게 앞뒤 없이 위험한 일을 저지르는 게 사랑인가?

SF소설, 청소년 추천도서 《붉은 실 끝의 아이들》 p155 중에서

 

 

 

이야기 초반에는 이 책에 담긴 세계관을 이해하느라 머리가 휙휙 돌아가지만, 베이, 륜, 토토, 렌, 진이 처했던 각자의 상황을 접하며 저절로 정리된다. 그들이 붉은 실로 엮인 단짝 시아와 겪었던 모든 일은 아름답고 아련하지만, 한 편으론 더없이 잔혹하고 끔찍했다. 이미 정해져 있는 평행우주의 운명에서 유리는 끊임없이 저항한다. 친구 시아를 지키고 싶어 이딴 지구쯤은 망해버려도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어쩌면 인생에서 가족보다 친구를 더 소중히 여길 유일한 시기, 청소년의 그런 마음을 어쩜 이렇게 잘 표현했을까? 우주 곳곳을 아우르는 독특한 세계관으로 SF소설의 묘미를, 우정과 사랑이라는 끈끈한 감정으로 청소년소설 특유의 감성을, 흥미진진한 전개로 장르소설도서의 오라를 마음껏 뿜어내며, 가슴 먹먹한 결말로 코끝을 시큰하게 한 슬픈소설이었다. 자칫 산으로 갈 수 있는 여러 소재를 붉은 실로 촘촘하게 엮어 완성한 멋진 청소년 도서! 한데, 나이 지긋한 나도 그 시절 그때로 돌아가 재밌게 읽었으니, 이 소설의 권장 연령층을 과연 어디까지 확대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결론은? 꽤 재밌었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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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노 교코의 서양기담 - 무섭고도 매혹적인 21가지 기묘한 이야기
나카노 교코 지음, 황혜연 옮김 / 브레인스토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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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카노 교코의 서양기담

글쓴이: 나카노 교코 / 옮긴이: 황혜연

펴낸 곳: 브레인스토어

 

 

 

《무서운 그림》 시리즈로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저자 나카노 교코의 신간이 나왔다. 저술가, 독문학자이자 번역가라는 스펙답게 폭넓은 지식과 탄탄한 자료 조사로 세계 곳곳에 퍼져있는 신비롭고 기이한 21가지 미스터리를 깊이 파헤치는 《나카노 교코의 서양기담》. 2002년 첫 방송 때부터 예능프로그램 <서프라이즈>의 광팬인 나는 음모론, 비하인드 스토리, 오싹하고 기묘한 이야기에 열광한다. 이번에 만난 이야기들은, 말하자면 '고급스러운 서프라이즈' 느낌이랄까? 인터넷에 흔히 떠도는 확인 불명의 '-카더라' 통신에서 들을법한 이야기가 아닌, 역사적 고증과 치밀한 자료 조사를 거쳐 다채로운 시각으로 이야기가 시작된 기원과 기담으로 자리 잡은 배경을 분석한다.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환상적인 미스터리. 기묘한 세계사 책으로 추천!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 사라진 130명의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

 

 

 

모두 알다시피, 우리가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의 실체는 잔혹한 경우가 많다. <피리 부는 사나이>도 그중 하나인데, 이게 실은 동화가 아닌 실화란 걸 아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나 역시 동화라고 찰떡같이 믿었기에, 문헌에 그 기록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하멜른의 공문서, 마르크트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에 있던 문장의 모사, 15세기 중반 뤼네부르크 필사본 등에 당시의 사건이 실려 있다. 시민의 배신이나 쥐떼의 횡포는 없지만, 낯선 남자가 와서 피리를 불더니 아이들과 함께 사라졌다는 기록은 확실하게 남아 있는 상황. 1284년이란 연도와 130명이라는 구체적인 숫자가 모든 기록에서 일치하여, 이 사건이 실제로 발생했던 일임을 확신하게 한다. 하멜른의 당시 인구수는 2,000~2,500명. 미래를 짊어질 다음 세대의 송두리째 잃어버린 도시는 과연 어떻게 됐을까? 오래전, 실종됐던 개구리 소년들을 찾아 헤매던 간절한 마음으로 하멜른의 아이들을 찾아 나서고 싶은 심경이다.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든 기묘한 이야기들

 

 

 

<해리포터>에서 괴성을 지르는 흉측한 모습의 뿌리 식물로 등장했던 만드라고라, 늑대와 흡사했던 무시무시한 짐승 제보당의 괴수, 여러 작가와 위인이 마주쳤던 도플갱어, 부적을 쑤셔 넣고 노예처럼 부렸던 진흙 인형 골렘, 마녀 집회와 하늘에서 떨어진 개구리 비, 드라큘라의 기원, 백악관에 출몰하는 몇몇 유령, 끔찍한 선택 후 버림받은 덴마크의 하얀 귀부인, 잘린 목을 들고 있는 순교자와 목 없는 유령, 처참한 모습으로 발견된 탐사대 '디아틀로프 사건' 등등, 모르면 몰랐지, 알고 나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강렬한 기담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다양한 시각 자료가 첨부되어 있어, 기묘하고 오싹한 옛이야기의 풍미를 최고치로 끌어올리며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 재미로 읽기 시작한 책이지만, 어느덧 여러 분야의 지식을 쌓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던 특별한 시간이었다. 학창 시절 세계 7대 미스터리를 파고들었던 분, 서프라이즈 애시청자, 음모론과 야사, 기묘한 이야기에 눈을 반짝이는 분이라면 이 책 《나카노 교코의 서양기담》을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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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버린 이번 생을 애도하며 - SF와 로맨스, 그리고 사회파 미스터리의 종합소설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정지혜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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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와 SF, 사회파 미스터리의 종합소설이라니! 대단한 선물세트인데요? 냉동인간이란 소재로 어떤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질지 두근두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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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 첫번째 - 2022 시소 선정 작품집 시소 1
김리윤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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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소 첫번째

글쓴이: 안미옥, 손보미, 신이인, 이서수

김리윤, 최은영, 조혜은, 염승숙

펴낸 곳: 자음과 모음

 

 

 

세상에 존재하는 글과 소리를 모으는 따스하고 다정한 출판사 자음과모음에서 또 한 번 색다른 프로젝트를 시도했다. 그 주인공은 2021년 봄부터 시작된 '시소' 프로젝트! 봄, 여름, 가을 겨울, 매 계절 발표된 시와 소설을 한 편씩 선정하여 좋은 작품을 널리 알리자는 취지로 엮어낸 작품집이다. 한 권으로 올해의 좋은 시와 소설을 각 4편씩, 총 8편 만나고,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관한 작가의 생각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는 특별한 단행본이다. 2022년 시소 첫번째를 시작으로 매년 1월 선보일 예정이라니,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독자들에게 더없이 좋은 선물일 듯하다. 한국 소설 추천, 시집 추천으로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책!

 

 

 

 

이해는 젖은 신발을 신고

신발이 다시 마를 때까지 달리는 것이어서

웃음은 슬프고 따듯한 물 한 모금을

끝까지 머금고 있는 것이어서

깨어난 나는

웃는 얼굴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시소 첫번째》 봄의 시 '사운드북' 중에서...

 

 

 

 


 

 

 

 

사랑은 하고 싶다고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보고 배워야 가능한 것이라는 사랑의 태도를 보여준 봄의 시 '사운드북'. 11살 소녀가 여름방학마다 친할머니 댁에 머물며 반쪽짜리 삼촌을 만나 좋아하는 감정을 느끼고, 못난 자신의 외모를 원망하는 봄의 소설 '봄의 피크닉'은 질풍노도의 청소년기에 돌입하며 폭주하는 위태로운 소녀의 감정을 잘 나타낸다. 꿈과 소유, 어긋남과 슬픈 감정이 잠식한 인생의 일면을 보여주는 여름의 시 '불시착'. 많지도 적지도 않은 돈 5천만 원을 두고 서울에서 엄마와 함께 살 전세집을 구해야 하는 미조와 재능은 있지만 꿈이 아닌 돈을 좇을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청춘을 그린 여름의 소설 '미조의 시대'는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장녀의 모습이 남 일 같지 않아 정말 씁쓸했다.

 

 

 

인간 보다 더 오래 세상의 한 자리를 차지할 나무를 생각한 가을의 시 '영원에서 나아가기'. 형부가 언니에게 휘두르는 정신적, 물리적 폭력을 참지 못해 폭력을 휘두르고 감옥에 간 '나'가 수십 년간 보지 못한 조카인 '너'에게 고백하는 가을의 소설 '답신'은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과 실패하지만 계속되는 사랑을 보여주며 코끝을 시큰하게 한다. 수북히 쌓여 있는 모래는 대체 어떤 의미일까 만감이 교차하는 겨울의 시 '모래놀이'. 사고로 남편을 잃고 홀로 아이를 키우며 생계를 꾸리는 여성의 모습을 그리는 겨울의 소설 '프리 더 웨일'은 넓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많은 여성이 겪는 고충을 담아낸다. 8개의 작품 모두 참 좋았고,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며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어 상당히 신선한 경험이었다. 작가와의 북토크에서나 들을 수 있는 귀한 이야기들을 책으로 만나니 이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비교적 평범했던 첫인상을 뒤엎고 알차고 흥미로운 반전 매력을 선보인 《시소 첫번째》의 다음이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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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온 미술관 - 길 위에서 만나는 예술
손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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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거리로 나온 미술관

지은이: 손영옥

펴낸 곳: 자음과모음

 

 

 

언젠가부터 새로 짓는 큰 건물이나 아파트 단지에 예술품이 들어섰다. 도시 재생 사업 선정 지구와 공공 기관이 들어선 곳에서도 낯선 예술품이 자리 잡았다. 처음엔 상당히 낯설었지만, 이젠 익숙해져 굳이 눈여겨 보지 않게 된 그 예술품들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자신의 구역을 지키는 수문장처럼 우직하게 그 자리를 지킨다. 이런 거리의 조형물을 공공미술이라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각종 전시회가 미뤄지거나 취소되는 요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문화생활의 갈증을 달래주는 공공미술. 잘 모르고 지나치면 외계 물질 덩어리 같지만, 알고 보면 매력 넘치는 거리 조형물의 세계!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따라 우후죽순처럼 설치되는 많은 조형물 중에서 옥석을 가리는 혜안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설치미술과 현대미술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매력을 거리에서 감상하고 싶다면, 친절한 거리 예술 안내서 《거리로 나온 미술관》을 만나 보시길!

 

 

 

 


 

 

 

 

이 책은 공공미술, 건축, 역사, 관점과 경계를 허문 새로운 공공미술 편으로 나누어 다채로운 거리 조형물과 독특한 건축물을 살펴본다. 첫 주인공은 여의도 IFC 서울 안에 있는 레몬색 조각 <조용한 증식>이다. 마치 스파게티 면을 구부린 듯한 이 특이한 작품은 역동적이면서도 파격적인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외국 작가의 작품이겠거니 종종 오해받지만 실은 한국 토종 작가가 완성한 작품이라고 한다. 봄날 꽃가루가 퍼져나가는 것 같은 비가시적인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김병호 작가는 조각을 전공하지 않았기에 더 신선하고 자유로운 사고와 방식으로 멋진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에 가면 여지 없이 눈에 띄는 광화문 광장의 <충무공 이순신 장군상>을 이 책에서 만나니 더없이 반갑다. 드디어 직접 봤던 작품 등장! 김세중 조각가의 손에서 탄생한 이 작품은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하고자 민족주의를 내세운 박정희 대통령의 동상 세우기 1호 사업이었다고 한다. 어느덧 세워진 지 50년이 지난 이순신 동상은 수차례의 철거와 이전 위기에도, 예술적 탁월성 덕분에 대한민국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이순신 동상 없는 광화문 광장은 상상할 수도 없는! 언제나처럼 광장 한가운데서 높은 기백을 떨치며 우리나라를 지켜주길 기대해 본다

 

 

 

 


 

 

 

 

책에서 소개하는 작품이 대부분 서울에 있어서, 지방에 사는 내겐 낯선 별천지였다. 아모레퍼시픽 본사의 공중 정원, 과일과 채소가 주렁주렁 달린 코엑스의 <꿈나무>, 흉물 논란을 딛고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탄생한 <꽃이 피는 구조물>, 용마폭포공원의 <타원본부> 등 일부러 시간을 내어 찾아가고 싶은 멋진 장소와 작품이 가득하다. 서울이나 수도권에 사시는 분들은 이 책을 들고 특별한 거리 예술 탐방을 즐기면 어디서도 볼 수 없던 전시회를 누릴 수 있겠다. 작가의 바람대로 친절하고 흥미진진했던 '거리 예술 안내서'. 이 책과 함께 무료한 일상에서 짜릿한 일탈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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