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형이 세 번 놀란 이유 - 고정욱 선생님이 들려주는 칭찬과 격려의 이야기
고정욱 지음, 박선미 그림 / 명주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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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욱 작가의 신간 동화책이 나왔습니다. 우연히 작가님의 그림책을 읽고난 뒤에 마음에 들어서, 그 이후로 작가님의 신간 도서가 나올 때마다 읽고 있어요. 이번에 도서출판 명주에서 '고정욱 작가 단편집'으로 <대학생 형이 세 번 놀란 이유>와 <차에 앉아만 있는 아저씨>가 출간되었어요.

고정욱 작가는 장애인을 소재로 한 동화책이나 그림책을 많이 발표했어요. 작가 본인이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아 휠체어 생활을 하는 중증 지체장애인입니다. 그렇지만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동화 작가로 꾸준히 글을 쓰고 아이들을 위한 지식책도 출간했습니다.




목차






이 중에서 몇 작품 소개하려고 합니다.

<우리 반 앵초 담당>은 한 교실에서 모든 아이들이 각자의 화분을 돌보는 이야기입니다. 담임 선생님은 특별히 자신이 가져온 화분을 주인공에게 맡깁니다. 선생님의 화분인 앵초 담당이 되었어요. 반 아이들은 처음에는 온갖 관심을 기울였지만 시간이 지나자 화분들은 대부분 말라있거나 죽어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앵초만은 여전히 싱그럽게 잘 자라고 있었죠. 선생님은 태민이를 반 아이들 앞에서 칭찬하고, 아이들의 화분도 태민이에게 동의를 얻어 맡깁니다. 평소 부모님의 이혼으로 우울해하며 매사 자신감이 없었던 태민이는 아이들의 박수와 선생님의 칭찬에 용기를 얻어 우리 반 화분 반장이 되어 많은 화분들을 살려냅니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칭찬과 격려에 목말라 있어요. 엄마가 아무리 '네가 예쁘고 멋지다'고 해줘도, 학교에서 받는 공적 칭찬은 또 다르게 다가옵니다. 매슬로우의 욕구 이론에도 나오지요. 타인에의 인정 욕구도 낮은 단계의 욕구에요. 주변인들에게 인정받고 칭찬받고 살아가는 게 우리 아이들의 욕구 실현에도 필요한 일입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요. 태민이가 정성껏 기르고 관심을 기울여서 살려낸 화분들을 통해 아이가 해온 멋진 행동의 과정들을 칭찬해 준 것처럼, 많은 아이들이 칭찬을 받고 더 밝게 웃을 수 있길 바랍니다.

<먼저 내민 손>에 등장하는 아름이는 키가 1미터 남짓한 저신장을 가진 남자 아이입니다. 하굣길에 6학년 형들에게서 돈을 뺏기고 맞기까지 하면서 학교 폭력 자치 회의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아름이랑 아름이의 아버지가 세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에게 하는 말과 행동은 놀라울 정도예요. 동화라서 그런지 현실과 다른 지점이 보인다고 할까요? 만약 내 아이가 이런 피해자라면 나는 아름이 아버지처럼 행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너무 훈훈하고 교훈적인 것 같아 조금 아쉽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시원한 응징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가 뭘까요? 그만큼 우리의 현실이 아주 삭막하기 때문입니다. 뉴스에 나오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야기는 피해자의 억울한 일이 더 많이 보여집니다. 결과마저도 통쾌하지 않아요. 가해자는 잘 반성하지 않는 것 같고, 피해자의 청원글은 넘쳐납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해자가 진정한 사과를 하거나 정당한 처벌을 받는 게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피해자들이 목소리 높여 무조건 가해자를 처벌하라고 외치지만은 않겠지요. 마음 한편에서 그러한 생각을 하면서 동화에 대해 곱씹어 봤습니다.




이번 신간 동화에서도 장애인이 등장합니다. 어지간한 동화나 그림책에 장애를 가진 인물이 등장하는 걸 본 적이 있나요? 거의 드문 일입니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그 인물이 장애를 가진 게 이야기의 주제와 관련이 있다면 모를까, 모험을 담은 이야기나 일상 생활 동화에서 장애인이 등장하는 걸 보기란 어려워요. 디즈니 만화의 주인공들은 안경 쓴 사람조차 만나기 어려워요.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이 말이 참 씁쓸해져요.
장애를 계속 안고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동화나 만화를 자주 접할 지 그게 궁금하더라구요. 그래서 전 고정욱 작가의 글을 좋아합니다. 어쩌면 너무 뻔한 주제가 담겨있을 수도 있고요. 또 어쩌면 예측 가능해서 상당한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동화를 읽는 건 꿈을 키우고 희망을 가지고 용기를 얻기 위함이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어요. 당연하다고 여기거나 다 안다고 생각하며 관념 속에서만 장애인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으면 해요.



이 책은 컬처블룸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지만, 솔직한 저의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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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봄 우리나라 좋은동화 - ‘우리나라 좋은동화’ 선정 젊은작가 동화선집 우리나라 좋은동화
정재은 외 지음, 빨간제라늄 그림 / 열림원어린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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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좋은동화'에서 선정한 젊은 작가 9인의 동화선집입니다. 오랜만에 단편 동화들을 이렇게 모아 보니 동화 잡지를 읽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한 권의 장편동화가 주는 힘도 대단하지만, 각각의 단편 동화들이 모여 안기는 울림도 상당합니다. 한 편당 20쪽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수월하게 읽힙니다. <심사의 글>에 나온 것처럼 이 9편의 동화는 순서대로 읽어도 상관없고, 마음이 내키는 대로 취향껏 골라서 읽어도 상관없습니다. 읽다보면 결국엔 끝까지 다 읽게 됩니다. 각기 다른 개성을 드러내는 9인의 작가들의 동화 속 세계로 빠져 들어가 보아요.




목차




이 중에 몇 편만 소개하려고 합니다. 나머지는 책을 통해 확인해 주세요 ^^


유하정 작가의 <아주 조금의 바다>는 9편의 동화 중 가장 어두운 느낌이 강했습니다. 주인공에게 힘든 상황이 있었거든요. 지식 동화가 아닌 창작 동화에서 이런 소재를 다룬 걸 처음 봐서 (저만 뒤늦게 봤을 수도 있어요. 세상 모든 동화를 다 읽은 건 아니니까요.) 신선하기도 했고, 살짝 충격적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주인공이 꼭 용기를 내기를 응원합니다.



김우주 작가의 <빛나를 소개합니다>는 힘든 가정형편에서 사는 동생 빛나와 언니 미래가 등장해요. 초등학교 1학년인 동생에게 내일 제출해야 할 두 가지 서류가 있어요. 언니 미래는 호구조사서에서 (지금도 이런 걸 하는지 모르겠지만, 설정상 그러려니 했네요.) 가족의 학력이나 부모의 직업, 재산 정도를 거짓으로 작성합니다. 동생이 무시당하지 않길 바라서요. 하지만 또 다른 서류는 방과후학교 무료 신청서예요. 이건 솔직하게 적을수록 선정될 확률이 높아요. 언니는 정성껏 솔직하게 적습니다. 그런데 두 서류를 놓고 보니 질문이 비슷해요. 그러나 대답은 정반대로 했지요. 언니는 난감해하며 잠이 든 동생만 내려다 봅니다.


이 작품이 유독 마음을 끈 건 이런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씁쓸하게 예전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겠지요. 누군가는 알음알음 들어봤던 어떤 이야기들을 떠올릴 테고요. 코로나 시국은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어요. 코로나 시대 이전에도 가난한 환경에서 힘들게 살아온 아이들이 있었지만, 요새는 더 곤궁함을 겪고 있어요. 타인에게 상처받고 싶지 않은 주인공 언니의 마음도 이해가 되고, 힘든 가정형편에 학교의 지원에 매달려야 하는 현실도 안타까워요. 가난한 건 부끄러운 게 아닌데, 돈이 없는 걸 부끄러워지게 만드는 건 뉴스에서도 등장했던 어른들의 지독한 선입견이었죠. 현실을 반영한 동화는 쓴맛을 남깁니다.



김경은 작가의 <할머니와 냉장고>는 주인공이 할머니입니다. 어린 아이가 아닌 주인공이지만, 평생 혼자 살던 할머니는 냉장고 앞에서 쓰러지며 죽음을 맞이해요. 그리고 특별한 냉장고의 만찬을 즐기면서 어린시절부터 현재까지 회상을 합니다. 구수한 사투리를 하는 할머니가 우리 동네 할머니 같아서 정겨웠어요. 이 사투리가 익숙한 사람이라면 웃음이 절로 나올 거예요.


왜 작가는 주인공 할머니는 팔십의 독거 노인으로 설정했을지 생각해 봅니다. 뉴스에서 한번씩 등장하는 게 외로운 독거 노인의 쓸쓸한 죽음입니다. 가족들도 뒤늦게 찾거나 무연고 시신으로 처리되는 사람들도 있어요. 안타까운 죽음입니다. 이 할머니도 이렇게 자기 집 냉장고 앞에서 죽음을 맞이했으니 언제쯤 발견될까 하는 두려움이 독자에게 찾아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이렇게 말해요. "난 원없이 사랑했시야." 인생을 돌이켜보며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혼자여도 할머니는 매일 밥도 잘 챙겨드셨고, 윗집 할머니랑도 즐겁게 왕래하며 사셨어요.


우리네 인생이 꼭 결혼만이 다는 아니라는 무서운(!) 생각을 하게 합니다. ㅎㅎ (저출산 시대라서요~) 만약 혼자가 되더라도, 곁에 내 자식이 없다고 해서 그게 실패하거나 외로운 인생은 아니라는 거예요. 타인과 연대하며 삶을 누릴 수도 있어요. 결혼을 해도 자식이 없을 수 있고, 처음부터 비혼주의로 살 수도 있어요. 그래도 말이죠. 나이들어서 혼자라서 외롭다.. 앞으로는 이런 생각을 버릴 때가 올 겁니다. 우리가 '연대'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면요. 할머니의 인생이 참 멋졌어요. 드러나지 않은 맥락 속에서 즐겁게 살았을 할머니의 인생이 그려집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해주는 아름다운 동화였어요.



단편 동화의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는 9편의 동화. 무지개보다 더 다채로운 동화들을 즐겨보세요.




이 책은 책과콩나무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지만, 솔직한 저의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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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해 질 녘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81
유리 슐레비츠 지음, 이상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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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DUSK>, ‘황혼, 해가 저물 때’를 뜻하는데요. 유리 슐레비츠 작가는 수많은 황혼 중에서도 크리스마스를 앞둔 겨울의 한 때를 그렸습니다.
‘겨울’ 그리고 ‘해 질 녘’은 쓸쓸한 느낌이 먼저 다가옵니다. 하지만 유리 슐레비츠 작가는 이 그림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따스함을 안겨주고 싶었나 봐요. 밝고 아름답고 희망 가득한 크리스마스 즈음의 겨울 해 질 녘을 표현했으니까요.



유리 슐레비츠 작가

1935년 폴란드 출생. 유태인인 그의 가족은 그가 네 살 나던 해부터 제2차 세계 대전의 포화에 휩싸인 조국을 탈출하여 유럽 여기저기를 떠돌았다. 서점에서 그림책을 넘겨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던, 막막하기 그지없는 유랑살이는 어린 슐레비츠의 예술적 감성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그는 1957년에 뉴욕으로 이주하여 미술 수업을 받기 시작했고, 이 때부터 예술적인 재능을 꽃피워 1968년에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와 하늘을 나는 배>로 칼데콧 상을 수상했다. 그 외 다수 작품을 창작했다.


책의 줄거리

겨울의 어느 날, 한 아이가 개를 데리고 수염 할아버지와 함께 산책을 나왔습니다. 강가에 이를 무렵 해가 저무는 걸 보면서 하루가 지나갔음을 슬퍼해요.
다시 도시로 돌아오니 거리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지만 도시는 하나씩 가로등 불빛이 켜져요. 그리고 거리는 온통 은은하게 반짝이는 불빛들로 가득하게 됩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불빛들로 가득한 도심 속 풍경들을 눈에 한 가득 담으며 아이는 어떤 걸 느낄까요? 책을 통해 확인해 주세요.


도시의 겨울 해 질 녘
: 크리스마스를 앞둔 따뜻한 도시의 반짝이는 희망의 밤

아이는 산책을 하며 해가 지는 걸 아쉬워합니다. 여름에는 하루종일 뛰어놀아도 밤이 환했는데, 겨울이 되니 금방 어두워져서 얼마나 속상할까요. 아이의 슬픔이 말 한마디에 잘 드러납니다.

그런데 산책에서 돌아오는 길에 도시 거리의 풍경은 사뭇 다릅니다. 가을의 밤이었다면 더 스산했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아이가 걷는 도시의 겨울밤은 불빛이 켜지며 거리 곳곳이 반짝입니다.
바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었거든요! 그림 장면 속에서 크리스마스 트리가 여러 그루 놓여져 있고요. 장난감 상점에도 호두까기 인형을 연상시키는 장난감들이 유리창 안에 전시되어 있어요.
지나가는 아이들은 신기한 복장을 하거나 특이한 촛대를 들고 있습니다. 이상희 옮긴이는 ‘이 책을 어린이와 함께 읽는 분을 위한 안내’에서 이를 유대인의 빛의 축제인 ‘하누카’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만든 ‘콴자’ 축제라고 알려줍니다.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더 찾아서 아이들과 함께 살펴봐도 좋을 것 같아요.

그림책의 배경은 뉴욕입니다. 장면 중에 ‘그리니치빌리지’라는 표지판이 나오는데, 이곳은 뉴욕에 위치한 지역으로, 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어 예술가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꼽힌다고 이 역시 설명되어 있어요. 유리 슐레비츠 작가가 뉴욕으로 이주하여 살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으리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겨울밤의 차갑고 쓸쓸한 감정을 멀리 몰아내고, 빛나고 아름다운 도시 풍경을 보여주는 그림책, 크리스마스가 끝났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그 시간들을 추억하며 즐거운 겨울밤을 보낼 수 있을 거예요.



이 책은 책자람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지만, 솔직한 저의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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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춘당 사탕의 맛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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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어린이 출판사에서 <사탕의 맛> 시리즈로 나온 두 번째 작품은 고정순 작가의 <옥춘당>입니다. 작가는 '옥춘당' 사탕의 맛을 '그리워 돌아보면 그 자리에 있는, 노을 같은 맛'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옥춘당은 제사상 위에 놓이는 둥글고 화려한 색깔을 가진 사탕입니다. 이 옥춘당과 표지에 그려진 마주잡은 두 손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목차



이야기는 목차에서처럼 3부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오줌은 두 칸 똥은 세 칸>은 화자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행복한 시절을 보여주고 있어요. 고자동 씨와 김순임 씨는 전쟁 고아였지만, 결혼하여 다정한 부부이자 행복한 부모로 살았어요. 낯가리는 할머니는 밝은 성격의 남편에게 많이 의지합니다. 할아버지는 아내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어요.

하지만 <머무를 수 없는>으로 넘어가면 할아버지는 폐암 말기 진단을 받습니다. 그리고 점점 약해지는 할아버지와 결국엔 남편을 떠나보낼 수 밖에 없었던 할머니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리고 <금산요양원 13번 침대>라는 소제목에서 추측 가능하듯이 할머니는 요양원으로 들어가게 되고요. 화자인 나는 그런 할머니를 연민어린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노을 같은 맛 : 노년과 그리움


작품 속에서 대식구들이 다 모여 제사를 지낸 뒤, 할아버지가 아내 순임씨에게 옥춘당을 챙겨줍니다. 알록달록하고 동글동글한 사탕은 할아버지의 애정이 담긴 선물인 셈이지요. 할머니는 그런 남편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왔습니다. 자신을 챙겨주는 든든한 남편이 어느날부터 아프기 시작하며 언젠가 자신의 곁을 떠나리라고 상상할 수가 있었을까요?

작가는 이러한 두 사람을 노을같다고 여겼어요. 노을은 시간상 저물어갈 때입니다. 세월로 비유하면 노을의 시간대는 늙어가는 노년이지요. 이 노을은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매일매일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고자동 씨와 순임 씨의 모습은 이 노을처럼 저물어갈 때조차도 다정하고 아름다워요. 표지의 맞잡은 손은 당연히 두 사람의 손입니다. 꼭 껴안는 것만큼이나 손을 잡는 것도 참 아름다운 행위입니다.

이러한 노을은 아름다우면서도 아쉬움을 남겨요. 황홀하지만 왠지 모르게 서글퍼집니다. 할아버지가 곁을 떠나면서 그리움이 그득하게 채워진 할머니의 마음, 이러한 두 사람을 바라보는 손녀인 화자의 마음에도 추억과 그리움이 가득히 쌓여있어요.


이제는 제사상에서도 옥춘당은 보기 힘들어진 것 같아요. 큰 차례상을 차릴 때면 모를까, 동네 마트에서 쉽게 구할 만한 사탕은 아닙니다. 어쩌면 이 옥춘당은 추억 속으로만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누군가를 닮은 것도 같아요. 이 작품을 읽는 사람들도 마음 한편이나 기억 속 어딘가에 고자동 씨나 김순임 씨같은 사람을 묻어두고 있을 거예요. 오랜만에 눈시울을 젖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분들을 기억하며 영원히 잊지 않아요.




이 책은 우아페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지만, 솔직한 저의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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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날 - 어느 날 고래가 우리에게 왔다 꼬마도서관 12
코르넬리우스 지음, 토마소 카로치 그림 / 썬더키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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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어느 날 고래가 우리에게 왔다’가 붙어 있는 글 없는 그림책 <고래의 날>은 무채색으로 각각의 장면들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코르넬리우스 지음, 토마소 카로치 그림

코르넬리우스는 우리가 아는 그 유명한 ‘다비드 칼리’의 필명입니다. 다비드 칼리의 그림은 화려한 색감을 가지고 있어요. 그림마다 다채롭고 한장씩 넘겨서 읽는 아이들은 즐거워해요. 그러한 화풍과 판이하게 다른 그림책을 출간하기에 필명을 쓴 것 같아요.



책의 줄거리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어느 도시의 풍경 속에서 갑자기 고래가 나타납니다. 하늘 위를 가득 채운 고래들. 바다 속에서 헤엄치는 고래들이 하늘 위를 유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도 각양각색입니다. 두려워하거나 호기심 가득하거나 즐거워하지요.
정체를 알 수 없는 고래 떼는 계속해서 하늘을 날고 있어요. 아무것도 안 하지만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 지도 아무도 예측할 수 없죠.
도시의 높은 사람들은 모여서 회의를 하고 고래를 제거할 계획을 세웁니다. 군대의 특수차량에 작살총이 등장하고 수염이 가득한 늙은 고래잡이들이 떼지어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들은 힘껏 작살을 던져요. 작살에 찔려 땅으로 떨어지며 괴로워하는 고래들.
높은 분들의 계획대로 이 제거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고래들은 어떻게 될까요?
뒷부분은 책을 통해 확인해 주세요.



그림의 매력

글은 없지만 각 장면마다 어떤 내용인지는 이해가 쉬운 편입니다. 클로즈업되는 사람들의 표정도 잘 드러나 있고요. 고래 떼는 세밀화로 그려서 실사같은 느낌이에요. 흑백 사진을 보는 것 같아요.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손에 흑탄이 묻어나올 듯한 기분이 듭니다. 무채색으로만 이루어졌지만 아름다우면서도 아련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멋진 그림책입니다.



함께 생각해 보아요.

글 없는 그림책이라 보는 관점에 따라서 여러 의견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코르넬레우스 작가 역시 그러한 점을 염두해 두었겠지요.

왜 고래가 나타났을까요?

SF 영화를 보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외계인들이 나타납니다. 기이한 형태의 거대한 우주선과 생소한 모습의 외계인들은 사람들에게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요.

이 그림책에서도 갑자기 거대한 고래 떼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이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물속에서처럼 그저 하늘에서 유유히 움직일 뿐입니다. 사람들을 공격하지도 않고 건물을 부수지도 않아요.

그러나 논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 발생하면 인간은 공포가 가장 먼저 솟구칩니다. 그리고 이를 논리적으로 이해하거나 해결하려고 하지요. 고래 떼를 대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각양각색으로 다르지만 인간 사회에서 명령권과 결정권을 쥐고 있는 자들은 바닷속에서 살아야만 하는 동물이 하늘에 있는 걸 바라보고만 있기엔 불쾌해합니다.

불확실성은 지배 논리에서 받아들일 만한 요소가 아니지요. 이 지배 논리는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나와 다른 모습, 나와 다른 행동을 하는 이들을 보며 다수가 눈쌀을 찌푸리고 혐오를 드러내면, 그 다름의 특성을 가진 소수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단지 거대하다는 이유로 아무런 공격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지만, 고래 떼는 누군가에게 공포와 두려움을 넘어서 혐오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혐오는 결국 배척의 결과를 가져옵니다.

아무런 위해를 가하지 않았지만, 혐오의 대상이 되어 오히려 공격당한 고래 떼. 고래는 어떤 걸 의미할까요? 우리 주변에 고래 떼와 같이 혐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있는지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이 책은 책세상맘수다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지만 솔직한 저의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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