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연인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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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신사‘와 한 쌍을 이루는 작품.
30년대를 살아 60년대에 이른 캐서린이 남편과 사진 전시회에 갔다 마주친 두 장의 사진 속 인물과의 기억을 풀어내며 시작된다. 바로 영화화 해도 될만큼 이미지가 선명하다. 지금 보아도 옷차림이 손색없이 우아했던 그 시대가 눈앞에 펼쳐진다
원제인 ‘RULES OF CIVILITY‘ 가 주제일 것이다.
시대가 변해도 사람은 이런 모습이여야 한다는 작가의 신념이 보인다. 사람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싶게 한다.

‘관대한 행동을 한다고 해서 타인에 대한 책임이 끝나는 것은 아니요. 오히려 책임이 시작되게 만드는 경향이 있지요. 이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나는 하마터면 그에게 조금 긴장을 풀고 이브에게 여유를 주어도 괜찮다고, 자연의 흐름에 일을 맡기라고 말할 뻔 했다. 하지만 그때 차를 운전한 건 내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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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스테인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
필립 로스 지음, 박범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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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과 흑인에대한 차별을 이기고 부유한 백인사회에 끼어들기 위해. 사랑 넘치는 가족과 그들의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을 배신하며 힘껏 앞으로 나아가던 콜먼 실크가 인종차별주의자로 배척 대상이 된 것은 그의 부단한 노력으로 대학 사회에 흑인 학생수가 늘어나고, 그 흑인학생이 수업에 빠진 것을 나무라며 사용한 spook이란 한 단어 때문이었다.
필립로스가 보여주는 부조리한 세상은 소름끼치게 적나라하며 완벽하다.

‘그것은 작은 상징이었다. 혹 그런 게 필요한 경우라면 말이지만, 타인의 삶이 처한 수만 가지 상황에 대한 상징, 혼란으로 점철된 한 인간의 내력을 구성하는 수많은 세부적 요소에 대한 상징, 그 작은 상징이 나에게 상기시켜 주었다. 어째서 타인에 대한 이해는 아무리 잘 해도 늘 약간은 빗나갈 수밖에 없는가를.‘

‘운명이란 얼마나 우연의 산물인가......혹은 그 운명을 피할 수 없을 때 그것은 얼마나 우연처럼 보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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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8, 우연히 데이브 거니 시리즈 1
존 버든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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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은 사실과 사람의 심리에 기대 있다. 그것이 합리적으로 수긍이 갈 때 꽉 짜여진 느낌이 온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이 장르의 묘미는 동일하다.
처음부터 658이란 숫자에 수수께끼를 던지며, 거니가 메릴린에 기대어 보여 주는 심리에 끌린다.

‘하늘은 완벽한 파란색이었고 세상을 덮은 눈은 마치 부서진 가루를 섞은 것처럼 반짜거렸다. 그 풍경의 아름다움과 평화로움이 신선한 커피향과 뒤섞이면서 그의 삶을 단순하고도 좋은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충분한 휴식은 참으로 놀라운 치유력을 지녔다.‘

‘어떤 얘기를 꺼내야 할지 알았으면 좋으련만. 그러나 때로는 상황에 적합한 말이라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저 침묵을 만들고 빈 공간을 만들고 상대방이 그것을 어떻게 채우는지 지켜보는 것이었다. ......인내심이 필요한 접근방식이었다. 더 이상의 침묵은 시간 낭비라는 판단을 언제 내릴지도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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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대의 쇼 - 진화가 펼쳐낸 경이롭고 찬란한 생명의 역사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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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는 글을 꽤 잘 쓰는 과학자다. ‘이기적인 유전자‘를 읽었을 때 우리에게 첫인상을 전해주는 외형적인 몸뚱아리가 별의미 없어 보이게 하는데 쉽게 성공했었다.
이 책에선 진화가 더디면서도 생각보다 훨씬 빨리 진행되며, 얼마나 멋진 일인지, 이 지구의 생명체 하나하나가 얼마나 빛나는 존재인지 짜릿한 전율을 느끼게 한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에 감사하며, 지구란 얼마나 놀라운 곳인지 감탄하게 한다. 생명이란 무엇을 해서가 아니라 살아있으므로 빛난다는 생각으로 울뻔했다.
과학서는그 수많은 근거로 확신이라는 선물까지 부여하는 매력이 있다.
더불어 다윈이 얼마나 조심스럽게 진화론의 서문을 썼는 지 알게 된다. 그 시대에 그런 의견을 내놓는다는 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는지 깨닫게 된다. 아직도 진화론을 믿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 또한 놀랍다. 진실이 아니라 믿고 싶은 것을 믿으려는 무모함은 인간이 진화시켜온 방어기제일지도.


‘자연선택은 매일매일 시각시각 전 세계를, 모든 변이를, 아무리 사소한 것까지 모두 점검한다고도 말 할 수 있다. 자연선택은 나쁜 것을 기각하고, 좋은 것을 보존하고 다 더한다. 자연선택은 기척도 없이 조용하게 작용하며, 언제 어디서든 가회가 될 때마다, 각 유기체를 그 생명이 처한 유기적, 무기적 조건들에 맞추어 개량한다. 우리들은 이런 느린 변화들이 진행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없다. 시간의 바늘이 아주 기나긴 시대를 다 거친 후에야 우리가 깨달을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 과거 기나긴 지질학적 시대에 대한 우리의 시각은 너무나 불완전하기 때문에, 오직 예전의 생명 형태들이 지금과 다르다는 점만을 볼 수 있다.‘

‘우리가 모든 대륙과 모든 섬을, 모든 호수와 모든 강을, 모든 산봉우리와 모든 계곡을, 모든 숲과 모든 사막을 조사해 각각의 동식물 분포를 이해하고자 할 때, 유일한 해석 방법은 갈라파고스 핀치에 대한 다윈의 통찰에 따르는 것이다. ‘‘우리는......원래 이들이 부재했다가, 한 종이 이동해 와서 다양한 목적에 맞게 변형된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다.‘‘ ‘

‘다윈은 생존 투쟁을 다룬 장을 맺으면서 다음과 같이 썼다. 나름대로는 우리에게 위안을 주기 위해 비상한 노력을 기울인 셈이다.
우리는 모든 생물체가 자신의 비중을 높이려고 안간힘을 쓴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는 수밖에 없다. 모든 생물체가 한 생애의 어느 기간에든, 연중 어느 계절에든, 어느 세대이든, 세대 사이의 어떤 기간에든, 생명을 위해 투쟁해야 하고, 엄청난 파괴를 감내해야 한다. 그러한 투쟁에 대해 숙고하다 보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믿음으로 위안을 삼고 싶어진다. 자연의 전쟁도 끝없는 것은 아니라는 믿음, 공포를 느끼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믿음, 생기 넘치고 건강하고 행복한 자가 살아남고 번영하리라는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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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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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스토너를 밀착 취재해서 글로 옮겨 놓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소작농의 찢어지게 가난한 아들이 대학 교수가 되고 결혼을 하며 살아낸 한 평생은 짐작한 그대로라는 느낌이 드니 말이다. 비겁할 정도로 참으며 살아내는 주인공에게 화가 나기도 한다. 다른 방법이 없었을까, 용기없는 인내?
사람의 삶이란 이와 많이 다르지 않다는, 스토너를 통해 삶은 이 정도 쯤이라고 보여주려 한 것은 아닐까 싶었다.

‘이렇게 꾸민 끝에 서재가 서서히 모습을 가꾸기 시작했을 때 그는 오래 전부터 자신도 모르게 부끄러운 비밀처럼 마음속 어딘가에 이미지 하나가 묻혀 있었음을 깨달았다. 겉으로는 방의 이미지였지만 사실은 그 자신의 이미지였다.‘

‘그의 마음 속 깊은 곳, 기억 밑에 고생과 굶주림과 인내와 고통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 그가 분빌에서 농사를 지으며 보낸 어린시절을 생각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지만, 무명의 존재로서 근면하고 금욕적을 살다 간 선조들에게서 혈연을 통해 물려 받은 것에 대한 지식이 항상 의식 근처에 머무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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