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노력을 하지만 한강은 먜번 사력을 다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매번 절절이 아파하며 글을 쓴다 싶다. 이 아픔 때문에 읽지 못 한다는 이들도 많다.5.18에 이어 제주 4.3 사건. 이 아픈 역사를 체득하게 해 주는 글에 아파하고 감사한다. 같은 시간을 살아도 이렇게 아픈 시간을 살아가는 공간들이 있다는 사실이 아득하다. 섬에서만 삼십만이라니. 그외의 공간에선 얼마나 많았으려나. 우린 그것을 밟고 이만큼 온 것이다.나치학살뿐만 아니라 이런 거짓이었어야 하는 학살이 우리에게도 무진장의 양으로 있다는 사실이 아파도 이렇게 기억해야 재발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 나라의 남다른 발전에 취한 잠시의 태만으로도 작금에 벌어지는 넘친 권력을 보지 않는가 말이다. 세월호, 이태원 등의 사건도 그대로 방치된 채로.노벨문학상이 때맞춰 와서 더 많은 이들이 한강의 글을 접할 수 있늣 기회가 주어진 것이 다행이다란 생각도 든다. 잘못된 일들이 드러나 반복되지 말기를.
4편의 중편.여자 에드거 앨런 포라는 표현이 딱이다.오랫만에 그 느낌을 다시 느껴본다. 천재들.다 읽었다고 생각하다가도 읽기 시작하면 손을 놓을 수 없는 글을 쓰는 작가들. 대단한 필력을 소유한 작가들.세밀한 심리묘사와 있음직한 사건들,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매끈한 흐름과 몰입도라니!이미 이런 류의 영화를 보았던 것 같은데도 눈을 뗄 수 없다. 어떻게 내가 이미 아는 대로 흘러갈 것인가 아니면 어디서 다른 물길을 잡아챌 것인가궁금해서 손을 놓을 수 없다. 당연히 내가 상상하지 못 한 부분으로 흐를테고 난 그 아리송한 결말에, 이런 찜찜함에 넌더리를 내며 뭔가를 부여하고 싶어 머리를 굴리겠지만 실 그 이야기가 다 아니겠는가. 이미 다 써놓은 것을.
함께 사는 강아지가 천재라고 생각하지 않는 반려인이 어디 있겠는가. 이 생각이 근거가 있을까 싶어 읽기 시작했다. 물론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예들이 등장하지만 이 책은 인지과학자가 이것을 개가 가축화된 특징으로 보고 증명고 있다. 동물들이 가축화의 과정을 왜, 어떻게 격어 냈는 지에 대한 실험보고서다. 가축화된 동물들은 우호적이며 사람의 몸짓신호를 훨씬 잘 읽어내며 뇌가 작은 편이다. 그렇다고 영리해진다는 것은 아니어서 늑대가 사는 요령에서는 한 발 앞서지만 가축화 되었다 다시 야생으로 돌아간 개들을 보면 힘센 개가 우두머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우호적이고 친구가 많은 개가 무리를 이끈다고 한다. 사회화의 과정이 다른 것이다.인간이 개를 가축화한 것이 아니라 인간 주위에서 먹이를 구한 우호적인 개가 인간의 무리와 섞이는 사회화 과정에서 개들만의 천재성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사회적 기술도 이와 비슷한 과정 때문에 진화했을 것이라 추정하기도 한다.개들은 인간이 자신을 주목하며 지시하는 것을 잘 알아채게 진화함으로써 인간에게 더 없는 친구가 되었고 그렇게 인간을 좋아한다. 우리가 그들을 잘 대해줘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반려인들은 자신의 반려동물을 이야기할 때 의인화 하여 말하기 일쑤다. 그들이 생각을 하고 온갖 것에 감정을 드러낸다는 것을 자연스레, 당연스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연구실에서 실험용으로 이용되는 동물들 때문에 그들이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쉽게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동물행태학자인 작가는 인간과 동물이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동물들이 서로 협력하는 단계에서는 도덕률까지 존재함을 보여준다. 우리가 쉽게 보곤하는 개들의 플레이바우 행위가 그렇다는 것이다. 많은 야생 동물에게는 우리가 알지 못 하는 얼마나 많은 감정과 도덕률이 존재할까?뉴스에서 도심에 나타난 까마귀들 때문에 불편하다고 한다. 숲에 사는 까마귀들이 도심까지 온 이유를 우리가 제공하지 않았겠는가. 인간의 집을 짓겠다고 그들이 사는 공간을 뒤집어 엎었을 테니 말이다. 동물이 감정이 있음을 받아들여야 생명이 공평하다는 관점을 갖게 될 것이고 함부로 개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한 때 우린 이렇게 환경운동을 했었던 것 같다. 그러다 집이 투기의 대상이 되면서 집을 공급하는데 급급해졌고 지금은 장벽 같은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다. 산 넘어 산을 마주한 것 같다.사람 참 어렵다.
저자는 숲해설가다. 지은이가 가까이 살고 있는 남산숲의 나무 이야기를 직접 그린 그림과 함께 보여주는 귀한 책이다. 남산길엔 아이들과 걷는 이들이 많은데 아이들과 이 책을 들고 그림과 비교하며 걸으면 지루하지 않은 산책길이 되어줄 것이다. 나무 하나를 알게 되면 우린 숲에서 참 많은 것들을 읽어낼 줄 알게 될 것이다. 그냥 걷는 길이 아니라 나무와 햇살과 바람과 비와 더불어 걸을 수 있는 풍성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