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 조선을 관통하다 - 정민 교수의 한국 교회사 숨은 이야기
정민 지음 / 김영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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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학, 조선을 관통하다

지은이: 정민

펴낸 곳: 김영사

 

 

 

해마다 북경을 찾은 조선의 사절. 신기한 서양 물건도 놀라웠지만, 고딕식으로 높이 솟은 성당과 파이프오르간에서 나는 천상의 소리, 살아 움직이는 듯한 천장 벽화는 당시 조선인에겐 봐도 봐도 놀라운 진기한 광경이었을 거다. 성당은 조선 사행의 필수 관광 코스였다. 신부는 조선 사람에게 서양 그림은 물론 <천주실의>, <칠극> 같은 서양서와 함께 여러 과학책은 물론 망원경까지 선물했다. 날 때부터 신분의 귀천이 정해져 있다는 계급 사회에서 <논어>나 <맹자>의 가르침에만 익숙했던 조선인에게 서양 현자와 성인이 남긴 촌철살인의 잠언은 얼마나 충격적이었을지 가늠할 수조차 없다. 서양의 과학이 궁금해 읽기 시작한 책의 서문에는 늘 우주를 주재하는 천주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고, 그들의 정신세계가 궁금하여 더 깊이 탐구하던 조선 선비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서서히 서학에 젖어 들었다.

 

 

 

■ 서학 ■

조선 중기 이후 조선에 전래된 서양사상과 문물.

좁은 의미에서는 가톨릭교를 의미하여

이를 서교, 또는 천주학이라고도 하였다

 

 

 

1770년대 중반 서학의 태동기부터 1801년 신유박해까지, 한국 초기 교회사의 모든 것!

 

 

 

구석기 시대로 시작해서 대한민국 근현대사로 끝나는 교과서를 배우는 한국사 과정에서, 조선 후기와 개화기는 많은 학생에게 약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아마도 학년 마지막 시험 범위에 포함되어 내신에서 빠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기에, 앞선 시기보다 공부에 힘쓰는 열정의 차이가 있었을 거다. 조선 후기에 암암리에 전파된 천주교와 그 신도들이 얼마나 끔찍하고 대대적인 박해를 받았는지 교과서에선 그리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 관심을 갖고 좀 더 깊이 공부한다고 해도 단편적인 지식과 부족한 자료로 인해 조선시대 서학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을 터.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이자 우리 시대 대표 고전학자인 정민 저자의 《서학, 조선을 관통하다》는 은폐되고 검열된 자료에서 놓친 의미를 입체적으로 복원하며 탄압과 순교의 역사 뒤에 가려졌던 조선 서학의 극적인 순간들을 재현한다.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

 

 

 

일곱 가지 죄악의 근원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일곱 가지 덕행에 관해 서술한 <칠극>. 다산 정약용은 이 <칠극>을 평생 아껴 읽었다고 한다. 천주교 신앙 여부를 떠나 18~19세기 조선에서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했던 걸 보면, 조선의 변화는 예견된 것이었을 듯. 마테오리치의 책 <천주실의>와 <이십오언>에 몰입했던 홍유환. 그가 순흥으로 이주하자 그를 따르던 권철신 등의 신진학자는 학문공동체를 조직하려 한다. 여기까지가 1부 내용의 절반 정도에 해당한다. "1부 - <칠극>과 초기 신앙공동체, 2부 - 성호학파의 분기와 성호의 진의, 3부 - 초기 교회의 기록과 집회, 4부 - 초기 교회의 조직 구성과 신앙, 5부 - 지방의 교회 조직, 6부 - 세례명 퍼즐 풀기와 여성 신자, 7부 - 주문모 신부와 강완숙, 8부 - 탄압 속의 지방 교회, 9부 - 서울의 교회 조직과 명도회, 10부 - 차세대 리더 황사영과 김건순, 11부 - 기록과 기억, 12부 - 묻힌 기억과 오염된 자료." 공부하는 마음으로 적어본 이 방대한 연구서의 12가지 큰 제목만으로도 서학의 흐름과 주요 인물을 파악할 수 있다. 중요한 역사적 자료들이 선명한 컬러 이미지로 첨부되어 있어 글에 활기찬 생기를 부여한다.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 조선 서학에 관한 연구가 아니더라도, 역사와 교양 면에서 높은 만족감을 줄 보석 같은 책이니 꼭 만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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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괴 1 - 산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다나카 야스히로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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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산괴

지은이: 다나카 야스히로

옮긴이: 김수희

펴낸 곳: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어린 시절 놀러 간 할머니 댁은 짙은 땅거미가 내려앉으면 분위기가 단숨에 바뀌곤 했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있던 할머니 댁은 산토끼, 염소, 다람쥐 같은 비교적 작은 동물은 물론 때론 멧돼지 같은 포악한 야생 동물도 놀이터처럼 오가던 곳이라 밤이면 더 문단속을 철저히 했던 듯하다. 야생이 눈 뜨는 어둑한 밤, 산에서 들려오는 온갖 소리에 귀 기울이며 집 근처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나도 이불을 박차고 일어서기를 수십 번. 그러면서도 기를 쓰고 할머니 댁에 놀러 갔던 걸 보면, 그 알 수 없는 존재가 주는 오싹함을 은근슬쩍 즐겼는지도 모른다. 산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를 엮은 책 《산괴》는 어린 시절 목덜미까지 소름이 쭈뼛 돋았던 그 느낌을 생생하게 재현해낸다. 사람을 홀리는 산. 그곳에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산에는 뭔가가 있다!

 

 

동서고금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 인간을 위협한다는 산에 있는 존재. 저자는 그 존재를 '산괴'라 칭하며 산사람들에게 직접 들은 다양한 실화를 전달한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믿거나 말거나 수준을 넘어 마음 깊은 곳에 도사린 두려움을 쿡쿡 자극하는데... 과연 이 책을 읽고 어두운 산길을 홀로 내려올 수 있을까? 신비로운 빛을 발산하는 도깨비불, 예쁜 여인으로 둔갑한 여우, 2m에 달하는 푸른색 뱀, 사라졌다가 큰 바위에서 방실방실 웃는 채 발견된 아기, 제일 뒤에서 걷고 있던 사람의 배낭을 세계 움켜쥐는 괴상한 존재(이때 절대 뒤를 돌아봐서는 안 된다), 총구를 겨누는 순간 홀연히 사라지는 '여우 들린 곰', '버석, 버석' 발소리만 들릴 뿐 형체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 마을 묘지에 서 있는 하반신 없는 사람의 그림자 등등 착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생생하고 오싹한 체험담이 펼쳐진다.

 

 

 

 


 

 

 

"이건... 뭐지?"

 

 

 

 

직접 겪은 이야기라 더 이상야릇한 기담

 

 

일본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취재하는 프리랜서 카메라맨인 다나타 야스히로가 직접 전해 듣고 모은 이 오싹한 기담은 산과 그에 얽힌 다양한 존재에 관해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한다. '마타기'라 불리는 일본 도호쿠 지방의 사냥꾼들을 취재하며 엮은 신비로운 이야기. 우리나라 전래동화에도 종종 등장하는 여우, 너구리, 뱀 등의 영물이 기행을 펼치니, 이게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만 볼 수는 없을 듯.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이면 으레 시작되는 무서운 이야기처럼, 이야기를 듣는 순간엔 어찌어찌 무사히 지나가도... 억지로 잠을 청한 밤, 아주 작은 부스럭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떠올릴 사연들이었다. 굉장히 무섭다기보다는, 어두운 밤에 홀로 있을 때 생각나면 오싹할 이야기들. 기담과 미스터리한 무서운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더없이 흥미로운 책이다. 곧이어 출간될 《산괴 2》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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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의 말
이예은 지음 / 민음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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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콜센터의 말

지은이: 이예은

펴낸 곳: 민음사

 

 

 

세상엔 다양한 직업이 있고, 어린 시절엔 직업에 관한 기대치가 상당히 높다. 대통령, 과학자, 가수를 꿈꾸던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소수에게만 허락된 철밥통을 위해 노량진으로 몰려드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을 수 있는 사람이 어디 흔하던가? 어쩌면 누구도 원치 않았고 생각해본 적도 없는 직업을 갖게 되는 경우도 많고, 그중 하나가 콜센터 직원이 아닐까 싶다. 물론 사내 복지 혜택이나 급여 등 다양한 요건이 마음에 들어 합격을 꿈꾸며 지원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어린 시절 꿈으로 고르기엔 쉽지 않은 직업이니까. 콜센터 직원들의 하루는 어떤 모습이고, 어떤 생각을 하며 지낼까? 외국인 신분으로 일본 여행사 콜센터에서 520일간 일한 기록을 담은 이예은 작가의 《콜센터의 말》은 인간미 넘치는 따스한 시선과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솔직함으로 콜센터 직원의 삶과 업무 중 오간 다양한 말에 관한 여러 단상을 담아낸다.

 

 

 

 

사람을 울고 웃게 하는 말

 

 

상담원을 그만두고 나서야 그간 켜켜이 쌓인 응어리를 털어냈다는 그녀는 그 시절의 의미를 돌이켜 볼 가장 좋은 방법으로 글쓰기를 택했고, 퇴사 후 2주 만에 <일본 콜센터에서의 520일>이란 제목으로 16편의 글을 올린 후, 브런치북 9회 대상을 거머쥐었다. 일반적인 문의를 하는 고객만 있다면 좋겠지만, 콜센터의 특성상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이 대다수다. 내가 잘못한 일은 아니지만, 일단 유감과 더불어 공감을 표하며 숙이고 들어가야 하는 상담원의 위치. 다짜고짜 반말을 내지르고, 일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시하며 다른 상담원을 요구하는 진상들을 보며 이건 나라별 특성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 진상이란 종족이 존재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반면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와 같은 별거 아닌 한마디로 가슴 짠한 감동을 전한 고객들도 있다. 이 말이란 건 참 신기한 존재다. 한 번 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고, 모든 문제의 발단이며 때론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는... 사람의 말.

 

 

 

 

 


 

 

 

 

자신의 한계선 가까이에서 고군분투하며 생긴 근력은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자산이 되어 다음 여정을 도울 것이다.

《콜센터의 말》 p170 중에서...

 

 

 

 

시작과 끝은 어느 날 문득 찾아오곤 한다.

 

 

인생의 흐름에 따라 관심사도 조금씩 변하는 것 같다. 무언가 시작하고자 열정 가득했던 20대에는 누군가 그 일을 어떻게 시작했는지가 참 궁금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어느덧 제법 인생 경력이 쌓인 지금은 누군가 그 일을 어떻게 그만뒀는지가 더 궁금하다. 시작은 잃을 게 없지만, 끝은 잃을 게 있기에. 이예은 작가의 경우엔 콜센터에서 잠시 콘텐츠 팀으로 파견되어 번역 업무를 하며 원래 좋아했던 일이 번역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성격이 제각각인 고객을 상대하다가 감정 없는 데이터를 다루게 되니 긴장과 불안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이렇게 시작과 마찬가지로 끝도 어느 날 문득 찾아온다. 사람을 울고 웃게 하는 말의 결, 해내야만 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시작과 끝, 청춘 혹은 그 끝자락에서 손에 쥘 수 있는 선택지 등 인생에 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 이 책과 함께한 순간들은 충분히 가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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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릴 거야
봉현 지음 / 미디어창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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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릴 거야

지은이: 봉현

펴낸 곳: 미디어창비

 

 

 

'프리랜서', 누군가에겐 선망의 직업일 수 있겠지만... 직접 해본 사람은 안다. 이게 얼마나 피눈물 나는 외줄타기 인생인지. 일이 밀려 바쁘면 좀비 상태까지 가고, 쉬고 싶다 노래를 부르다가 정작 쉬게 되면 일이 없어 불안한...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는 게 프리랜서의 삶이다. 직장인이 프리랜서를 가장 부러워하는 건 출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건데, 그건 퇴근 시간 역시 없다는 걸 간과한 섣부른 판단이다. 6살 꼬마를 키우며 12년 차 프리랜서로 살아온 나는 아주 가끔 (때론 자주) 직장인인 신랑과 충돌한다. '그래도 당신은 퇴근은 하잖아!' 이 한마디로 언쟁이 끝난 경우가 많으니... 프리랜서의 퇴근 없는 삶이 주는 고충을 조금 이해하시려나? 이런 프리랜서의 삶을 정말 사실적으로 담아낸 에세이를 발견했다. 봉현 작가의 《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릴 거야》! 분야는 다르지만, 프리랜서라는 공통점으로 동지애를 넘어 전우애까지 느껴졌던 특별한 시간!

 

 

 

프리랜서의 삶, 이보다 더 사실적일 순 없다!

 

 

가끔 프리랜서의 삶을 정말 좋은 부분만 부각하여 예쁘게 담아내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누군가의 인간 승리이자 귀여운 사기극이다. 물론 좋은 점도 많지만 나쁜 점도 만만치 않게 많기에, 프리랜서를 꿈꾼다면 객관적인 시각으로 꼼꼼하게 따져보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후에 결정해야 한다. 9년 차 프리랜서라는 36살의 봉현 작가는 좋아하는 그림으로 처음 돈을 벌었던 순간부터 고생하며 경력을 쌓았던 과정, 그리고 현재의 삶에 이르기까지 (통장에 최고로 찍혔던 금액까지 공개하며) 솔직하게 담아낸다. 마감을 향해 좀비처럼 달리다가, 마침내 전송 버튼을 누르고 장렬히 전사하는 모습. 어쩌다 생긴 하루가 당황스럽지만 너무 행복해서 어떻게든 소중하게 보내고 싶은 설렘. 잘 챙겨 먹고 푹 자려고 노력하지만, 마감 앞에서는 번번이 양치기 소녀가 되어 버리는 삶. 어찌 보면 다람쥐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이지만, 좋아하기에 그 삶을 누릴 수 있는 진심. 어느 것 하나 과장되지 않은 진짜라 더 정이 가고, 깊이 공감했다.

 

 

 

 

 


 

 

 

 

매일의 반복이 가져다주는 단순한 기쁨에 관하여...

 

 

앞서 프리랜서의 삶에 관해 살짝 열을 올렸지만, 실은 나 역시 좋아서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 불안정한 수입,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미래, 마감에 쫓기는 불안감 속에서도 똑같은 하루를 버텨내며 또 내일을 시작하는 건... 그 일이 좋아서, 그 진심 하나로 달리는 거니까. 사실, 그 마음 하나면 된다. 다만 프리랜서의 좋은 면에만 혹해서 성급하게 판단하거나 오해하지는 말자는 말씀. 프리랜서의 삶도 당연히 행복하고 즐겁다! 1리터의 물에 레몬 하나를 짜 넣고 꿀과 레몬향 티백을 넣어 내일을 준비하는 봉현 작가. 마음이 복잡한 날엔 청소를 하고 섬유유연제 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잠옷을 애정하며 행복한 2달을 위해 10달을 일하는 멋진 그녀. 그 단정한 반복이 주는 미세한 떨림이 큰 울림이 되어 마음에 와닿는 순간, 괜스레 코끝이 시큰해진다.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응원의 한 마디. 브라보 마이 라이프! 봉현 작가의 소중한 오늘과 행복한 내일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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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한 방울 - 이어령의 마지막 노트 2019~2022
이어령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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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눈물 한 방울

지은이: 이어령

펴낸 곳: 김영사

 

 

 

살다 보면 너무 늦게 알아서 아쉬운 존재들이 있다. 무수한 물음표를 안고 세상에 뛰어들어 부딪히며 깨달은 인생의 조언들도 그렇지만, 지금의 내겐 이어령 선생님이 그렇다. 선생님을 좀 더 일찍 알았다면, 그 곧은 심지와 신념이 담긴 주옥같은 글들을 10년 전에만 만났어도 내 인생은 확연히 다르지 않았을까? 그나마 다행인 건, 성격상 이미 지난 일엔 오래 미련을 두지 않는다는 점. 이어령 선생님은 하늘의 별이 되셨지만, 세상에 남긴 보석처럼 빛나는 글들을 하나하나 읽으며 앞으로의 인생을 더 아름답고 원하는 모습으로 꾸려갈 생각이다. 이번에 만난 책은 이어령 선생님의 마지막 노트라는 《눈물 한 방울》. 2019년에서 2022년까지 틈틈이 채운 내면의 기록이라고 한다. 첫 장을 넘긴 순간, 가슴이 뛴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서문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라면, 서문과 목차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을 거다. 저자가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완성했는지 그 마음이 잘 녹아 있는 서문이라면 책 한 권을 통째로 읽은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이어령 선생님의 서문은 언제나 큰 감동으로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병상에 누워 자신의 마지막에 남은 게 무엇일까 한참 고민하며 얻은 답은 눈물. 선생님은 눈물만이 우리가 인간임을 증명해준다고 한다. 짐승과 사람을 구별해주는 유일한 존재라고 할 수 있는 게 바로 인간이 흘리는 정서적 눈물이다. 참회의 눈물, 관용의 눈물, 사랑의 눈물, 타인을 위해 흘리는 눈물. 나와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힘을 지녔다고 힘주어 전하며, 그 눈물방울의 흔적을 모아 엮은 책이 바로 이 책 《눈물 한 방울》이다.

 

 

 

 


 

 

 

 

 

구슬이 되고 수정이 되고 진주가 되는

'눈물 한 방울'.

피와 땀을 붙여주는 '눈물 한 방울'.

쓸 수 없을 때 쓰는 마지막

'눈물 한 방울'.

이어령 선생님의 《눈물 한 방울》 서문 중에서...

 

 

 

마지막 힘을 짜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이어령 선생님이 병상에서 써 내려간 육필 원고를 책으로 출간한 것이기에, 손글씨는 물론 글을 쓴 순간에 함께 남긴 손 그림도 실려 있다. 시, 산문, 평문... 하나로 정의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형식의 글을 통해 선생님은 가슴 깊이 남아 있던 탄식과 절규를 호소하는 한편, 그래도 이 힘든 세상살이에 희망은 반드시 존재함을 약속한다. 선생님을 따라 오른손으로 왼손의 맥을 짚어 생명의 진동을 느껴본다. 맥이 뛴다. 그리고 눈물이 흐른다. 어떤 지우개로도 지울 수 없는 한마디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뭉클한 지우개를,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연필 한 자루와 그 연필을 깎을 수 있는 칼 한 자루를. 그리고 심장을 찌를 수 있는 칼 한 자루를 바랐던 선생님의 흔적을 읽으며, 그 칼이 바로 이 책임을 실감한다. 가슴 깊이 파고들어 오래도록 잔잔한 울림을 남길 귀한 만남. 이어령 선생님과의 만남은 몇 번을 거듭해도 늘 새롭고 특별하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깊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책을 살포시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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