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고모에게는 딸하나 아들 하나가 있었다. 사촌 언니는 영문과를 나왔는데 졸업을 하자마자 미군부대에 소개로 영어교사로 들어갔다가 거기서 지금의 (미국인) 남편을 만났다. 결혼하자마자 바로 미국으로 들어간 사촌언니. 오랜 전에 아이를 낳고 잘 살고 있다는 편지를 막내 고모가 할머니한테 읽어주고 아기 사진까지 보여 주었던 기억이 난다. 사촌 언니는 미국으로 들어가서 그런지 별로 친하지는 않지만 사촌 동생과는 무척이나 친하게 자랐다. 방학이면 할머니 집에 와서 함께 지내곤 했었다. 할머니가 끓여주시는 호박죽을 먹고 겨울에는 논에 나가 썰매를 타고 했었다. 나랑 나이가 비슷해서 서로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서로 이름을 부르면서도 내가 오빠다... 아니다 내가 누나다... 하면서 티격태격 싸운 점이 많았다. 할머니는 옆에서 미야가 너보다 한 둘 살이 많으니까 현아 누나라고 하거라 하셨다. 그런데도 말도 안 듣고 계속 자기가 오빠라고 우기고 티격태격... 좋은 추억을 만들면서 자란 우리...
현이가 20살 때 친구들과 경주에서 대구로 오는데 차 사고가 났다. 친구들은 괜찮은데 현이가... 저 세상으로 먼저 가 버렸다. 나쁜 놈... 고모와 할머니는 충격을 받아서 할 말을 잃고... 보상금으로 아파트를 받았다. 막내 고모는 아들 놈이 남긴 아파트 다 소용 없다고 하시면서 통곡에 또 통곡을 하셨다. 그러다 시름시름 앓으시다가 자리에 눕고 말았다. 의사는 원인을 모른다 하고... 1년을 앓으시다가 나이 마흔 살에 아들 곁으로 가셨다. 소식을 듣고 미국에서 사촌 언니가 왔는데 통곡을 하다가 고모들과 언니가 마지막 어미한테 절 올리라고 했더니 "저 교회 다녀요. 절은 절대로 못 올려요!" 정말 못된 사촌 언니였다. 그 뒤로 난 사촌 언니가 싫어졌다. 지금은 할머니 산소 옆에 계시는데 우리가 나갈 때마다 할머니 산소에 들려서 막내고모 산소에도 절을 올리곤 했었다.
굿을 하기 전에 악몽에 많이 시달렸다. 그래서 부족한 잠인데 악몽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건강도 더 나빠지고... 귀신 꿈은 매일이고... 그리고 현이가 나타나서 나를 해코지 하는 꿈을 계속 꾸었다. 꿈 속에서 얼마나 나를 괴롭히고 하는지... 꿈 속이지만 정말 무서웠다. 작년과 올해 굿을 두번이나 했고 이제 하나만 남았다. 굿을 한 뒤로 귀신 꿈도 안 꾸고 현이도 내 꿈에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악몽을 그만 꾸니 정말 살 것만 같았다. 가끔씩 자는데 누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잠을 깨곤 하지만...
간밤에 현이가 나타났다. 그런데 하나도 무섭지가 않았다. 전에처럼 무서운 얼굴도 아니고 나를 해코지도 안 하고 웃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잘 지내고 있단다... 그래야지... 아직도 그 웃는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너무 일찍 가버린 나의 동생과 사촌 현이... 보고싶고, 생각도 많이 난다. 한편으로 너무 밉다... 너무 일찍 가버려서... 그런데 오늘 난 기운이 하나도 없다. 그저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