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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커트 보네거트 지음, 박웅희 옮김 / 아이필드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다 읽고 나서야 그 실체가 완연히 드러나는 책이 있다, 내게는. 커트 보네거트의 책도 그런 경우가 되기 십상인데 늘 그렇듯 그 절묘한 문명비판에 뒤늦게 감탄하곤 한다. 살아 21C를 보았다면 더 극적이고 더 아픈 글을 썼으리라.
‘인간은 어땠는가. 자기네 활동을 되도록 많이 기계에게 넘겨주려 했던 1백만년 전의 그 불가사의한 열정은 결국 그 큰 뇌가 전혀 쓸모없음을 인정하는 인간들의 자백이 아니고 무엇이었겠는가?‘
‘옛적에 숱하게 자멸적 과오를 저지른 국가를 생각해보건대, 그들 나라는 상층에 에르난도 크루즈 같은 사람은 없이 아돌프 폰 클라이스트 같은 사람만 두고 버텨나가려 했다. 그런 나라에서 살아남은 주민들이 자기들이 초래한 폐허에서 기어나왔을 때는 이미 때가 늦기 일쑤였다. 그들은 스스로 불러들인 그 모든 고통을 겪고 있는 동안 최상층에는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대체 무엇 때문인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닫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