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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봄 우리나라 좋은동화 - ‘우리나라 좋은동화’ 선정 젊은작가 동화선집 ㅣ 우리나라 좋은동화
정재은 외 지음, 빨간제라늄 그림 / 열림원어린이 / 202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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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좋은동화'에서 선정한 젊은 작가 9인의 동화선집입니다. 오랜만에 단편 동화들을 이렇게 모아 보니 동화 잡지를 읽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한 권의 장편동화가 주는 힘도 대단하지만, 각각의 단편 동화들이 모여 안기는 울림도 상당합니다. 한 편당 20쪽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수월하게 읽힙니다. <심사의 글>에 나온 것처럼 이 9편의 동화는 순서대로 읽어도 상관없고, 마음이 내키는 대로 취향껏 골라서 읽어도 상관없습니다. 읽다보면 결국엔 끝까지 다 읽게 됩니다. 각기 다른 개성을 드러내는 9인의 작가들의 동화 속 세계로 빠져 들어가 보아요.
목차
이 중에 몇 편만 소개하려고 합니다. 나머지는 책을 통해 확인해 주세요 ^^
유하정 작가의 <아주 조금의 바다>는 9편의 동화 중 가장 어두운 느낌이 강했습니다. 주인공에게 힘든 상황이 있었거든요. 지식 동화가 아닌 창작 동화에서 이런 소재를 다룬 걸 처음 봐서 (저만 뒤늦게 봤을 수도 있어요. 세상 모든 동화를 다 읽은 건 아니니까요.) 신선하기도 했고, 살짝 충격적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주인공이 꼭 용기를 내기를 응원합니다.
김우주 작가의 <빛나를 소개합니다>는 힘든 가정형편에서 사는 동생 빛나와 언니 미래가 등장해요. 초등학교 1학년인 동생에게 내일 제출해야 할 두 가지 서류가 있어요. 언니 미래는 호구조사서에서 (지금도 이런 걸 하는지 모르겠지만, 설정상 그러려니 했네요.) 가족의 학력이나 부모의 직업, 재산 정도를 거짓으로 작성합니다. 동생이 무시당하지 않길 바라서요. 하지만 또 다른 서류는 방과후학교 무료 신청서예요. 이건 솔직하게 적을수록 선정될 확률이 높아요. 언니는 정성껏 솔직하게 적습니다. 그런데 두 서류를 놓고 보니 질문이 비슷해요. 그러나 대답은 정반대로 했지요. 언니는 난감해하며 잠이 든 동생만 내려다 봅니다.
이 작품이 유독 마음을 끈 건 이런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씁쓸하게 예전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겠지요. 누군가는 알음알음 들어봤던 어떤 이야기들을 떠올릴 테고요. 코로나 시국은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어요. 코로나 시대 이전에도 가난한 환경에서 힘들게 살아온 아이들이 있었지만, 요새는 더 곤궁함을 겪고 있어요. 타인에게 상처받고 싶지 않은 주인공 언니의 마음도 이해가 되고, 힘든 가정형편에 학교의 지원에 매달려야 하는 현실도 안타까워요. 가난한 건 부끄러운 게 아닌데, 돈이 없는 걸 부끄러워지게 만드는 건 뉴스에서도 등장했던 어른들의 지독한 선입견이었죠. 현실을 반영한 동화는 쓴맛을 남깁니다.
김경은 작가의 <할머니와 냉장고>는 주인공이 할머니입니다. 어린 아이가 아닌 주인공이지만, 평생 혼자 살던 할머니는 냉장고 앞에서 쓰러지며 죽음을 맞이해요. 그리고 특별한 냉장고의 만찬을 즐기면서 어린시절부터 현재까지 회상을 합니다. 구수한 사투리를 하는 할머니가 우리 동네 할머니 같아서 정겨웠어요. 이 사투리가 익숙한 사람이라면 웃음이 절로 나올 거예요.
왜 작가는 주인공 할머니는 팔십의 독거 노인으로 설정했을지 생각해 봅니다. 뉴스에서 한번씩 등장하는 게 외로운 독거 노인의 쓸쓸한 죽음입니다. 가족들도 뒤늦게 찾거나 무연고 시신으로 처리되는 사람들도 있어요. 안타까운 죽음입니다. 이 할머니도 이렇게 자기 집 냉장고 앞에서 죽음을 맞이했으니 언제쯤 발견될까 하는 두려움이 독자에게 찾아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이렇게 말해요. "난 원없이 사랑했시야." 인생을 돌이켜보며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혼자여도 할머니는 매일 밥도 잘 챙겨드셨고, 윗집 할머니랑도 즐겁게 왕래하며 사셨어요.
우리네 인생이 꼭 결혼만이 다는 아니라는 무서운(!) 생각을 하게 합니다. ㅎㅎ (저출산 시대라서요~) 만약 혼자가 되더라도, 곁에 내 자식이 없다고 해서 그게 실패하거나 외로운 인생은 아니라는 거예요. 타인과 연대하며 삶을 누릴 수도 있어요. 결혼을 해도 자식이 없을 수 있고, 처음부터 비혼주의로 살 수도 있어요. 그래도 말이죠. 나이들어서 혼자라서 외롭다.. 앞으로는 이런 생각을 버릴 때가 올 겁니다. 우리가 '연대'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면요. 할머니의 인생이 참 멋졌어요. 드러나지 않은 맥락 속에서 즐겁게 살았을 할머니의 인생이 그려집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해주는 아름다운 동화였어요.
단편 동화의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는 9편의 동화. 무지개보다 더 다채로운 동화들을 즐겨보세요.
이 책은 책과콩나무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지만, 솔직한 저의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