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신경썼더니 지친다 - 섬세하고 세심한 사람들을 위한 실전 안내서
다케다 유키 지음, 전경아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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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본심을 소중히 여길 때 더욱 단단해진다!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들을 위한 위로와 응원, 더 이상 나를 탓하지 마세요!

 

 

  “사람이 많은 곳에 있으면 피곤해.”, “너무 생각이 많아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겠어.”, “저 사람, 나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 걸까?.”, “나도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싫다고 말하면 저 사람이 기분 나빠할까?”, “너 편한 대로 해. 나는 아무래도 괜찮아.” 섬세한 이들은 상대의 사소한 말투와 표정, 감정 그리고 주변 환경과 분위기에 특별히 민감한 편이다. 하지만 섬세한 사람이 ‘잘 느끼는’ 성질에 대해 누군가는 “너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별 것도 아닌 걸 일일이 신경 쓰고 그래?” 하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점점 타인과의 만남이 버거워지고, 새로운 일을 하거나 일상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도 소극적이 될 때가 많다. 지금까지 적은 글은 다른 누구도 아닌, 모두 나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간 나는 적당히 둔감해질 것을 무던히 애써왔다. 특히 관계 앞에서 상대방의 분위기에 나의 감정까지 좌지우지되었던 것을 최대한 모른 척 하거나 이도저도 할 수 없을 경우에는 그 자리를 피하는 쪽을 택했다. 또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보다 진짜 내 사람들을 살피는 데에만 마음을 쏟는 게 현명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다만, 아직까지는 타인지향적인 성격이 앞서서 나의 의견을 내세우기보다 타인의 의견에 맞추는 쪽이 더 편한 것은 변함이 없다. 엄마의 이러한 성격을 나의 첫째 아이가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도 마음에 쓰인다. 그나마 희소식라면 희소식인 것은 ‘섬세함은 환경에 의한 후천적인 것이 아니라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질이며, 선천적으로 키 큰 사람이 있는 것처럼 선천적으로 섬세한 사람이 있다’라는 사실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일레인 아론 박사에 따르면 다섯 명 중의 한 명꼴로 ‘선천적으로 타고나기를 섬세한 사람’이 존재하며, 이런 섬세함은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타고난 기질이라고 한다. 또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자 제롬 케이건의 조사에 따르면 섬세한 사람은 갓난아기 시절부터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같은 스트레스에 노출되었을 때 신경의 흥분과 관련된 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과 코르티솔도 다른 아이보다 많이 나온다고 한다. 『너무 신경 썼더니 지친다』의 저자 다케다 유키 역시 인간만이 아니라 어떤 종이든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개체’의 비율은 비슷하며 어쩌면 전체의 종이 잘 살아남기 위해서 일부 더욱 신중한 개체가 태어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한다. 즉, ‘섬세함’이란 나와 타인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더 살아남기 위해 택한 기질 중에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이 말은 어쩐지 위로가 된다.

 

 

 

섬세함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자

 

 

 

  『너무 신경 썼더니 지친다』는 섬세한 이들이 자신의 기질을 이해하고 자신을 소중히 여기면서 관계 속에서 행복해지는 노하우를 담은 실용서다. 타고난 섬세한 감각을 기준으로 자신에게 좋은 것, 나쁜 것을 구분하고 자신에게 맞는 인간관계와 직장환경에서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주목할 점은 섬세함을 극복해야 할 과제가 아닌 장점으로 본다는 데 있다. 저자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진심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가 섬세한 사람의 행복을 가르는 승부처라고 말한다.

 

 

 

  책은 총 5장에 걸쳐 섬세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술들을 소개한다. 본격적인 내용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1장에서는 섬세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이며 자신이 어떠한 기질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보고자 한다. 이를 테면 섬세한 사람의 특징은 ‘감지하는 능력이 특출’나다는 점이다. 사람의 감정, 자리의 분위기와 같은 인간관계에 관한 것에서부터 빛과 소리, 기온 등의 환경 변화까지 ‘자신의 내부에 있는 것’과 몸 상태, 자기 자신의 기분, 새롭게 떠올린 아이디어처럼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난 것’도 예민하게 감지해낸다. 때문에 세심하지 않은 사람보다 타인의 감정과 분위기에 자극을 받는 강도가 커서 더 빨리 지쳐버린다. 또한 느끼는 힘이 강하다 보니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문제와 재작업해야 할 상황을 재빠르게 알아차린다. 나아가 ‘이렇게 하면 저렇게 된다’라는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이 특징인 섬세한 사람들은 최선의 방법에 따라 행동하려고 하는 성향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한다. 이 외에도 책에는 섬세한 사람들의 특징을 다양하게 열거하고 있는데, 읽다보면 '어쩜 다 내 얘기야‘하고 탄식하게 된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각각의 특징은 저마다의 장점이 있음을 강조하며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과 기술을 제시한다.

 

 

 

세심한 사람에게는 마음이 푹 쉴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마음껏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과하게 받은 자극을 흘려보내면, 밝고 온화했던 본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여 새로운 자극을 즐길 만한 여유를 가져야 다른 사람과 함께 있고 싶고, 누군가와 왁자지껄 떠들고 싶은 마음도 생기는 것입니다. / 33p

 

 

“생각만 많고 행동을 하지 못해.” “최선의 방법을 찾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고 말았어.”

그렇게 깨달았을 때, ‘일단’을 도입하면 일상 업무와 생활이 훨씬 빨라집니다.

“방향성을 설명하고 나서 부탁하는 게 최선이지만 일단 데이터를 보여 달라고 하자.”

“그거 하고 나서 이걸 하는 게 좋겠지만 그건 지금 하지 못하니까…… 일단 이것부터 하자.”

처음에는 “사실 다른 방식으로 하는 편이 좋았는데!”라고 낙담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실제로 몇 번 해보면 “최선이 아니어도, 일이 굴러간다”는 걸 실감할 수 있습니다. / 40p

 

 

그건 마치 다양한 장난감이 들어있는 투명한 공(=의견)으로 가득찬 캡슐완구에서 억지로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공만을 꺼내려는 것과 같습니다. 상대방의 ‘정답’이라고 생각되는 공을 꺼내려고 하지만 다른 의견이 쓰인 공에 막혀 버리듯이, 말문이 막혀 ‘의견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나는 내 의견이 없어”라고 생각한다면, 먼저 마음이 편안해지는 장소를 골라 혼자서 마음껏 떠오르는 생각을 하나하나 종이에 적어보세요.

혹은 가족과 친구 등에게 “상사에게 이런 말을 들었는데요”라고 말해보세요.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상대와 대화를 나누다보면 의견이 술술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 47p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섬세한 감각의 세기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나는 이렇게 배려하는데 왜 저 사람은 나를 배려해주지 않지?” “나만 손해 보는 기분이야.” “나는 이렇게 속상한데, 저 사람은 내 마음을 알아주지도 않고 너무 무심해.” 이런 생각들로 인해 관계에 소원해질 때가 많다. 하지만 저자는 섬세하지 않은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는 자신의 감각과는 차이가 있다는 걸 꼭 알아두라고 조언한다. 섬세한 사람과 섬세하지 않은 사람은 가치관과 사고방식의 토대가 되는 ‘감각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섬세한 사람이 아무리 “알아달라”, “눈치채달라”고 호소해봤자 섬세하지 않은 사람이 ‘알아차리기’, ‘눈치채기’란 불가능하다. 섬세하지 않은 사람에게 없는 것(섬세한 감각)을 “알아 달라”고 요구해봤자 무리라는 뜻이다. 이에 섬세하지 않은 사람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각을 알아주기를 바라지 말고 이쪽에서 해주었으면 하는 것을 말로 알려주는 것, 서로 의논하는 것이 중요하다. 덕분에 나는 상대가 정말 몰라서, 알아채지 못해서 일어난 오해를 상대방의 무심함으로 돌린 것은 아닌지 반성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람이 떠남으로써 일시적으로 고독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얼굴에 드러내면서 하고 싶은 걸 하며 지내는 동안에, 반드시 “네가 좋아”, “당신도 멋지네”라고 말해주는 사람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모두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친구와 가족, 여태까지 맺어온 인간관계 속에서도 “그렇게 생각했었구나. 어떻게 하고 싶은지 말해줘서 기뻐”라고 당신의 기분과 의지를 존중하는 사람, 여러분을 소중히 대해주는 사람은 남을 것입니다.

진정한 자신을 드러내면 이렇듯 인간관계의 변화가 일어나면서 느긋하고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지낼 수 있는 관계가 늘어나게 됩니다. / 92p

 

 

섬세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일단 ‘별거 아닌 일을 부담없이 부탁하는’ 연습입니다.

작은 일이라도 부탁하여 도움을 받는 경험을 하다 보면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도 괜찮구나”라고 느끼게 됩니다.

“조금만 부탁해^^”는 섬세한 사람의 인생을 지탱해주는 말입니다. 사소한 일부터 부탁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그러면 누군가와 어느새 큰 고민도 상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 118p

 

 

 




 

 

 

 

  저자는 ‘섬세한 감각을 봉인하자’고 하는 것은 ‘눈 덮인 산에서 잠이 드는 무모한 행위’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감각이 마비되면 스트레스를 받아도 알지 못하게 되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심신 모두 피폐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섬세한 사람에게 섬세함이란 자신을 구성하는 중요한 일부분이며, 섬세함을 ‘좋은 것이다’라고 받아들여보자. 무엇보다 자신의 본심인 ‘이렇게 하고 싶다’라는 바람을 소중히 여기고, “나에게는 섬세한 면도 엉성한 면도 있어요. 그게 나입니다.” 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살아보자. 나도 이 책을 읽으며 그렇게 다짐해보기로 했다. “내가 느낀 감정이 나한테는 정답이었어!”라는 말을 주문처럼 삼아보면서.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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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매혹적인 고전이라면 -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고전 읽기의 즐거움 서가명강 시리즈 15
홍진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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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문학과 고전 문학 읽기의 즐거움을 단박에 선물하는 책!

이토록 재미있고 다양한 해설을 즐길 수 있다면 고전 문학에 대한 장벽은 낮아지지 않을까!

 

 

  몇 주 전, 나는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를 읽으며 또 다시 낭패감에 빠지고 말았다. 문장의 흐름대로 의식이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기존의 독서법으로는 쉬이 접근하기 어려운 데다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어 읽어가면서도 다시 첫 문장으로 돌아가야 하는 수고로움을 번번이 겪었기 때문이다. 그건 단지 『시지프 신화』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고전 문학을 읽을 때마다 앓게 되는 나의 고질병 같은 것이었다.

 

 

 

  물론 하루에도 수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볼거리도 넘쳐나는 시대에 어렵게만 느껴지는 고전 문학은 굳이 읽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과 세계에 대한 진지하고 변함없는 고민을 담고 있으면서 시대가 달라져도 끊임없이 회자되는 고전 문학에 대한 열망은 또 다시 나를 붙든다. 이처럼 좌절과 열망을 반복하는 고전 문학 읽기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현직 서울대 교수진의 강의를 엄선한 ‘서가명강(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열다섯 번째 시리즈 『이토록 매혹적인 고전이라면』은 바로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독자들을 위해 쓰인 책이다. 헤세, 괴테, 호프만스탈, 카프카에 이르기까지, 매혹적인 고전 읽기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고전 읽기의 즐거움

 

 

 

  서점에 방문했다가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눈에 띄는 한 책을 발견했다. 바로 『데미안』이다. 화제가 되고 있는 여러 책들 사이에서 꿋꿋하게 고전 문학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광경이 무척 흥미로웠다. 어째서 이 작품은 이토록 오랫동안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일까. 현대인들에게 있어 『데미안』은 어떤 의미일까, 궁금해졌다. 홍진호 교수는 우리가 『데미안』을 읽는 이유는 어쩌면 모두 인생의 중요한 한 순간을 공유하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그들에게 『데미안』은 책장 속에 꽂혀 있는 여러 소설들 중 하나가 아니라 삶의 가장 개인적인 부분에 연결되어 있는, 어쩌면 지나간 삶의 일부인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 중에서도 헤세가 끊임없이 우리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을 강조한 것이야말로, 20세기 초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방황하는 젊은 영혼들이 이 소설에 빠지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어떤 것이 가치가 있고 없는지, 삶과 가치의 모든 기준이 불분명한 방황의 시기에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밖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는,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보잘것없어 보이는 나의 내면에 존재한다는 것만큼 멋진 위로의 말은 없을 테니까.

 

 

 

  이처럼 『이토록 매혹적인 고전이라면』은 『데미안』이라는 고전 문학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그것을 즐기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해석’이라 부르는 세심한 독서와 성찰을 통해, 작품의 배경이나 당대의 가치관 또는 작품 밖으로 드러나 있지 않은 숨겨진 이야기 등으로 하여금 작품을 올바로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한편, 『데미안』이 문학작품은 ‘해석’을 거쳐야만 진정한 의미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작품이라면 괴테의 『젊은 베르터의 고통』 은 한 작품이 여러 해석의 층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는 한 번만 읽어서는 눈치 채기 어려운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비극적인 짝사랑이라는 줄거리 층위의 이야기(경험, 진정성), 그 아래 숨어 있는 계몽주의와 질풍노도 예술관의 대립, 기독교 안에 머무르지만 교리를 보다 자유롭게 해석하는 범신론적 종교관, 궁정과 공직사회 문화를 비판하면서 귀족 계급과 시민계급 사이의 정치적 갈등을 보여주는 정치관 등이 그것이다. 이와 같은 다양한 해석의 층위는 독자와 작품 간의 거리를 좁히고 좀 더 밀도 있는 독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다.

 

 

 

헤세가 유년기와 젊은 시절을 보낸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는 전통적인 인간관과 세계관, 가치체계가 붕괴되었지만, 아직 새로운 인간관과 세계관, 가치체계가 자리를 잡지 못한 혼돈 상태가 이어졌다. 개인의 삶으로 비유하자면 교육을 통해 배운 부모세대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이유 없이 거부하지만, 아직 이를 대체할 새로운 가치간과 세계관을 갖추지 못한 현대 유럽 문명의 ‘사춘기’와도 같은 시기가 바로 유럽의 세기전환기였던 것이다. / 57p

 

 

인간 개개인이 세계, 혹은 총체로서의 자연이 개별화된 존재이며, 개별화된 상태를 벗어나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때 삶의 고통을 극복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발상은 『데미안』에 나타난 헤세의 인간관과 일맥상통한다. 인간은 개별화된 존재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자연의 일부이며, 총체로서의 세계와 연결되어 있는 존재라는 것, 혹은 우리가 ‘나’로 인식하는 개인으로서의 인간은 작고 힘없는 존재이지만, 자연적 존재로서 내면 깊은 곳에 세계 전체를 가지고 있는 일종의 마이크로 코스모스라는 생각은 헤세와 니체, 쇼펜하우어를 하나로 묶어준다. / 65p

 

 

이 질풍노도는 1767년부터 1785년까지, 문예사조로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유행한 경향으로, 20대 초반의 젊은 작가들이 주도한 것이었다. 이들은 모든 것을 이성의 잣대로 판단하는 계몽주의적 예술에 반대하며, 직관과 천재적 영감, 격정적인 감정, 예민한 감수성을 다시 문학과 예술의 중심에 놓고자 하였다. 그리고 이 문학 운동의 핵심에 『젊은 베르터의 고통』을 쓰던 시기의 젊은 괴테가 있었다. / 126p

 

 

 




 

 

 

 

  앞서 헤세의 『데미안』, 괴테의 『젊은 베르터의 고통』처럼 익히 알려진 작품과 달리 책에는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작가의 작품이 하나 등장한다. 바로 호프만스탈의 「672번째 밤의 동화」다. 복잡한 해석 없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수수께끼와도 같은 작품도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품은 한 부잣집 남자가 하인의 누명을 풀어주러 시내에 나갔다가 말에 차여 죽는다는 비교적 간단한 줄거리를 하고 있지만 너무나도 긴, 뜻을 알 수 없는 묘사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수수께끼 같은 작품을 설명하기 위해 홍진호 교수는 세기말의 염세적인 분위기 속에서 등장한 유미주의라는 예술 사조를 끌어온다. 유미주의란 ‘아름다움’ 즉, 미의 창조를 예술의 유일한 가치로 삼는 것을 일컫는다. 호프만스탈은 소설 「672번째 밤의 동화」를 통해 최대한 유미주의적 이상을 가진 인물을 주인공으로 설정함으로써 결코 순수한 유미주의적 삶을 살아갈 수 없음을, 결코 “삶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음”을 보여줌으로써 유미주의적 삶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러한 진화의 원동력은 가능한 한 많은 개체를 생산해내고자 하는 자연적 의지, 즉 성적 욕망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생물의 내면에 존재하며 모든 생물을 진화로 이끄는 가장 본질적인 자연적 성질은 바로 성적 욕망이다. 인간 역시 자연현상이며 진화의 법칙의 지배를 받는 존재라면 그들의 본질을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다른 생물들과 다를 바 없이 바로 성 욕망이다. 오랜 기독교의 전통 속에서 항상 죄악으로 여겨져 은폐되고 억압되었던 성 욕망이 이제 인간의 본질을 이루는 성격으로 이해되기 시작한 것이다. / 166p

 

 

이렇게 본다면 문명의 끝자락에서 태어나 유미주의적 삶을 살아가다가 결국 유미주의적 삶의 내적 모순 때문에 몰락하고 마는 상인의 아들 이야기는 이율배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주인공의 죽음은 유미주의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자세를 드러내주지만, 동시에 유미주의적 삶을 체현하고 있는 주인공에 대한 연민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율배반은 이 이야기의 작가인 호프만스탈이, 이미 극복되어버린, 혹은 극복하는 과정에 있는 과거 자신의 모습이기도 한 섬세하고 예민한 젊은 유미주의자에 대한 연민을 드러내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연민은 구제할 길 없이 몰락할 수밖에 없는 자에 대한 연민이라는 점에서 우울한 정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 233p

 

 

 

  마지막으로 만나게 될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과 『시골의사』는 독자가 정보나 경험의 부족으로 해석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해석이 불가능한 작품의 예를 보여준다. 홍진호 교수는 수십 년에 걸친 평론가들과 연구자들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정설이라 할 만한 해석이 나오지 않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는 작품과 작가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프란츠 카프카라고 말한다. 저자는 ‘카프카의 작품을 해석한다는 것은 카프카의 작품을 올바로 이해하는 수단이라기보다는 작품을 즐기는 수단’이라고 표현한다. 이처럼 『이토록 매혹적인 고전이라면』은 작품과 작가에 대한 정보를 찾고, 이를 바탕으로 또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들을 함께 동원하여 작품을 해석해보고, 처음 읽을 때 해독할 수 없었던 내용을 하나씩 알게 되어갈 때 느끼는 즐거움을 알려주고자 한다. 최종적으로 작품 전체의 의미가 보이고, 작가의 의도를 깨닫게 될 때 느끼는 기쁨은 정서적 감동과는 전혀 다른, 지적인 울림이 큰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 책을 읽고 나면 고전 문학에 대한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어서 빨리 소개된 작품들을 읽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국내 번역본 중에 호프만스탈의 작품이 거의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환상문학은 몇 가지 공통적인 성격을 갖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초자연적 사건이 벌어진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와 일상생활을 결정짓는 법칙성이 깨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것은 안정적으로 보이는 우리 세계의 질서가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환상문학이 현실비판적인 성격을 가진다면, 이는 바로 초자연적 사건으로 생겨난 이러한 ‘세계의 균열’ 때문이다. / 270p

 

 

카프카는 벌레로의 변신이라는 초현실적 상징을 사용함으로써 현실세계의 모순을 보다 강조하여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초자연적 사건을 활용하여 독자를 우선 현실세계 맥락에서 멀리 떼어놓았다가, 알게 모르게 다시 접근하여 현실세계의 모순을 눈앞에 덜컥 던져놓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어쩌면 그동안 너무나 익숙한 것으로, 어쩌면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을 현실 문제를 다시 한 번 충격적인 방식으로 인지하도록 만들어준다. / 276p

 

 

 




 

 

 

 

  사실 고전 문학을 읽다보면 책의 말미에 수록된 해석을 읽는 것조차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에 비해 『이토록 매혹적인 고전이라면』은 비교적 다양한 층위에서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되어 있어 유쾌한 지적 탐험을 한 듯한 기분이다. 이 책으로 하여금 독일 문학에 보다 관심을 갖게 되었을 뿐더러 당시 독일의 시대 상황과 문학 사조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믿고 읽는 서가명강 시리즈답게 독일 문학과 고전 문학에 대한 흥미를 한껏 끌어올려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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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 배워야 합니다 - 평범한 일상을 바꾸는 마법의 세로토닌 테라피!
이시형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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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고 싶다면 세로토닌에 주목하라!

일상의 우울을 떨쳐버리고 삶의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세로토닌에 대한 모든 것!

 

 

  『행복도 배워야 합니다』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신과 의사이자 뇌과학자인 이시형 박사의 신작이다. 전작 『세로토닌하라!』와 더불어 총 세 권에 이르는 세로토닌 서적을 통해 복잡하고 시끄러운 사회적 이슈의 원인을 세로토닌 결핍으로 진단한 저자는 이번 신작에서도 세로토닌에 주목한다. 부제인 ‘평범한 일상을 바꾸는 마법의 세로토닌 테라피’에서 알 수 있듯, 코로나19로 인해 위기감과 불안 고조된 현실 속에서 일명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을 통해 삶의 활기를 회복하고 행복을 얻는 방법을 소개한다. 그렇다면 세로토닌이란 과연 무엇일까. 무기력과 권태에 빠진 사람들에게 필요한 세로토닌 테라피란 또 무엇일까.

 

 

 

행복하고 싶다면 세로토닌에 주목하라

 

 

 

  뇌 과학이 발달하면서 마음은 추상적인, 형이상학적인 것이 아니라 뇌에 있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뇌 속에는 많은 정보전달물질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우리의 마음은 이른바 마음의 3요소라 불리는 세 가지 물질에 따라 상태가 결정된다고 한다. 뇌내의 위기관리센터 역할을 하지만 과잉 시 우울증을 비롯해 각종 신경증, 공포증 같은 정신병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노르아드레날린’, 쾌감과 의욕을 일으키지만 결핍 시 좌절, 실망, 허탈감 나아가 파킨슨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도파민, 몸과 마음을 조절하고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하는 ‘세로토닌’이 바로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세로토닌은 약 150역 개에 이르는 뇌의 신경세포에 비하면 불과 수만 개에 이르지 않을 만큼 수는 적지만 전 뇌에 분포되어 있어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 전 뇌에 지령을 하달하여 전체적으로 조율하고 통합된 기능을 담당하는데, 특히 세로토닌의 강력한 조절력은 극한의 상황이나 내적 환경을 잘 조정함으로써 정서적, 신체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뇌피질의 걱정거리 등을 살짝 억압함으로써 우리의 심신을 편안하게 해준다. 숙면을 하게 함으로써 피로 회복은 물론이고 체내 리듬을 자연 리듬과 조화시켜 규칙적인 생활 리듬이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이유로 저자는 뇌 과학적인 해석에 의하면 세로토닌이 분비된 상태야말로 곧 행복이라 정의한다.

 

 

 

세로토닌의 주요한 역할 중 하나는 조절력이다. 세로토닌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뇌 전반의 균형을 조절하고 있다. 뇌가 극단으로 가지 않게 균형을 잘 잡아야 평상심을 유지하고 뇌가 제대로 돌아간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세로토닌의 이런 균형 잡기, 조절 기능이 잘 작동하지 않으면 뇌 기능 전반에 문제가 생긴다. 이상적으로 세로토닌 기능이 잘 돌아가면 좋겠지만 뇌는 워낙 그 기능이 복잡 미묘하기 때문에 세로토닌의 균형 기능이 한결같을 순 없다. 이유가 어디 있든 이런 불균형 상태가 생기면 이를 교정하는 게 세로토닌 테라피이다. / 17p

 

 

 




 

 

 

 

  앞서 설명한 바에 따르면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세로토닌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저자는 햇빛, 리듬 운동, 충실한 식사, 잘 씹어 먹기, 복근 호흡, 감사 기도, 밝은 미소, 스킨십, 그루밍 등 행동 요법과 인지 요법을 두루 망라하여 소개한다. 특히 야간 근무가 많거나 취침 시간이 늦은 한국 성인들에게는 늦어도 밤 11시 전에는 취침할 것을 권장한다. 밤 10시~새벽 2시 사이는 성장 호르몬이 분비되는 시간이므로, 이때 자야지 피로 해소, 기억력 정착, 지방 분해 효소 활동, 피부 대사 활성 등 참으로 중요한 기능이 제대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많은 학자들이 이 시간에 자는 첫잠 90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질 좋은 수면 환경을 스스로에게 잘 제공하고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겠다.

 

 

 

  이와 더불어 변화 없는 일상에 지쳐 있는 현대인들에게 ‘아침에 눈을 뜨면 설렘이 있습니까?’ 하는 질문은 우리가 새겨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저자는 아침에 눈을 뜨면 설렘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설렘만큼 세로토닌이 활성화된 것을 느낄 수 있는 지표는 없다고 말이다. 그러고 보면 나의 경우 내가 읽고 싶거나 읽을 책이 기다리고 있을 때가 가장 설레는 것 같다. 오늘 도착할 책을 기다리며 그 속에는 어떤 내용이 있을까, 나에게 얼마나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줄까 하는 기대 심리가 아침을 들뜨게 한다. 나는 무엇에 설레어 하는지 혹은 설레기 위해 오늘 하루 무엇을 할 예정인지 생각해보는 것, 그것에서부터 출발해보면 어떨까.

 

 

 

우선 걷기 위해선 일상의 공간을 떠나야 한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자극을 받으면 뇌 속에 새로운 회로가 생긴다. 일단 하는 일을 접고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해방감이 들면서 스트레스가 가신다. 이게 기분 전환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침침한 방에서 나오면 밝은 태양 빛이 직접 망막을 자극해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시킨다.

책상 앞에 앉아 있던 웅크린 자세가 걸을 때는 반듯해진다. 이것만으로도 세로토닌 분비가 촉진된다. 거기다 바람과 하늘을 느끼면 감정 뇌인 대뇌변연계의 편도체가 자극되어 쾌적 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활력이 넘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주의를 기울여 5분만 걸어라. 행복해진다. / 187p

 

 

아이를 타이를 때도 걸으면서 해보자. 한결 설득력이 있다. 함께 걸으며 싸우는 사람은 없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 때문만은 아니다. 리듬 운동으로 마음이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방 안에서 꾸중을 할 때는 언성이 높아지고 장광설이 되기 쉽다. 함께 걸으면서 이야기하자. 어깨동무라도 하면 더 좋다. ‘너를 믿는다’, ‘너를 아낀다’, ‘너를 사랑한다’는 표시다. 이런 스킨십만으로도 세로토닌이 분비되어 아이의 마음이 편안해진다. / 193p

 

 

세로토닌 결핍 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이 강박증이다. (…)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아무리 애써봐야 결국 증상에 굴복해 또 확인하러 나가야 한다.

이때 동원되는 게 역설지향 기법이다. ① 안 하려고 애쓰지 말자. (결국 지는 싸움인데) ② 오히려 더 해라. (다섯 번보다 열 번을 체크해라.) 환자는 다섯 번으로 충분한데 열 번을 하라니, 이해가 잘 안 된다. 그러나 그렇게 함으로써 나는 증상에 지는 사람이 아니고 증상을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이 생긴다. 이 기법을 쓰면서 세로토닌 활성 기법을 병용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올릴 수 있다. / 181p

 

 

 




 

 

 

 

  우울증 및 자살, 강박증, 중독, 공격 충동성, 공황장애, 섭식장애, 수면장애, 만성피로, 스트레스에 취약, 심신의 노화 촉진, 이들은 세로토닌 결핍 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이라고 한다. 현대인들이 하나쯤은 앓고 있거나 만성으로 안고 있는 질환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 속에 적혀 있는 저마다의 사연과 고민들 역시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서 읽는 내내 나의 상황에 이입해서 읽게 되었다. 결국 행복은 끊임없이 배우고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하는 순간에 찾아온다는 것을 여실히 깨달았다. 이 책이 코로나19로 우울감에 빠져 있는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치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울러 책 속에 작은 편지지 하나가 있는데, 책의 내용과 관련된 고민을 적어서 보내주면 이시형 박사가 직접 답장을 해준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볼 수 있는 좋은 시간으로 삼아보시기를 추천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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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기사 열린책들 세계문학 264
레오 페루츠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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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순간 레오 페루츠란 이름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운명이 엇갈려 다른 인생을 살게 되는 두 남자에게서 인생의 희비극과 기막힌 반전을 읽게 되는 작품!

 

 

 

내 아버지 스웨덴 기사는 영원히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한밤중에 잠을 깨우던 작은 노크 소리도 다시는 들리지 않았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스웨덴 군대에서 열심히 전투에 참여하고 있다던 그 시기에, 또 말에서 떨어져 죽었다던 그 시기에, 아버지는 어떻게 그리도 자주 한밤중에 내 방을 찾아와 창문을 두드릴 수 있었을까? 만약 아버지가 죽은 게 아니라면, 왜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을까? 그것은 내 평생 풀리지 않는 어둡고 슬픈 미스터리로 남았다. / 14p

 

 

 

  레오 페루츠의 소설 『스웨덴 기사』는 마리아 크리스티네 폰 블로메라는 한 여인의 미스터리한 고백으로부터 시작된다. 18세기 초, 스웨덴의 왕 칼 12세가 이끄는 군대의 장교로 있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다. 스웨덴 기사라 불리던 그는 무려 5백 킬로미터나 되는 먼 거리에서 왕이 이끄는 전투에 참여하고 있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한밤중에 자신의 방을 찾아와 자주 창문을 두드리곤 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말에서 떨어져 죽었다던 그 시기에, 어떻게 아버지는 자신을 만나러 올 수 있었던 걸까. 소설은 바로 이 수수께끼 같은 의문으로부터 출발해 독자들을 단숨에 빠져들게 한다.

 

 

 

엇갈린 운명의 두 남자 그리고 또 한 번의 운명적인 만남

 

 

 

  소설의 진짜 이야기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701년 초의 몹시 추운 겨울날, 농가의 헛간에서 만나 친구가 된 두 남자로부터 시작된다. 이들은 장터를 떠돌며 닥치는 대로 훔치다가 붙잡혀 교수형을 당하기 직전에 도망친 이름 없는 도둑과 군사 법정에서 사형을 언도받자 이에 탈영하여 도주 중인 스웨덴 귀족 청년이다. 우연히 길에서 만나 동행하게 된 두 사람은 탈영한 병사를 쫓는 용기병들을 피해 달아나면서 연일 거친 눈보라와 지독한 굶주림을 겪느라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지만, 함께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겨우 버려진 물레방앗간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도둑은 귀족 청년 토르네펠트로부터 한 가지 부탁을 듣는다. 란켄 마을의 클라인로프 장원으로 가서 자신의 대부를 만나 이곳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돈과 옷, 말 한 마리를 보내달라고 전하라는 것이다. 혹시나 자신의 부탁을 의심하면 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반지를 보여주고 대부의 딸과 유년 시절에 함께 겪었던 일화를 들려주면 될 것이라 덧붙이면서. 그렇게 도둑은 용기병들한테 붙잡히면 즉각 처형당할지도 모를 위험한 여정이 되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운명을 시험해보기로 하고 길을 나선다.

 

 

 

그곳은 종교 재단의 영지로, 그 안에는 대장간과 쇄광장, 채석장, 용광로, 소성로 등의 시설물이 있었다. 저 멀리 지평선에서 소성로의 불꽃이 혀를 날름거리는 게 보이는 듯했다. 예전에 그가 도망쳐 나온 곳이었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불길뿐인 곳. 시뻘건 불길과 시커먼 연기가 자옥한 곳. 그곳에서는 산송장이나 다름없는 사람들, 도둑들, 떠돌이들이 쇠사슬에 묶여 고통스러운 신음을 토하며 수레를 끌었다. 교수대를 피해 달아났다가 지옥에 떨어진 그의 형제들이었다. / 27p

 

 

「맙소사, 스웨덴 왕이라고!」 방앗간 주인의 목소리가 갑자기 날카로워졌다. 「맞아, 어쩌면 타타르인과 중국의 황제를 물리치는 방법에 대해 네 충고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네. 그자는 어찌나 겁쟁이인지, 명예를 지키지 못하면 다리가 부어오를까 봐 두려워하고 있거든. 넌 그런 데 들어가 출세해 보려는 거냐? 거기서는 일당으로 4크로이처를 준다더군. 하지만 분필과 파우더, 구두약, 연마제 같은 것을 사고 나면 남는 게 하나도 없겠지. 병사의 운은 가난한 농부의 척박한 땅에서 나는 곡식과 같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해. 병사의 운은 절대 무럭무럭 자라지 않는다는 말이야.」 / 40p

 

 

 



 

 

 

 

  영민한 독자들이라면 이쯤에서 소설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이들의 엇갈릴 운명을 예측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귀족 청년 토르네펠트를 대신해 클라인로프 장원에 도착한 도둑은 그곳에서 아랫사람들한테 속아 빈털터리나 다름없게 된 가난하고 어린 영주이자 토르네펠트의 약혼자인 마리아 아그네타에게 한 눈에 반하게 된다. 도둑은 비열한 고리대금업자와 게으르고 이기적인 하인들에게 둘러싸인 이 가련한 아가씨를 보며 자신의 운명을 뒤바꿀 놀라운 계책을 떠올리게 되고, 토르네펠트에게로 돌아가 장원은 빚더미에 올랐으며 아가씨는 자신의 약혼자를 기억하지도 못한다고 거짓말을 한다. 결국 스웨덴 왕 밑으로 들어가 큰 공로를 세울 것이라고 허세를 부렸던 토르네펠트는 주교의 지옥이라 불리는 곳에서 강제 노역을 하게 되고, 반대로 도둑은 성물을 훔치는 도적단의 대장이 되어 약탈한 돈으로 클라인로프 장원을 산 뒤 토르네펠트의 이름을 사칭해 마리아 아그네타와 가정을 이룬다. 신분이 바뀌어버린 두 남자, 그렇게 두 사람의 운명이 엇갈리게 된 것이다.

 

 

 

「저 아가씨는 그 애송이 귀족을 여전히 마음에 품고 있군. 따뜻한 난로 앞에서는 허세를 부리지만, 칼바람 속에서 산길을 걸을 때면 끊임없이 징징대며 훌쩍이는 그 허약한 귀족 소년을. 아가씨는 자신을 까맣게 잊은 그 멍청한 귀족을 위해 여태 정절을 지키고 있어! 머릿속은 스웨덴 칼 왕이 일으킨 전쟁에 참가할 생각으로 가득하고, 그곳에 가는 것을 도울 털모자와 돈이 든 지갑, 비단 양말, 콧물을 닦을 호박단 손수건을 얻어 낼 생각뿐인 그 멍청한 귀족을 위해서!」 / 83p

 

 

 

「그게 무슨 황당한 소리지?」 방앗간 주인이 소리쳤다. 「나랑 같이 편안한 인생을 살러 가지 않는다고? 이 멍청아! 지금 이 지방에는 온통 전쟁과 살인, 화재, 페스트가 창궐했지만 주교님의 땅만은 평화로워.」

「내가 원하는 건 평화가 아니에요.」 도둑이 대답했다. 「저는 세상으로 들어가 제가 자유인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싶어요.」 / 95p

 

 

 

  떠돌이 도둑에서 성물 도적단으로, 그리고 스웨덴 기사로 자신의 운명을 바꿔가며 이제는 어엿한 영주이자 사랑스러운 딸의 아버지가 된 도둑에게 밝은 미래가 펼쳐질 것 같지만 운명은 그를 쉽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저택과 농장, 사랑하는 아내와 애지중지하는 딸아이 등 그가 제 것이라고 믿는 것들은 단지 누군가에게서 잠시 빌린 것일 뿐, 때가 되면 다시 돌려줘야 할 것 같은 우울한 기분이 그를 괴롭히는 까닭이다. 설상가상으로 그가 한 때는 도적이었으며 진짜 토르네펠트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이 그의 목을 서서히 조여 든다. 마침내 턱밑까지 추격해 들어온 이들로 인해 궁지에 몰린 도둑은 자신이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진실이 만천하에 드러나 사랑하는 아내와 딸의 이름을 더럽히느니 차라리 스웨덴 군대에 가는 것을 자청하고 전쟁터에서 명예로운 죽음을 선택하기로 한다. 그리고 이 선택은 그를 또 다른 운명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게 하고, 다시 한 번 토르네펠트와 재회하는 기막힌 반전을 마주하게 된다.

 

 

 




 

 

 

 

  소설의 앞부분에서 도둑의 딸이 남긴 수수께끼 같은 고백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소설은 초반부터 내내 품고 있었던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가지고 질주한다. 그러다 이내 엇갈린 두 남자의 운명이 극의 말미에 다시 교차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수수께끼 같은 의문에 대한 놀라운 반전을 던진다.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같은 유명한 대사처럼, 독자들은 그간 모호했던 것들이 마지막 문장에 이르러 한순간에 재정비되면서 실은 매우 정교하고 철저한 계산 끝에 완성된 영민한 작품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저자도 귀족이었군. 그런데 문장이 새겨진 방패까지 가진 남작이라는 자가 하는 짓이 어찌 저리 비열할까. 고리대금업자는 귀족의 명예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모르는 건가? 저런 비열한 귀족이 되느니, 차라리 지금처럼 시궁창에서 뒹구는 쪽을 택하겠어.」 / 59p

 

 

「그들은 악당이 아니라 불쌍한 백성일 뿐이에요.」 소녀의 칭찬에 우쭐해하며 덥수룩한 수염을 쓰다듬는 대장을 보며 도둑이 중얼거렸다. 「하루에 빵 한 조각과 허름한 지붕이라도 좋으니 몸을 누일 곳만 있었다면 그들도 성실하게 살았을 거예요. 하지만 세상은 늘 불공평한 법이죠. 여기 이 집에 있는 하인들은…….」 / 78p

 

 

<쳐라 쳐!> 도둑은 이를 악 물고 쇳소리를 냈다. <내 비록 고귀한 귀족의 피는 타고나지 못했지만 악독한 고리대금업자는 아니야. 쳐라 쳐! 내 비록 천민이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돈과 마차와 말을 빼앗지는 않아. 쳐라 쳐! 귀족이라며 뽐내던 콧수염 남자는 대장의 검을 보고 꽁무니를 내뺐고, 토르네펠트는 전쟁에 참가할 거라고 노래를 부르면서도 손가락이 동상에 걸릴까 봐 겁을 먹지. 쳐라 쳐! 나는 그런 자들과 달라. 나는 그들보다 훨씬 나은 귀족이 될 거야!> / 88p

 

 

 

  『스웨덴 기사』는 역사와 종교, 선과 악, 현실과 환상과 같은 형이상학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마치 대중소설처럼 흥미진진하고 속도감 있게 잘 읽힌다. 고전 작품에서 흔히 보게 되는 관념적이고 모호한 문장이 아닌, 간결한 문장과 이야기 중심의 전개는 독자를 단숨에 몰입하게 만든다. 참 오랜만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푹 빠져서 읽었다. 무엇보다 가난한 천민들의 성실함을 믿을 줄 알고, 능력도 없으면서 허세만 가득하거나 몰염치한 귀족에게 냉소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는 작가의 시선이 묵직해서 더 좋았다. 재미와 의미, 고전의 가치를 동시에 갖춘 작품을 찾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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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2-01-27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보니까 읽고싶어지네요. 잘 읽고 갑니다🙂

투콤마 2022-01-28 22:2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은 책이예요. 추천 드려요^^ 즐거운 설 연휴 보내세요~~
 
십대, 4차 산업혁명을 이기는 능력 - 고사성어로 준비하는 미래형 인재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10
임재성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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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기회로 만드는 방법!

고사성어의 힘을 통해 불안한 미래 시대를 준비하는 법을 배우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어느 덧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혁 앞에서 코로나19는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의 미래를 더욱 예측할 수 없게 만들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은 특히 십대 청소년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가중되고 있다. 책상에 앉아 열심히 공부만 하는 것으로는 더 이상 미래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뿐더러,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현존하는 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은 두렵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격변하는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이후 또 발생하게 될지 모를 팬데믹의 혼란 속에서 청소년들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하고 불안을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자신만의 무기를 발견할 수 있을까. 『십대, 4차 산업혁명을 이기는 능력』은 바로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나가는 책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기는 다섯 가지 능력

 

 

 

  인문학적 성찰을 바탕으로 자기 삶을 개척하는 데 도움을 주는 ‘비전 헬퍼’ 임재성은 아무리 예측이 불가능하고 불안한 시대가 다가와도 그것을 이겨낼 능력이 준비되어 있다면 더 이상 불안에 떨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십대, 4차 산업혁명을 이기는 능력』에서는 오랜 세월이 흘러서도 우리 곁에 남아 삶의 지혜를 선물하는 고사성어의 힘을 빌려와 십대 청소년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인재로 거듭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배우는 온고지신과 같은 마음으로, 고사성어에 얽힌 일화와 메시지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맞는 역량을 익히자는 것이다. 무엇보다 책에서 소개하는 다섯 가지 역량을 단 하나라도 실천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어느 순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거뜬히 이겨낼 수 있는 인재로 거듭나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책에서 강조하는 다섯 가지 힘은 ‘질문의 힘’, ‘생각의 힘’, ‘쓰기의 힘’, ‘창조의 힘’, ‘태도의 힘’으로 요약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첫 번째인 ‘질문의 힘’에서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가 원하는 삶이란 무엇인가, 나는 나를 정말로 사랑하고 있는가, 내 삶의 선택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와 같이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질문들과 마주하게 한다. 이를 테면 지피지기 백전불태와 같은 고사성어를 통해 인생의 갈림길에 서거나 삶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현재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독려한다. 자신이 살아가고 싶은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있는지, 아니면 주위의 시선과 강요에 의해 선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에서 계륵이라는 고사성어를 빌려오기도 한다. 다시 말해 인생에서 진짜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이며 왜 그것을 하고 싶은지, 왜 그것이 중요한지 질문을 던짐으로써 자기 내면을 바라볼 것을 조언한다.

 

 

 

심리학이든, 철학이든, 문학이든, 인문학에서 추구하는 것들은 모두 위와 같은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살 것인지, 원하는 인생은 무엇인지 답을 찾는 과정을 저마다의 방법으로 접근해 풀어나간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할 핵심 열쇠는 바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어느 누군가 대신해줄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을 사랑해야 진짜 사랑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오롯이 자신을 만나야 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조차 미봉책을 쓴다면 희망찬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미봉책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완전한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걸 명심하자. / 30p

 

 

 




 

 

 

 

  4차 산업혁명은 주입식 암기가 아니라 스스로 알아내는 힘을 갖춘 인재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두 번째 ‘생각의 힘’에서는 생각의 근력을 키우는 법을 강조한다. 알아내는 힘은 단기간에 강화되지 않기 때문에 생각의 근력이 단단해지고 향상돼야 완성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각의 근력은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까. 저자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로 독서를 꼽는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창의적인 생각은 책을 제대로 읽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진짜 무기가 될 ‘쓰기의 힘’ 역시 잘 읽는 것이 핵심이다. 좋은 책을 읽고 다른 사람과의 토론을 통해 대화와 질문을 나누는 과정을 거쳐볼 것, 그런 다음 발췌와 요약 혹은 자신의 생각을 적어보는 글쓰기 훈련을 통해 생각의 근력을 탄탄히 길러낸다면 반드시 알아내는 힘은 강화될 것이라 조언한다.

 

 

 

배움의 진정한 목적은 지식과 정보를 활용해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에 있다. 문제를 알아보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여기에 다다르게 하는 것이 의문과 질문 그리고 답을 찾는 과정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미래에 어떻게 펼쳐질지 의문이 생긴 사람은 그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알고 싶고 해결하고 싶은 욕구가 물음으로 이어진 것이다. 물음을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의미 있는 답을 찾기 위한 과정으로 연결된다. 이렇게 선순환 고리가 형성되면 어둠 속에서도 더듬어 찾아내는 능력이 갖춰진다. / 71p

 

 

기본적인 글쓰기 기술만 익혀 몸에 장착해도 든든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첫째, 일단 써야 한다.

둘째, 문법 오탈자보다 글의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문장은 되도록 짧게 쓴다.

넷째, 단락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쓴다.

다섯째, 보여주는 글을 쓴다.

여섯째, 글을 읽을 사람을 생각하고 쓰면 좋다.

일곱째, 마지막으로 자신이 쓴 글을 잘 고쳐야 한다. / 102p

 

 

 

  이어 미래형 인재에게 반드시 요구되는 ‘창조의 힘’을 통해서는 어떠한 어려움에도 굽히지 않고 도전하는 정신에서 창의적인 산물이 탄생한다는 의미로 백절불요의 정신을 강조한다. 모든 분야에 능통하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찾고 그 분야에서 특출한 능력을 발위하면 창의적인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뜻에서 백미라는 고사성어를 찾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미래 시대를 받아들이는 유연하고 현명한 사고를 이끄는 ‘태도의 힘’이야말로 다섯 가지 힘 중에 가장 중요히 생각해야 할 게 아닐까 싶다. 저자 역시 사회지능, 즉 공감하는 능력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요소라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인성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재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마침표와도 같다는 저자의 말은 인상적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세운 싱귤래리티 대학교에서 강조하는 것도 인류에게 선한 영향을 끼치는 사람, 즉 바람직한 인성을 품은 사람이 인공지능을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인간을 초월하는 기술을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고장난명, 십시일반의 의미를 마음에 새기며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되길 기대하는 이유다.

 

 

 

10대 시기에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내는 일은 쉽지 않다. 수없이 실수하고 실패하기 마련이다. 실수와 실패는 부끄럽거나 실력 없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당연하게 따라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수나 실패를 대하는 태도다. 실수하고 실패할 때 그것을 대하는 생각과 자세가 창의성을 향상시키거나 없앨 수 있다. 실수하거나 실패할 때마다 때로는 뻔뻔하게, 또 어떤 경우에는 담대하게, 저돌적인 자세로 무장해야 한다. 무례함을 무릅써야 할 때도 있다. 어떤 경우에도 시도하고 도전하겠다는 마음만 있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 127p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어떤 신기술이 나올지 예측하기 힘들다. 하루가 다르게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을 하도록 이끈다. 어제의 삶과 태도와 오늘의 삶의 태도를 완전히 달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런 급변하는 시대에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려면 변화에 적응하는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 과거의 선입견과 편견이 아니라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과 생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유연한 자세가 준비돼야 한다. 새로운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유연하게 대처하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에게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다. 변화에 적응하려는 유연한 태도만 준비돼도 미래는 불안이 아니라 희망으로 다가온다. / 156p

 

 

 



 

 

 

 

  이렇듯 『십대, 4차 산업혁명을 이기는 능력』은 인공지능과 첨단 기술의 입지가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속에서 어떻게 하면 십대 청소년들이 불안에 떨지 않고 적극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걸맞은 인재로 거듭날 수 있을지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내가 갖고 있는 역량은 무엇이고 무엇을 갖추어야 하는지 궁금한 청소년들에게 적극 추천할 만하다. 아직 일곱 살에 불과하지만 내 아이를 어떤 방향으로 지도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부모의 입장에서 배울 점이 많았던 책이기도 하다. 이 책으로 하여금 많은 독자들이 복잡하고 불안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현명하게 준비할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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