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계절 부서진 대지 3부작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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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반드시 복기를 해야 한다는 글을 며칠 전에 읽었는데 이 책은 아끼며, 조급해 하며 읽고는 놀라움으로 커피를 마시며 자연스레 그 일을 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오랫만이다. 새로이 경이롭게 구축된 세상의 면모를 쌓아가며 흥미진진 하게 읽었다.
지진 발생율이 높아가고 있는 이 즈음에 흔들을 보닐할 수 있는 오리진이라니. 이렇게 시의적절한 소재가 있을까 싶다. 작가의 영리함이다. 새로운 지구, 모든 문명이 허물어진 계절들, 암석에 대해 배울 때마다 그 낯선 용어 만큼 와 닿지 않던 암석의 질감을 일상적 언어로 보여 주는 작가의 명석함에 감탄한다. 글 전체에서 스톤이터의 입 속에서 으적거리며 부서지고 으깨지던 돌조각 같은 덜컥거리는 흔들을 느끼게 된다. 입에서 느껴지는 흙먼지라니. 꽤 몰입해서 읽은 모양이다. 작가가 구축한 새 세상에 감탄하는 건 반지제왕 이후 오랫만이다.
이 인칭으로 서술되는 이 신선한 낯섬과 고요 대륙 안에서 상용되는 생경한 언어들이 익숙해지면서 반전 처럼 등장하는 관계도라니. 눈이 동그래져서 읽었을 것이다. 아하~~~! 그리고 그 느닥없는 결말은 재앙에 숨이 끊긴 그 순간이겠지?
나사가 후원하는 런치패드 워크숍에 참가하며 발상했다는 작가는 그 자신만만한 재치만으로도 매력적이다.

‘그 순간 너는......정신을 놓았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다. 그저 충격이 너무 지독했기 때문이다.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온갖 시련을 견뎌 왔고 누구보다 강한 너지만. 그런 네게도 한계는 있다.
사람이 찾아온 건 그로부터 이틀 뒤다.
너는 그 이틀을 죽은 아들과 함께 보냈다. 잠에서 깨어 화장실에 가고, 냉장실에서 음식을 꺼내 먹고, 수도꼭지에서 가늘게 흐르는 물을 받아 마셨다. 그런 건 딱히 생각하지 않아도 할 수 있으니까. 그런 다음 너는 우체의 곁으로 돌아갔다.‘

‘향의 주택들이 주로 한 기지 유형을 고수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통일성은 외부에 시각적인 메시지를 보낸다. 잠재적인 공격자들에게 향의 구성원들이 자기 방어라는 목적과 의지를 중심으로 서로 동등하게 단결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이 향의 시각적 메시지는 ......혼란스럽다. 거의 무신경할 정도다 . 해석할 수가 없다. 차라리 적대적인 사람들로 가득한 편이 이보다 덜 불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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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0-06-02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리즈도 볼까말까 하는중인데, 진짜 괜찮은가요??

treehyun 2020-06-02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타지 소설도 좋아하신다면 강추입니다. 새로운 세상의 이야기 흥미로워요. 구성도 신선합니다. 1부에서는 세계관이 확연히 들어나지 않는데 그것이 더 구미를 당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