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 멀로는 이야기꾼이다. 그리스 신화를 모티브로 삼았으니 당연하다 싶긴 하지만 프로메테우스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엔 군더더기가 없다. 모든 이야기가 아귀가 맞아서 마지막 장을 읽을 땐 매끈하고 결에 따라 화려한 비단 한복 치마가 떠올랐다.이야기꾼의 솜씨란 새삼 술술 이야기를 따라가게 하고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딱 그것이구나 싶어서 읽는 내내 행복했다.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제우스의 불을 건네주고 신들에게 비웃음과 조롱, 매서운 채찍과 벌을 받으면서도 남몰래 다가간 키르케의 ˝왜 그러셨어요?˝ 란 질문에 ˝모든 신이 같을 필요가 없지 않으냐.˝라고 대답한 것이 이 전체 이야기의 모티브가 되고 이 약속이 끝까지 지켜지는 것이 맘에 들었는 지도 모른다. 요즘 빠져있는 ‘연인‘이란 드라마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모티브란 사실을 떠올리며 쉬울 수도 혹은 너무 어려울 수도 있는 외줄타기란 생각을 한다. 성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