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산괴
지은이: 다나카 야스히로
옮긴이: 김수희
펴낸 곳: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어린 시절 놀러 간 할머니 댁은 짙은 땅거미가 내려앉으면 분위기가 단숨에 바뀌곤 했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있던 할머니 댁은 산토끼, 염소, 다람쥐 같은 비교적 작은 동물은 물론 때론 멧돼지 같은 포악한 야생 동물도 놀이터처럼 오가던 곳이라 밤이면 더 문단속을 철저히 했던 듯하다. 야생이 눈 뜨는 어둑한 밤, 산에서 들려오는 온갖 소리에 귀 기울이며 집 근처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나도 이불을 박차고 일어서기를 수십 번. 그러면서도 기를 쓰고 할머니 댁에 놀러 갔던 걸 보면, 그 알 수 없는 존재가 주는 오싹함을 은근슬쩍 즐겼는지도 모른다. 산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를 엮은 책 《산괴》는 어린 시절 목덜미까지 소름이 쭈뼛 돋았던 그 느낌을 생생하게 재현해낸다. 사람을 홀리는 산. 그곳에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산에는 뭔가가 있다!
동서고금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 인간을 위협한다는 산에 있는 존재. 저자는 그 존재를 '산괴'라 칭하며 산사람들에게 직접 들은 다양한 실화를 전달한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믿거나 말거나 수준을 넘어 마음 깊은 곳에 도사린 두려움을 쿡쿡 자극하는데... 과연 이 책을 읽고 어두운 산길을 홀로 내려올 수 있을까? 신비로운 빛을 발산하는 도깨비불, 예쁜 여인으로 둔갑한 여우, 2m에 달하는 푸른색 뱀, 사라졌다가 큰 바위에서 방실방실 웃는 채 발견된 아기, 제일 뒤에서 걷고 있던 사람의 배낭을 세계 움켜쥐는 괴상한 존재(이때 절대 뒤를 돌아봐서는 안 된다), 총구를 겨누는 순간 홀연히 사라지는 '여우 들린 곰', '버석, 버석' 발소리만 들릴 뿐 형체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 마을 묘지에 서 있는 하반신 없는 사람의 그림자 등등 착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생생하고 오싹한 체험담이 펼쳐진다.

"이건... 뭐지?"
직접 겪은 이야기라 더 이상야릇한 기담
일본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취재하는 프리랜서 카메라맨인 다나타 야스히로가 직접 전해 듣고 모은 이 오싹한 기담은 산과 그에 얽힌 다양한 존재에 관해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한다. '마타기'라 불리는 일본 도호쿠 지방의 사냥꾼들을 취재하며 엮은 신비로운 이야기. 우리나라 전래동화에도 종종 등장하는 여우, 너구리, 뱀 등의 영물이 기행을 펼치니, 이게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만 볼 수는 없을 듯.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이면 으레 시작되는 무서운 이야기처럼, 이야기를 듣는 순간엔 어찌어찌 무사히 지나가도... 억지로 잠을 청한 밤, 아주 작은 부스럭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떠올릴 사연들이었다. 굉장히 무섭다기보다는, 어두운 밤에 홀로 있을 때 생각나면 오싹할 이야기들. 기담과 미스터리한 무서운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더없이 흥미로운 책이다. 곧이어 출간될 《산괴 2》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