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의의 쐐기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박진세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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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한둘도 아닌 커다란 장정들이 복수심에 불타는 여인과 권총 한자루, 정체가 불분명한 니트로글리세린 한 병 때문에 87분서의 한 방에서 옴짝달싹을 못 하는 이야기라니. 그나마 복수를 당해야 할 당사자가 다른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바깥공간이 없다면 답답함에 숨이 막혔을테지.


‘긴장감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코르크 마개가 뽑히자 긴장이라는 홍수가 약해진 마음의 둑을 넘어 사라지고 불안이라는 진흙만이 남겨졌다.
오히려 불안감이 더 나빴다. 그는 그게 드러나지 않길 바랬다.‘

‘그에게 있어 용기나 영웅적인 삶은 현실적인 게 아니었다. 그는 이 방에 있는 형사 모두가 숱한 현장에서 용기 있고 영웅적인 행동을 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용기라는 것은 순간적인 필요에 따라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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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심리학 - 우리는 왜 용서보다 복수에 열광하는가
스티븐 파인먼 지음, 이재경 옮김, 신동근 추천 / 반니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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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전이 사라진 세상엔 오히려 실체가 다 드러나지 않은 더 많은 살상과 참혹함이 끊임없이 계속 이어졌다. 영토확장이란 명분도 사라진 세상에 끊임없이 난민의 행렬이 생겨나고 여성학대와 살인이 끊이지 않는다. 인터넷 보급이후엔 보복성 사이버테러까지 인간성 상실은 극에 달한다. 종교가 한 몫을 크게 거든다는 것은 식상하기까지한 진실이다.
그런 불행들이 모두 복수심으로 설명 가능하다는 것이 더 당황스럽다. 커다란 악행들이 인간의 치졸함으로 진행되어 진다는 사실은 슬프기까지 하다.
책엔 이것을 풀 뽀쪽한 수가 없다. 복수심리를 본능으로만, 그것의 순기능도 있음을 이야기 하기엔 파생되는 문제가 너무 과하다.
인간 세상에 야후의 이상세계가 구현되지 않고서는 해결방법이 없는 모양이다. 결국 제대로 된 지식을 배우고, 올바른 정치가 정의와 공정을 펼쳐 사회의 불균형과 사각지대까지 들여다 보고 치유 해야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집단 심리는 불안에 취약하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 사태에 대처하는 각국의 모습이 지금 세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잔혹한 독재 정치가 끝나면 그동안 압제로 고통당한 사람들에게서 복수와 사법정의에 대한 욕망이 뜨겁게 분출된다. 그런데 이 정당한 요구가 찬밥 취급을 받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새 정권이 통치 기반을 다지는 과정에서 지난 정권 지지층의 반발을 피하는데 급급하면 그렇게 된다.‘


‘전쟁은 꾸준히 비인간화 하고, 전쟁이 나면 인정이 가장 먼저 총에 맞아 죽는다......강간은 대개의 군법과 교전수칙에서 불법이다. 하지만 전쟁만 났다 하면 여성 혐오성 폭력이라는 괴물이 뛰쳐 나온다. 적국의 여성은 이중으로 공격대상이 된다. 그들은 적이다. 따라서 더럽혀져도 ‘싸다‘. 거기다 그들은 여성이다. ‘약하고‘ ‘순하다‘는 이유로, 또는 ‘하찮고‘ ‘물러터졌기‘ 때문에 착취되고 소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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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그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1
헤르타 뮐러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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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난 후 나치가 아니라 루마니아지역의 독일인 가정을 찾아내서 식구중 누군가를 러시아 수용서로 데려가 쓸데없는 노역과 죽을 정도의 배고픔에 매달려 인간의 밑바닥을 보이며 살게 하다 어느날 갑자기 고향으로 돌려보내 또 다시 타인의 처지로 부유하는 삶을 살게 하는 인간의 이 따위 행위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헤르타 뮐러는 이런 상황을 고발문학의 형태로,
이런 상황에 맞는 언어가 존재하지 않아서 새로 만들어야만 했다는 듯 숨그네, 심장삽, 배고픈천사 등 새로 조합한 단어를 사용한다. 육십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배고픈천사를 식사 때마다 마주하고 숟가락과 포크 사용에 당황하며.


‘배고픈 천사는 입 안에, 내 입천장에 오롯이 매달린다. 그건 배고픈 천사의 저울이다. 배고픈 천사가 내 눈을 제 안경처럼 덧쓰고, 심장삽은 현기증을 일으키고, 석탄은 흐릿하게 보인다. 백고픈 천사가 내 뺨을 그의 턱 위에 끼워 맞 춘다. 그리고 내 숨결을 그네 뛰게 한다. 숨그네는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을 만큼 심한 착란 상태이다.‘

‘그는 나의 대리형제다. 내 생사를 모르는 부모님이 아이를 만들었다. 어머니는 태어났다는 말을 출생이라고 줄여 썼듯, 죽었다는 말도 사망이라고 쓸 것이다. 어머니는 이미 그렇게 했다. 어머니는 하얀 박음질 땀이 부끄럽지 않을까. 내가 그 한 줄에서 무엇을 읽었는지 안다면.
너는 거기서 죽어도 돼. 그게 내 입장이야. 집에 입 하나 준 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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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4-10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연 헤르타 뮐러를 독일 작가로
봐야 할 지 아니면 루마니아 작가
로 봐야 할지 궁금하네요...

2020-04-10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과학으로 풀어보는 음악의 비밀 - 베토벤에서 비틀스까지, 물리학과 심리학을 넘나들며 재미있게 풀어보는 음악의 수수께끼
존 파웰 지음, 장호연 옮김 / 뮤진트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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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음감은 아예 못 되더라도 이해라도 하고 들음 더 귀에 담길 것 같아서 집어든 책은 짧은 줄이 큰 진동수를 갖는다는, 큰 진동수는 높은 음을 낸다는 중학교 과학 수준의 기본을 붙들고, 조금의 인내력을 발휘하면 음정, 박자, 화음. 조바꿈 등등과 악기들의 특징, 클래식 악보의 기본까지 이끌어 준다. 과학을 기본으로 하는 책답게 썰렁한 유머도 담겼다.
이 책으로 음악교과서를 삼아 음악을 들어가며, 불러가며 배운다면 음악수업이 좀 더 유익하지 않을까?

‘프랫 없이 현을 바로 짚어 손으로 뜯으면 명료하지 않고 푸석푸석한 음이 난다. 이를 가르켜 ‘피치카토‘라고 하는데, 선율적이면서 동시에 타악기적인 효과를 노릴 때 작곡가들이 종종 이런 기법을 구사한다.
요한 스트라우스2세의 (피치카토 폴카)가 대표적인 예이다.‘

‘팝송이든 헤비메탈이든 고전음악이든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 하나의 악기를 따라가면 감상의 즐거움이 커진다. 가령 팝송을 들으며 베이스기타 선율을 흥얼거려보라. 이어 다른 악기를 따라가보라.이렇게 하면 음악이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그냥 듣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듣는 감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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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커트 보네거트 지음, 박웅희 옮김 / 아이필드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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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나서야 그 실체가 완연히 드러나는 책이 있다, 내게는. 커트 보네거트의 책도 그런 경우가 되기 십상인데 늘 그렇듯 그 절묘한 문명비판에 뒤늦게 감탄하곤 한다. 살아 21C를 보았다면 더 극적이고 더 아픈 글을 썼으리라.

‘인간은 어땠는가. 자기네 활동을 되도록 많이 기계에게 넘겨주려 했던 1백만년 전의 그 불가사의한 열정은 결국 그 큰 뇌가 전혀 쓸모없음을 인정하는 인간들의 자백이 아니고 무엇이었겠는가?‘

‘옛적에 숱하게 자멸적 과오를 저지른 국가를 생각해보건대, 그들 나라는 상층에 에르난도 크루즈 같은 사람은 없이 아돌프 폰 클라이스트 같은 사람만 두고 버텨나가려 했다. 그런 나라에서 살아남은 주민들이 자기들이 초래한 폐허에서 기어나왔을 때는 이미 때가 늦기 일쑤였다. 그들은 스스로 불러들인 그 모든 고통을 겪고 있는 동안 최상층에는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대체 무엇 때문인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닫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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