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의 말
이예은 지음 / 민음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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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콜센터의 말

지은이: 이예은

펴낸 곳: 민음사

 

 

 

세상엔 다양한 직업이 있고, 어린 시절엔 직업에 관한 기대치가 상당히 높다. 대통령, 과학자, 가수를 꿈꾸던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소수에게만 허락된 철밥통을 위해 노량진으로 몰려드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을 수 있는 사람이 어디 흔하던가? 어쩌면 누구도 원치 않았고 생각해본 적도 없는 직업을 갖게 되는 경우도 많고, 그중 하나가 콜센터 직원이 아닐까 싶다. 물론 사내 복지 혜택이나 급여 등 다양한 요건이 마음에 들어 합격을 꿈꾸며 지원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어린 시절 꿈으로 고르기엔 쉽지 않은 직업이니까. 콜센터 직원들의 하루는 어떤 모습이고, 어떤 생각을 하며 지낼까? 외국인 신분으로 일본 여행사 콜센터에서 520일간 일한 기록을 담은 이예은 작가의 《콜센터의 말》은 인간미 넘치는 따스한 시선과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솔직함으로 콜센터 직원의 삶과 업무 중 오간 다양한 말에 관한 여러 단상을 담아낸다.

 

 

 

 

사람을 울고 웃게 하는 말

 

 

상담원을 그만두고 나서야 그간 켜켜이 쌓인 응어리를 털어냈다는 그녀는 그 시절의 의미를 돌이켜 볼 가장 좋은 방법으로 글쓰기를 택했고, 퇴사 후 2주 만에 <일본 콜센터에서의 520일>이란 제목으로 16편의 글을 올린 후, 브런치북 9회 대상을 거머쥐었다. 일반적인 문의를 하는 고객만 있다면 좋겠지만, 콜센터의 특성상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이 대다수다. 내가 잘못한 일은 아니지만, 일단 유감과 더불어 공감을 표하며 숙이고 들어가야 하는 상담원의 위치. 다짜고짜 반말을 내지르고, 일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시하며 다른 상담원을 요구하는 진상들을 보며 이건 나라별 특성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 진상이란 종족이 존재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반면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와 같은 별거 아닌 한마디로 가슴 짠한 감동을 전한 고객들도 있다. 이 말이란 건 참 신기한 존재다. 한 번 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고, 모든 문제의 발단이며 때론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는... 사람의 말.

 

 

 

 

 


 

 

 

 

자신의 한계선 가까이에서 고군분투하며 생긴 근력은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자산이 되어 다음 여정을 도울 것이다.

《콜센터의 말》 p170 중에서...

 

 

 

 

시작과 끝은 어느 날 문득 찾아오곤 한다.

 

 

인생의 흐름에 따라 관심사도 조금씩 변하는 것 같다. 무언가 시작하고자 열정 가득했던 20대에는 누군가 그 일을 어떻게 시작했는지가 참 궁금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어느덧 제법 인생 경력이 쌓인 지금은 누군가 그 일을 어떻게 그만뒀는지가 더 궁금하다. 시작은 잃을 게 없지만, 끝은 잃을 게 있기에. 이예은 작가의 경우엔 콜센터에서 잠시 콘텐츠 팀으로 파견되어 번역 업무를 하며 원래 좋아했던 일이 번역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성격이 제각각인 고객을 상대하다가 감정 없는 데이터를 다루게 되니 긴장과 불안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이렇게 시작과 마찬가지로 끝도 어느 날 문득 찾아온다. 사람을 울고 웃게 하는 말의 결, 해내야만 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시작과 끝, 청춘 혹은 그 끝자락에서 손에 쥘 수 있는 선택지 등 인생에 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 이 책과 함께한 순간들은 충분히 가치 있었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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