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침마다 삶의 감각을 깨운다 - 자존감을 높이는 아침 1분 루틴
고토 하야토 지음, 조사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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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을 높이고 원하는 나를 만드는 아침의 힘!

짧지만 강력하고 소소하지만 놀라운 아침 사용법!

 

 

 

 

  심리학자 댄 길버트는 18~68세 연령대의 사람들은 향후 10년간 자신이 경험할 변화에 대해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며 이를 ‘역사의 종말 환상’이라 표현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스로를 ‘완성품’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내 인생이 과연 달라질 수 있을까?’라며 미래의 변화보다는 현재의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 믿는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변화나 성장에 대한 갈망은 막연하게나마 늘 있어왔지만 ‘그래봤자 내 인생에 더 이상의 큰 변화는 다시 없겠지’ ‘사람이 그리 쉽게 변하진 않지’ 하고 결국 안정과 지속을 택하고 만다. 이런 저런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변화의 욕구와 동기를 얻어 보곤 하지만 그마저도 그때뿐이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턴가 나는 거창한 목표나 가치를 추구하는 자기계발서보다는 작고 사소하더라도 행동력을 요구하는 책이 마음에 끌린다. 짧지만 강력한, 아침 1분 루틴을 강조하는 『나는 아침마다 삶의 감각을 깨운다』는 그런 의미에서 주목해 볼 만한 책이다.

 

 

 

사소한 습관 하나로 변화의 하루가 시작된다

 

 

 

  매일 알람을 5분 간격으로 맞춰놓고 최대한 미루고 미루다 일어나고야 마는 아침, 겨우 눈을 떠도 이불 밖으로 쉽사리 나가지 못하는 의욕 없는 몸뚱어리, 겨우 지각을 면할 수 있을 정도로 빠듯하게 움직이고 나면 이내 ‘어제 그냥 일찍 잘 걸’ 하고 반복하게 되는 후회들. 나를 비롯해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서 보게 되는 흔한 아침 풍경이다. 하지만 『나는 아침마다 삶의 감각을 깨운다』의 저자 고토 하야토는 자존감이 높은 하루를 만들고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바로 이 ‘아침 시간’이야말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순환으로 인해 자신감이 무너지던 시점에 아침 시간의 중요성을 알게 되면서 계획한 대로 삶을 꾸리고 매일 조금씩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가 소개하는 아침 사용법은 거창한 게 아니다. 매일 아침 단 1분, 아침을 개운하게, 하루를 상쾌하게 완성시켜줄 매우 사소하지만 강렬한 아침 루틴을 소개한다.

 

 

 

잠에서 깬 뒤 1분, 바로 활동을 시작하기에는 부담스럽고 다시 잠을 청할 수는 없는 살짝 모호한 이 시간에 내가 바라는 오늘 하루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멍하니 흘려보냈던 이 시간이 완벽한 하루를 만드는 마법의 시간이 될 것이다.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짧게 떠올리며

오늘 하루 다 잘될 거라고 마음속으로 확신한다. / 16p

 

 

 

  그가 소개하는 아침 사용법은 대략 이렇다. 잠에서 깬 뒤 1분, 출근길에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이나 마음에 드는 옷을 입은 모습 혹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식사 등 사소하지만 나를 기분 좋게 해주는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려본다. ‘아,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상황을 머릿속으로 상상해보는 것이다. 캐나다 비숍 대학에서 열린 한 실험에서는 실제로 운동을 시행한 그룹 못지않게 머릿속으로 운동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비슷한 체력 증진 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결과였다. 상상 속 모습일지라도 잠재의식은 상상 속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이라 인식하고 하나의 성공 체험으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침 1분, 머릿속 연습을 통해 좋은 기분을 떠올리며 완벽한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그려보자. 꿈꾸던 나를 만드는 건 바로 머릿속 연습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어제와 다른 결과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어제와 다른 행동을 해보자. 사고가 멈춘 것 같거나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을 때는 평소 하지 않던 행동을 시도해본다. 뇌는 익숙한 상황과 행동을 좋아하는 속성이 있어서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는 순간 깜짝 놀란다. 그러고는 ‘어, 이건 뭐지?’ 하며 허둥지둥 대책을 세운다. 또 행동이 달라지면 눈에 들어오는 것도 달라지기 때문에 사고도 변화에 대처하고자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 25p

 

 

단 5분, 좋은 기분을 갖게 하는 작은 행동만으로도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문제해결 능력이 향상되며,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매일 아침 5분만 활용해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식물을 가꾸는 등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행동을 해보자. 사소한 행동이 만들어내는 긍정의 기운으로 뇌가 깨어나고, 활력이 넘치는 하루를 보내게 될 것이다. / 79p

 

 

 



 

 

 

 

  하루를 시작하는 최고의 의식으로 1분만 뜨거운 물줄기 맞기를 소개하기도 한다. 일본의 한 연구에 따르면 아침에 커피를 한잔 마신 후의 상쾌함과 아침 샤워 후의 상쾌함을 비교해봤더니 샤워가 커피보다 몇 배 이상 효과가 컸다고 한다. 실제로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면 자율신경의 교감신경이 자극을 받아 뇌가 각성되는데, 아무 생각 없이 물줄기를 맞고 있다 보면 마음이 안정되면서 종종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많다고 한다. 이 외에 나만의 테마송으로 하루의 기분 완성하기, 열 개의 목표를 쓰고 매일 아침 읽어보기, 오디오 강연을 들으며 지겹던 출근길을 가능성 발견의 시간으로 바꿔보기, 상대를 기운차게 하는 인사말 해보기 등도 짧지만 훌륭한 루틴으로 실천해볼만 하다.

 

 

 

상대를 기운차게 하는 말은 당연히 나에게도 힘이 된다. 즉 인사를 하면 내 뇌도 기분이 좋아진다. 뇌가 기분 좋아지면 플러스 파동이 일어난다. 뇌가 플러스 파동으로 가득 차면 또 다른 플러스 파동이 일어나 결과적으로 좋은 기운을 끌어들인다. 기분 좋은 아침 인사로 사람도, 운도 내 편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 85p

 

 

세 가지 목표(반드시 끝내야 하는 일), 오늘 할 일 등을 하나하나 적어 목록(‘할 일 목록’)으로 정리한 뒤 책상 앞 메모판 등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놓자. 컴퓨터나 핸드폰 바탕화면에 띄워두는 것도 좋다.

‘할 일 목록’은 다이아몬드의 원석과도 같다. 목록에 적힌 일들을 실천하다 보면 여러 가지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겨나기도 하고 참신한 상품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는 등 많은 도움이 된다. / 110p

 

 

 

  찌뿌둥한 아침에서 매일 성취하는 아침으로 바꿀 수 있는 여러 방법 외에도 책에서는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하기도 한다. 이를 테면 결정은 빨리 할수록 좋다는 것, 내가 아니어도 되는 일은 그 일을 할 수 있을 만한 사람에게 과감히 넘겨버리는 것도 일의 능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 하루 중 동기부여가 가장 잘되는 아침 시간에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집중해볼 것,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면 가능한 오전에 하는 것이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 등이다.

 

 

 

결정이 빠르면 그만큼 일 착수가 빨라지고, 당연히 결과도 신속히 나온다. 그러면 남은 시간을 다음 결정을 위한 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다음 결과도 빨리 나오고, 또 그다음 결정도 빨라지고 결과도 빨라진다. 이 과정이 되풀이된다. 즉 같은 하루를 살아도 어떤 사람은 한 가지 결과밖에 내지 못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여러 결과를 얻는다. 신속한 결정은 생산성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자. / 123p

 

 

상대에 대한 기대와 관심, 긍정적인 피드백은 상대를 변화시키고, 좋은 방향으로 이끈다는 것을 이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다. 직장에서, 인간관계에서 함께하는 사람에 대한 칭찬이 중요한 이유다. 거창한 칭찬이 아니어도 좋다. “oo씨를 보면 기분이 좋아져”와 같이 가벼운 칭찬만으로도 상대를 움직이는 힘이 된다. / 149p

 

 

 



 

 

 

 

  이렇듯 『나는 아침마다 삶의 감각을 깨운다』는 아주 작은 행동만으로도 하루가 설레고, 삶의 만족도가 높아져 꿈꾸던 나를 완성할 수 있게끔 알찬 조언들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리 소소한 행동일지라도 실천하는 데 의미가 있다. 어떤 거창한 목표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차근차근 작은 성공을 경험하며 내실을 다지다보면 언젠가는 눈에 띌 만한 놀라운 변화가 찾아오리라 믿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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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 - 80이 넘어 내가 깨달은 것들
메흐틸트 그로스만.도로테아 바그너 지음, 이덕임 옮김 / 미래의창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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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쿨하고 세련되며 꽤 근사한 노년의 삶을 상상하게 하는 책!

 

 

  영화 <미나리>로 윤여정 배우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영화에서 손주 데이비드가 “할머니는 진짜 할머니 같지 않아요” 라고 대사하듯 영화 속에서 그녀는 전형적인 할머니상으로부터 살짝 비껴간, 따뜻하면서도 역동적인 할머니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그러고 보면 영화 <돈의 맛>, 드라마 <그들의 사는 세상>, 그 외 다수의 작품에서 그녀는 한결같이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난 남다른 역할을 선보여 왔기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어 보이지만, 나는 7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연기 앞에서 ‘절실하다’고 말하는 그녀가 놀랍다. “저를 일하게 만든, 두 아들에게도 고맙다고 말하고 싶네요. 사랑하는 아들들아, 이게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란다.” 라며 애정과 위트 있는 말로 수상소감을 전한 부분 역시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자신의 일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자 멋진 엄마로서 두 아들의 자부심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기에 더욱 감동적이었다.

 

 

 

  문득, 『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에서 읽었던 한 대목이 생각난다. ‘나이가, 많은 이들을 두렵게 한다는 사실을 나는 안다. 사람들은 백발과 삐걱거리고 아픈 관절, 그리고 은퇴 후의 하품으로 점철된 공허한 날들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내가 나이 들어 배운 것이 있다면 이것 하나이다. 인생 최고의 시기는 노년에서 끝나지 않는다!’ 80대의 저자 메흐틸트 그로스만은 노년은 단지 불편하다는 이유로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거나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어 그저 세월을 흘려보내는 시기가 아니라 내가 전에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 그리고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때라고 말한다. 여전히 내 인생의 봄날을 꿈꾸면서도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태도 또한 기를 수 있어야 하는 것, 나는 오늘 두 ‘그녀’들 덕분에 ‘꽤 근사한 노년’이란 무엇인지 대해 이렇게 배운다.

 

 

 

어쩌면 노년은 단지 시작일지 모른다. 무릎이 쥐어짜듯 아프건 말건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크고 다채롭고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 16p

 

 

 

나이가 드는 것에 겁먹지 마세요

 

 

 

 

  『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는 어느 80대 독일 할머니의 싱글 라이프를 담은 책이다. 그녀는 작은 아파트에서 혼자 살면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모닝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조간신문을 읽고, 이따금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달콤한 디저트나 근사한 와인까지도 즐길 수 있는 지금을 무척 사랑한다. 간혹 사고 싶은 코트 앞에서 그것을 입을 수 있는 봄날이 얼마나 될지 먼저 계산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는 한 봄날은 찾아오는 법이라고 긍정하고, 오랫동안 치매를 앓다가 먼저 떠난 남편이 그립지만 이따금 근사한 파트너를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한다. 물론 거울을 보다 주름진 모습을 보거나, 산책할 때 지팡이나 보조 보행기가 유용할 만큼 육체의 노화를 실감할 때도 많지만 육체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극복하고 그것을 품위 있게 받아들이려 애쓰는 게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런데 가족과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은 사실 더 어렵다. 소파에 앉아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전화해서 물어볼만한 사람이 누가 있나 싶다. 내 가까운 사람들은 사실 대부분 바쁘게 산다. 나는 바쁜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모르는 걸 물어 보며 귀찮게 구는 늙은이가 되고 싶지 않다. 나는 전화를 걸어 다정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멋진 늙은이가 되고 싶은 것이다. / 32p

 

 

때로 내 입에서도 ‘절대로 다시는’이라는 말이 나오려 할 때가 있다. 하지만 몇 년 전 나는 이에 대한 규칙을 세워두었다. 할 수 없는 일, 다시는 반복할 수 없는 일에 대한 불만이 올라올 때마다 내가 전에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 그리고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 66p

 

 

 



 

 

 

 

  가족 사이에서 ‘홈 메이드 통조림 여왕’이라 불리는 그녀는 항상 꽤 많은 양의 잼 병을 채운다고 한다. 가족과 친구들, 보행자 구역에서 만나 인사만 하고 헤어지는 지인들까지 그녀가 만든 잼을 찾기 때문이란다.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잼을 좋아해주니 행복하다고. 하지만 잼을 건넬 때 일부 사람들의 반응은 그녀를 괴롭힌다고 한다. 젊은 여자가 케이크를 선물로 가져오면 사람들은 대단하다며 환호하지만 늙은 여자가 같은 일을 할 때는 ‘어머, 또 케이크를 만드셨네요!’ 같은 소극적인 반응이 뒤따르는 것이다. 노인이 하는 일 중에 어떤 일은 더 이상 특별하게 여겨지지 않고 당연시하게 되는 게 그녀로서는 불편하다. 뿐만 아니라 노인이라면 스타일에 대한 고려보다는 편안하고 튀지 않는 색깔을 권하고, 노인을 속여서 충격에 빠뜨린 다음 이들의 무력감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범죄자들도 그러하다. 이는 우리 사회가 노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행동하는지 함께 고민해볼 문제다.

 

 

 

같은 백발을 하고 있어도 남자는 매력적으로 비춰지지만 여자에게는 미장원에 갈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이것은 불공평하다. 이 사회는 여자들을 마치 이마에 유통기한이라도 적혀 있는 것처럼 대한다. 게다가 그 유통기한은 너무나 빨리 지나버린다. 끔찍한 일이 아닌가. / 88p

 

 

당시에는 경구피임약이 시중에 없을 때였다. 콘돔은 살 수 있었지만 요즘처럼 쉽고 자연스럽게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약국에 가서 하얀 약사 가운을 입은 사람들에게 심판을 받는 듯한 과정을 견뎌야 했다. 울리도 나도 결혼반지를 기지 않았으며 그마저도 의심의 여지가 있을 경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만약 섹스를 하고 싶다면, 기꺼이 아이를 가질 각오를 해야만 했다. 그 당시 대중들의 인식이 그랬다. 그리고 울리와 나는 섹스와 관련된 모든 것이 수치스럽게 여겨지는 세상에서 성장했다. / 188p

 

 

그래도 차를 파는 것은 나로서는 힘든 결정이었다. 노인이 되면서 나는 끊임없이 나의 한계를 맞이해야 한다. 내가 더 이상 많은 물건을 운반할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더 이상 예전처럼 잘 들을 수 없다는 사실, 아침에 신문을 거의 읽을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했다. 나에게 자동차는 독립과 자기 결정의 마지막 상징과도 같았다. / 195p

 

 

 

  그녀는 죽음에 관한 부분에 있어서도 매우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다. 자신의 장례식은 어떻게 진행되기를 바라는지, 병들고 늙은 어머니가 병원 침대에 누워 있고 몹시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누구든지 냉정한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기에 연명 치료 거부 의향서를 적절한 시기에 미리 작성하여 구체적으로 명시해둘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또 누가 자신을 돌봐주기를 바라기보다 일찌감치 요양원을 선택해 아이들과 손주들이 자신들의 삶을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덕분에 죽음 앞에서 무기력하고 의존적인 태도로 삶을 연명하기보다 살아나갈 가족들의 삶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스스로 선택할 필요가 있다는 그녀의 뜻은 언젠가 나에게도 찾아올 죽음을 생각하게 한다. 나 역시 죽음이 가족의 수고로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내가 죽으면 가족들이 매년 모여서 제사를 지내기보다 10년에 한 번씩(이 정도는 괜찮잖아?) 손자와 손녀 할 것 없이 온 가족이 모여 자신들이 그동안에 읽은 가장 감명 깊었던 책 한 권을 골라와 그 자리에서 나눠가지는 작은 이벤트를 열어주었으면 좋겠다. 어린 아이가 어른의 책을 갖게 된다면, 언젠가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그것을 읽어보라고 한 의미를 알 수 있었으면 한다. 반대로 어른이 아이의 책을 갖게 된다면 왜 아이가 이것을 선택했는지 혹시 그 속에 아이의 고민이 들어있는지는 않은지 당장 헤아려주었으면 한다. 그렇다면 나는 그들의 역사 속에 조금이라도 좋은 의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죽음에 대한 생각을 어떻게든 피하려고 하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점점 더 커질 뿐이다. 곧 일어날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다면 그것은 공포가 된다. 하지만 말을 통해서 우리는 죽음의 두려움을 거둘 수 있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곁에서 노인의 죽음을 겪어보는 것도 그에 대한 공포를 줄여줄 수 있다. / 97p

 

 

이 글은 일종의 안내서이다. 따라서 내가 죽고 난 후에 가족이나 친척들이 이 글을 읽어보길 바란다. 또한 내 친척의 숫자를 훌쩍 넘어서는 나의 독자들이 이 글을 읽고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이 그들의 장례식에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서로 의논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누구도 결혼식을 꿈꾸듯이 장례식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모든 것이 내가 상상하는 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걸 안다는 건 위안이 된다. / 98p

 

 

 




 

 

 

 

  『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는 나의 쿨하고 세련되며 꽤 근사한 노년의 삶을 상상하게 해서 계속 생각날 것 같은 책이다. 지금부터라도 그때를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꾸준히 생각해봐야겠다. 그러다 보면 당장 지금의 나의 태도부터 달라질지도 모를 일이기에.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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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기도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댄 윌리엄스 그림, 명혜권 옮김 / 스푼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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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폭력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한 따뜻한 애도!

더 안전한 세상을 향해 떠나는 난민들의 아픔을 위해 함께 기도해주길!

 

 

 

  2015년 9월, 한 장의 사진으로 전 세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시리아 내전을 피해 유럽으로 탈출하던 중 지중해에서 배가 난파되면서 세 살배기 아이 아일란 쿠르디가 터키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이 비극적인 사건은 국제 사회로 하여금 난민 위기에 대한 경종을 울리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고서 생존의 위협으로부터 탈출하고, 더 안전한 세상을 찾기 위해 위험천만한 바다 위에 몸을 실어야 했던 난민들의 이야기는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과거, 어느 한 때의 이야기가 아니라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다.

 

 

 

분쟁과 폭력, 박해를 피해 위험한 바닷길로 피난하다

목숨을 잃은 수천 명의 난민을 기억하며

그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바다의 기도』는 탈레반 정권, 미국과의 전쟁 등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적인 현대사를 다룬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아프가니스탄의 60년 역사를 배경으로 희생과 가족 간의 사랑을 가슴 뭉클하게 그려낸 『그리고 산이 울렸다』의 작가 헬레드 호세이니의 신작이다. 그는 2015년 9월, 시리아 내전을 피해 더 안전한 세상을 찾아나서다 숨진 채 발견된 세 살배기 아이 아일란 쿠르디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이 책을 썼음을 밝힌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볼 수 있는 짧은 그림책이지만 전쟁과 폭력에서 비롯되는 처참한 현실과 난민에의 비극, 어둠 속에서도 끝끝내 놓을 수 없는 희망에의 기도가 할레드 호세이니 특유의 진정성 있는 언어와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한 그림체와 어우러져 깊은 울림을 준다.

 

 

 



 

 

 

 

  이야기는 아름답고 정겨웠던 고향 홈스가 내전에 휩싸이면서 공포로 뒤바뀐 뒤, 굶주림과 잇따른 죽음의 위협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어린 마르완과 시커먼 바다 속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시선에서 그려진다. 이제는 너무나 아득한 꿈처럼 느껴지는 시끌벅적한 시장, 평화롭고 활기차던 시계탑 광장이 폭탄을 맞아 피의 웅덩이로 돌변한 모습은 그야말로 처참하다.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이라크, 에리트레아, 시리아에서 온 사람들은 저마다 국적이 다르지만 ‘어디에도 초대받지 못하고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한’ 채 이 불행과 함께 모두가 같은 절망을 안고 살아야 한다. 우리는 똑같은 사람이기에, 비록 고향을 떠나지만 이곳을 떠나면 누군가는 친절을 베풀어주리라 기대하면서도 부질없는 믿음이라는 것을 안다. 아버지는 마르완을 꼭 껴안으며 ‘저 바다가 얼마나 깊은지, 얼마나 넓고 얼마나 차가운지, 그 바다로부터 너를 지키기에 내가 얼마나 보잘것없는지’에 대해서 생각하면서도 “나쁜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다독인다. 할 수 있는 거라곤 바다가 자신의 기도를 들어주길 기도하고, 또 기도하는 것뿐이다.

 

 

 

우리는 ‘집’을 찾고 있어.

우리는 어디에도 초대받지 못했고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지만

이 불행과 함께 어딘가로 가야만 한단다. / 책 중에서

 

 

마르완, 아빠는 달빛에 비친

네 옆모습을 바라보고 있단다.

깊은 잠에 빠진, 그림같이 아름다운

너의 속눈썹을 말이야.

“마르완, 아빠의 손을 잡으렴,

나쁜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 책 중에서

 

 

 

  책을 다 읽고서 아들이 말했다. “너무 슬픈 이야기구나.” 나는 아이에게 이건 이야기도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반대편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말해주었다. 함께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이라크, 시리아를 지도로 짚어보며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의 모습이 책 속의 그것보다 더 나쁘다고 솔직하게 들려주었다. 그러면서 전쟁은 왜 일어나고 그것을 일으키지 않으려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또 자신의 고향을 잃어버린 채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며 매일매일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을 난민들의 처지를 생각했다. 아이는 때때로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을 하기도 했다. “우리가 힘을 키워서 이기면 되잖아.” 하고. 하지만 아이가 게임에서 반드시 이길 수만은 없듯 전쟁 역시 우리의 의지대로 이길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이긴다 하더라도 전쟁 동안 입은 피해는 많은 사람들을 오랫동안 힘들게 할 거라고 말해주었다. 그러니 우리가 이렇게 평화롭게, 가족이 함께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에 항상 감사하자고 다짐했다.

 

 

 


 

 

 

 

  어쩌면 아이에겐 아직 전쟁과 폭력, 난민이라는 주제가 어려울 수도 있지만 『바다의 기도』를 읽으면서 우리는 어렵지 않게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가 손쉽게 마트에서 원하는 물건을 집어들 때 그런 선택조차도 주어지지 않는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아이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부디 쿠르디에게 닥친 불행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루빨리 이 땅의 많은 아이들이 안전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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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이 말이 듣고 싶었어 -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를 위한 다정한 말 한마디
윤정은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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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에게 마음 쓰느라 정작 나 자신에게 다정할 줄은 몰랐던 이들에게!

지금 이 순간, 나에 가장 듣고 싶은 말을 해줄 것!

 

 

  “말하지 않아도 얘는 알아서 다 잘하니까.”

  나는 줄곧 이런 말을 하는 어른들의 기대 속에서 자라왔다. 그건 이런저런 잔소리로부터 자유로웠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컸던 무언의 기대와 압박감은 오히려 나를 소극적으로 만들었다. ‘잘’ 하는 아이가 되기 위해서는 잘 하지 못하는 것은 하지 않는 쪽이 이로웠고,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서는 내 생각보다는 타인의 생각이나 성향에 맞추는 쪽이 편했다. 어쩌다 누군가의 미움을 사는 일이라도 생기면 그것을 해결하느라 내내 전전긍긍해야했고, 상처받지 않은 척 하기 위해 애써 나를 과장하기도 했다. 남의 마음만 보살피느라,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아등바등하느라 정작 스스로에게는 인색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꽤 오랫동안 나는, 진짜 나 다운 게 무엇인지 나를 제대로 마주하는 법을 모른 채 살아왔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된 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뒤부터였다. 사회가 강요하는 고정관념에 따르느라, 타인이 정한 기준에 맞춰 살아가느라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우리들은 꽤나 닮아 있었다. 자격지심, 열등감, 그게 무엇이었건 형태는 다를지라도 비슷한 고민과 상처를 껴안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타인의 마음보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게 먼저라고,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라고 말하는 책 속의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부러 애쓰지 말자. 살면서 날 버려야 할 만큼 중요한 건 없으니까.

 

 

 

힘들 땐 내려놓아도 괜찮아

 

 

 

  『사실은 이 말이 듣고 싶었어』는 타인을 배려하느라 정작 자기 자신을 사랑하거나 위로할 줄 모르는 이들에게 다정한 응원을 전하는 에세이다. 유독 나에게 실망한 어느 날에, ‘너무 바빠’가 일상이 되어버린 날에, 원하는 걸 솔직하게 말하는 법을 잊어버렸을 때, 해결되지 않는 고민을 끌어안느라 끙끙거리고 있을 때, 따뜻한 온기를 실어 나에게 건네주고 싶은 말들이 여기에 있다. 사실 어떤 거창한 말이나 특별한 노하우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오늘은 나에게만 좋은 사람이 되어줘요.” “이해되지 않는 일은 이해하려 애쓰지 마” “내가 열심히 했다는 건, 내가 제일 잘 알아.”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하는 건 이기적인 게 아니야” 같은 소소한 말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평범해 보이는 소소한 말조차 스스로에게 건네 본 적이 있었는지 되묻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듣고 싶고, 내가 하고 싶은 말들로 제대로 위로받고 위로하고 싶은 우리의 진심에 이제는 귀를 기울여야하지 않겠느냐고.

 

 

 

나에게 쉼과 휴식을 선물해주자.

공간에도 빈 여백이 있어야 아름답듯,

삶에도 여백이 있어야 다시 근사하게 달릴 수 있다.

완주 없는 마라톤을 뛴다 생각하면 아찔하다.

물도 마시고, 땀도 닦고, 다음 마라톤을 위해

쉬는 시간도 있어야 계속 달릴 수 있지 않을까. / 22p

 

 

지금은 그 못난 감정들이 고맙다.

울퉁불퉁 튀어나온 부분들이

부드럽게 마모되어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다.

‘오늘’, ‘지금’, ‘이 순간’이라는 말이 빛날 수 있는 까닭은

과거의 내가 그 모든 감정을 거쳐온 덕분이다. / 45p

 

 

 



 

 

 

 

  아이를 키우다보면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라는 말 앞에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그러고 보면 나는 고맙다는 말은 곧잘 표현해도 미안하다거나 사랑한다는 말은 유독 아꼈던 것 같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 전에 미안할 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고, 내가 먼저 사랑을 표현하기보다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섰던 게 이유였다. 그렇게 해야 할 말을 속에만 담아두지 않고 제때 입 밖으로 꺼내놓는 것조차 용기가 필요해진 나에게 아이는 솔직하게 표현하는 법을 매번 일깨워준다. “엄마, 사랑해.” “엄마,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역시 엄마가 최고야. 고마워.” 그럴 때마다 나는 말한다. “엄마가 더 사랑해.” “엄마가 더 잘못했어. 미안해.” “우리 아들이 더 최고지. 항상 고마워.” 고마울 때는 쑥스럽다는 이유로 삼키지 않고, 미안할 때는 그 자리에서 바로 사과하며,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감정을 늘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아이가 될 수 있기를, 그러기 위해서는 나부터 표현하자고 스스로를 독려해본다. 저자 역시 아들 치호가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이 세 마디만 제때 할 줄 안다면 따뜻한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더 자주 이 말을 들려주었다고 한다. 그러니 자주 말해보도록 하자. “내가 ‘더’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해.”

 

 

 

한 해의 마지막 날인데 들뜨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다. 내일이 되어도 나는 오늘의 생활을 지속할 것이고, 지속함으로 인해 익어갈 것이고, 실수투성이에 미련하고 미성숙한 허점 많은 인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결점을 끌어안고 살아갈 테니까. 심지어 그 결점을 좋아하려, 인정하려 노력할 테니까. / 59p

 

 

어쩔 수 없지.

그러니까 일단 좀 펑펑 울고,

그러니까 일단 좀 밥도 먹고,

그러니까 일단 좀 자고 나서 생각해봐야지.

 

그러고 나면

문제에 대해 그리고 나에 대해

조금 관대한 마음이 생기겠지,

하고 믿으며. / 196p

 

 

 

  ‘행복해야 해’, ‘기쁘게 살아야 해’라는 지나친 긍정 강박에 지칠 때가 있다. 근사한 곳에 가서 식사를 하고, 누군가로부터 받은 멋진 선물을 공개하며 행복해 보이는 모습을 담은 SNS 속 세상은 특히나 우리를 쉽게 우울하게 만든다. 나는 지금 힘든데, 저들처럼 행복하지 않은데 끊임없이 행복을 쫓아가야 하는 일이 때로는 버겁기도 하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저마다 행복을 느끼는 지점이나 강도는 다른 법이고, 당장 행복하지 않다고 해서 불행한 것도 아니며 지금 당장 불행하다 해서 평생 행복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다. 완벽하지 않아도 그런 날들조차 내 소중한 일상의 일부분이다. 저자는 매 순간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면 행복을 제외한 모든 감정들의 아름다움을 알게 된다고 말한다. 우울, 불행, 슬픔, 지루함, 짜증, 분노, 아픔, 기쁨, 이 평범한 감정들 모두 행복 못지않게 우리에게 소중한 것들이라고 생각하면 삶의 태도 역시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행복하지 않은 날도 나의 멋진 하루.” 지금 우리에게 너무나도 필요한 말이다.

 

 

 

‘쓴다’는 것은, ‘고백’하는 것이다. 마음에게 말을 거는 자기 고백의 글쓰기는, 나를 성찰하게 한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이별의 아픔, 슬픔, 고민을 글로 쓰는 순간, 상처를 당당하게 마주 보며 마음을 풀어놓는 행위를 통해 마음이 치유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 138p

 

 

 



 

 

 

 

  내 마음을 돌봐야 하는 순간에 꺼내어 건넬 수 있는 말들이란 이토록 소소한 것들이지만 또 이처럼 특별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건 내 마음이 무엇을 원하는지, 지금의 내 솔직한 감정이 무엇인지 바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많은 이들에게 나를 제대로 들여다보는 과정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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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 생의 남은 시간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
김범석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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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의 삶을,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생과 죽음, 그 수많은 사연이 나에게 물어오는 것들!

 

 

  tvN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 101화 ‘시간의 마술사들’ 편에서 서울대학교 암 병원 종양내과 전문의이자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의 저자인 김범석 교수가 출현한 적이 있다. 김범석 교수가 방송에서 소개한 어떤 특별한 사연 하나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서울대학교 병원에는 곧 돌아가실 것 같은 환자분들이 편안하게 돌아가실 수 있도록 1인실 임종방을 마련해두고 있는데, 그곳에서 울린 어느 뜻밖의 노래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 노래란 환자분이 평소 일할 때 즐겨들었다던 트로트 곡 ‘땡벌’이었다. 김범석 교수는 ‘땡벌’이 그토록 슬픈 노래인지 몰랐다며 가사를 읊어보는데, 나 역시 마냥 흥겹게 들었던 노래에서 생의 고단함과 죽음에의 두려움을 느끼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기에 마음이 짜르르했다.

 

 

 

  어쩌면 노래의 그것처럼, 우리는 생이라는 감각을 꽤 많이 잊고 살아간다. 그러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누군가의 죽음을 목도했을 때에야 비로소 정신이 번쩍 들고 생의 감각이 팽팽해지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고되고 힘든 싸움을 겪은 끝에 마침내 임종을 맞이한 수많은 암 환자들을 지켜본 저자 역시 스스로에게 묻는다. ‘당신도 언젠가 죽음에 다다르게 될 텐데 어떻게 살고 있는가?’ 우리 역시 되물어볼 일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살아 있다는 것, 이 삶을 느끼지 않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 하고.

 

 

 

죽음이 우리에게 물어오는 것들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는 서울대학교 암 병원 종양내과 전문의 교수가 암 환자와 그들 곁을 지키는 가족들, 의사로서 솔직한 생각들을 기록한 에세이다. 그는 ‘어떤 죽음들은 나를 무겁게 짓눌렀고, 어떤 죽음들은 몹시 가슴 아프게 했으며, 어떤 삶은 나를 겸허하게 만들었다’고 고백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과정을 복기하고 글로 남기는 과정을 통해 그동안 모르고 있거나 잊어버렸던, 혹은 찾고 있었던 의미들을 담고자 했다. 그래서일까, 책은 죽음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만큼 절박한 생과 삶의 감각들 혹은 삶의 태도에 대한 것들이 오히려 더 가깝게 다가온다.

 

 

 

  책의 1부와 2부에서는 예정된 죽음을 마주하게 된 암 환자와 가족의 사연들이 등장한다. 너무 열심히 산 죄로 죽음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내 분노를 드러내던 한 가장이 있다면, 마지막까지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며 느닷없이 찾아온 운명을 받아들이고 본인 몫의 남은 삶을 평소처럼 살아내고자 했던 할머니의 의연한 모습도 있다. 다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했는데 열심히 치료를 받고 완쾌해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택시 기사의 기분 좋은 사연도 있지만, 말기 암 환자로 기대여명이 1년을 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면서도 결혼을 결심한 한 신부의 뭉클한 사연도 있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갖가지 씁쓸한 사연들은 병원에서 곧잘 마주하게 되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2억이라는 돈 앞에서 마지막까지 화해하지 못하고 만 형제의 사연이나 폭력적이었던 아버지를 외면할 수밖에 없는 딸의 사연이 그러하다. 가족 안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는 신체적, 정서적 폭력 앞에서 ‘가족이니까 그럴 수 있다’라는 식의 논리를 어디까지 들이밀 수 있을지, 어떤 인간이든 어떻게 살아왔든 죽음은 무조건 존중받아야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지, 혈연이라는 이유로 어디까지 이해하고 이해받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던 저자의 고뇌가 질병이라는 고통의 갖가지 무게를 실감하게 한다.

 

 

 

문득 두려워졌다. 잘 버텨낼 거라고 믿고 지켜봐온 환자들도 순간순간 ‘차라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어서. 실제로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견뎌내는 환자들이 그런 순간에 죽지 않을, 살고자 할 용기를 찾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걸까. 환자의 모든 순간을 지켜볼 수 없는, 그 깊은 속까지 온전히 알 수 없는 의사로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S가 남기고 간 숙제가 어느 때보다 깊고 무거웠다. / 77p

 

 

의사로서 말하지만 그들은 단지 암을 겪었을 뿐이다. 심지어 그 젊은 친구들이 엄청 큰 욕심을 부리는 것도 아니다. 덜 평범하게 살아도 좋으니 그저 스스로의 힘으로 먹고살아보겠다는 정도이다. 그저 생계를 위해 취직하는 일조차 암 환자였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이, 그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사회가 젊은 암 생존자에게 최소한의 꿈과 희망도 제시해줄 수 없는 걸까? (…) 암 생존자가 160만 명이 넘어섰다. 이중 상당수는 젊은이들이다. / 129p

 

 

저마다 다른 표정과 다른 말들로 남은 날들을 채워가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종종 그날의 아버지가 떠오르곤 한다. 그럴 때면 문득 내 목숨은 내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암과 맞서 싸우는 오늘의 내 모습이 내일의 가족들에게는 살아가는 힘이 될 수도 있다. 지금 당장은 이해할 수 없어도 언젠가는 오늘의 나를 가족들이 이해해줄 날이 반드시 온다. 내가 이만큼의 시간이 흘러서야 그때의 아버지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듯이. 우리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서로 연결되어 있구나 싶다. 비록 인간의 생이란 유한하기에 언젠가는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지만 이 사실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주어진 남은 날들을 조금 다르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종종 이 질문이 암이라는 병이 우리에게 주는 숙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 146p

 

 

 




 

 

 

 

  3부와 4부에서는 암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사로서의 고민이나 병원이라는 시스템, 법의 한계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생각들이 담겨 있다. ‘가족 같은 의사’라는 드라마 같은 판타지, 3시간 동안 봐야 하는 외래 환자가 40명에 이르는 대학 병원의 공장식 박리다매 진료의 민낯들, 기억과 스스로를 잃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채 단지 ‘살아만’ 있는 환자들에게 어떻게든 삶을 연명할 수 있도록 최선이라고 진행했던 것들이 정말 그들에게 최선이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은 씁쓸함을 남긴다. 우리나라 암 환자들 대부분이 죽음을 준비할 시간조차 없이 사망 2주 전까지 무의미한 항암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여러 사회적 요인에 대한 냉철한 고민 역시 우리 사회 전체가 숙고해볼 만한 숙제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야, 어느 정도 살아보니 세상에는 정말 겪어봐야만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있음을 안다. 이제는 진료하면서 환자에게 ‘당신을 이해한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한다. 세상에는 겪어보지 않고는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나는 눈앞의 환자와 같은 경험을 해보지 않았다는 것을, 그러므로 완벽히 그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섣부른 공허한 말보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환자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는 것이 더 낫다. 그러면 적어도 오만해지는 것은 피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금은 환자를 이해한다고 말하는 대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쪽에 무게 추를 기울인다. / 163p

 

 

환자들은 왜 이렇게 진료가 지연되냐며 분이 풀릴 때까지 계속 소리치고 화내고 욕하며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진료는 또 지연된다. 이렇게 되면 마주하고 있는 환자의 “홍삼을 먹어도 되나요?” 같은 질문은 무심하게 지나쳐야 속도를 낼 수 있고 ‘시속 15명’으로 내달려야 지연된 시간을 만회할 수 있다. 자칫 답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의 질문에 말려들면 10초는 금세 까먹는다. 넘어진 달리기 선수가 일어나서 속도를 더 내야만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와 동시에 의사로서 중요한 소견을 놓치진 않을까 언제나 조마조마하다. / 244p

 

 

 



 

 

 

 

  누군가의 죽음이 어떤 이에게는 삶이 될 수 있고 또는 삶을 바로 보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는 죽음을 통해서 삶을 들여다보게 되는 꽤나 긴 여운을 남기는 책인 듯하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살 것인가’ 늘 질문하면서 사는 삶이 나를 온전하게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지, 알고 있으면서도 종종 잊곤 하던 것들을 다시 한 번 더 마음속에 새겨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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