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와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52
민병권 지음 / 길벗어린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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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와 (2024)

민병권 글,그림 / 길벗어린이



<들어와>는 표지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림책입니다. 숲 속에 있는 늑대 세 마리가 제목처럼 들어오라고 손짓하고 있어요. 이 늑대의 정체가 무엇일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라 펼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민병권 글,그림

규칙을 잘 지키는 친절한 늑대가 쓰고 그린 첫 그림책


작가 소개도 인상깊습니다. 규칙과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추측하게 만듭니다.




그림책 줄거리



숲 속에 늑대 세 마리가 나타나 줄넘기 규칙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동물들을 모아서 함께 단체 줄넘기를 해요.

여기에 가장 중요한 규칙이 있습니다.



"그런데 줄에 걸리거나 동작이 틀리면 죽어. 어때? 재밌겠지?"

"단, 누구라도 살면 다 같이 사는 거야."




원숭이, 토끼, 펭귄, 초록뱀, 당나귀는 늑대와 함께 줄넘기를 합니다.

앗, 그런데 줄을 넘을 때마다 누군가 동작이 틀립니다.

줄은 계속 돌아가는데, 한 마리씩 사라지는 동물들..


과연 이 줄넘기 놀이의 끝은 어떻게 될까요?




함께 이야기 나눠요


유아, 초등학생에게 익숙한 줄넘기를 소재로 하여 어린 독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그림책 <들어와>입니다. 익숙한 줄넘기 동작은 아이들이 따라하며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요. 단체 줄넘기의 묘미! 틀리면 죽는다~~ 책을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동작이 틀리는 동물들 때문에 스릴 만점입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익숙한 줄넘기여서 재미가 느껴집니다.


이야기의 포인트는 '틀리면 죽는다'. 이 '죽는다'는 단어의 언어유희를 살리면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동작이 틀리면서 한 마리씩 사라지는 동물들이 어디로 갔을지 궁금하게 만드는데요. 세상에나! 어느 순간 같이 놀던 동물들은 사라지고 늑대의 배가 잔뜩 부른 모습이 나옵니다.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죽음의 게임으로 돌변하는 반전이 나오게 되는 거죠.


이렇게 책이 끝난다면 많이 아쉽겠지요? 그래서 작가님은 또 하나의 반전을 준비했습니다. 초반부터 등장하는 새가 한 마리 있어요. 짜잔!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위해 새는 늑대 앞에 등장합니다. 새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까요? 이걸 보고 있으면 우리나라 옛이야기가 떠오릅니다. 꾀 많은 동물이 등장하는 민담을 생각나게 해요.


민담은 설화 문학의 한 갈래입니다. 설화는 들려주기 문학이었고요. 짧고 단순하면서도 선악 구도가 분명하고, 반복을 통해 위기에 빠졌을 때 문제를 해결하는 통쾌함을 안겨주는 설화는 아이들에게 흥미롭게 다가와 재미 속에 풍덩 빠지게 만들었어요. 이 설화의 전통은 현대에도 많은 작가들에 의해 계승되어 왔습니다. 물론 <들어와>가 꼭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제게는 그렇게 받아들여졌습니다.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익숙한 소재와 동물의 등장은 어린 독자들에게 이 <들어와> 그림책을 쉽게 접하게 합니다. 규칙을 지켜야하는 놀이지만 이를 어겼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뒷부분을 흥미롭게 끌어당기고요. 옛이야기처럼 위기를 잘 헤쳐나가는 지혜로움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그림책이라 아이들에게 추천합니다.




이 책은 제이그림책포럼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협찬받았지만, 제 솔직한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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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행복할 수밖에 없는 사람
달밑 지음 / 부크럼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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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잎클로버와 세잎클로버 이야기가 있어요. 어떤 사람이 ‘행운’의 의미를 가진 네잎클로버만 찾아 헤맸는데 보이는 건 세잎클로버라 실망이 가득했다고요. 화가 나서 세잎클로버를 뜯어서 던져버리려고 하니, 곁에 있던 사람이 말리면서 말합니다. “세잎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래요. 큰 행운 한방을 기다리다가 주변에 널린 작은 행복들을 놓치지 마세요.”
언젠가 듣고선 소소한 행복에도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달밑 작가님의 에세이 <당신은 행복할 수밖에 없는 사람>에서도 ‘행복’이란 단어가 제목에 들어가 있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작가 소개


달밑 작가님은 주로 사람과 사랑, 마음가짐을 주제로 글을 쓴다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모두를 이해하지 않아도 다 껴안을 필요도>를 첫책으로 쓰고, 이번이 두번째로 출간한 에세이입니다.

책 속에서 달밑 작가님이 자신을 언급한 내용이 잠깐 나오는데요. 형제들 중에 막내에 남중, 남고를 나오고, 서른이 넘었다고요. 독자인 저와 성별부터 나이까지 많은 것들이 다르구나 싶었지만, 신기하게도 글을 읽을수록 제가 고민했던 것들이 글로 나와 있었고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부끄러웠던 모습들이 상대방의 행동과 말로 드러나 있었습니다.




목차








인상깊은 구절


공감되는 게 많았는데, 그 중에서 인상깊었던 몇 부분을 얘기해 보겠습니다.

내가 내 수고를 알면 그걸로 됐다 (23쪽)


이 글을 읽으면서 저도 많이 뜨끔했어요. 나는 내 주변의 사람들이 힘들다고 했을 때 나도 힘들다고 하며 더 투정을 부렸던 적이 많았던 것은 아닌지 기억을 더듬게 되더라고요. 위로를 해주는 게 어려운 게 아닌데, 미안해졌습니다. 나에게도 토닥토닥, 그리고 앞으로는 다른 이들에게도 순수한 위로를 먼저 해주겠노라 다짐을 해봅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59쪽)


저도 책을 출간했기에 작가님의 출간 전의 걱정도 공감이 되었고, 책 출간 후에 얼마나 후련했었는지도 기억이 납니다. 겪기 전에 하는 온갖 상상이 가장 내 마음을 괴롭히고 피곤하게 만들죠.



미움으로 행복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78쪽)

행복은 오로지 행복할 수 있는 일로만 누릴 수 있는 감정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얼마전 TV에서 본 시상식에서 유튜버 곽튜브님의 소감이 인상깊었습니다. 학창시절에 왕따를 당해서 어떻게 복수할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는데요. 나중에라도 상을 받는 날이 오면 시상식 소감에서 그들의 이름을 언급할까 생각도 했었답니다. 그런데 상을 받는 이 순간에 그들의 이름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감사인사를 하고픈 사람들 이름만 떠오른다고요. 그 시상식 소감과 달밑 작가님이 이 꼭지에서 말하고 싶은 게 같은 의미인 것 같아서 더 와닿습니다.



4장 ‘어떤 계절이라도 같이 걸어요’


앞서 본 1~3장까지와는 달리 저의 인상으로는 연애, 사랑에 대한 이야기 같아요. 앞에서는 남자와 여자보다는 좀더 보편적이고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겪은 감정과 통찰로 작가님이 얘기하셨다면, 이번 4장은 조금 달달한 느낌도 들고요. ^^ 저는 이미 결혼을 한 사람이라서 그런지 4장을 보면서 사랑과 이별 등 감정을 다룬 것들에 나도 그랬었지 하며 맞장구치는 게 많았습니다. 그래서 현재 남편과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해주었습니다. 이미 가족이라 더는 사랑없이 정! 의리! 이렇게 무덤덤하게 바라보고 살고 있었나 반성하게도 되었고요. 못해줬던 것들이 생각나면서 마음에 상처주지 말고 잘해줘야겠다 반성해봅니다.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당신은 행복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을 읽고나면 위로받기도 하고, 저보다 어리지만 성숙한 작가님께 마음의 토닥임과 응원을 받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달밑 작가님도 이 글을 쓸 때, 글을 쓰는 시점보다 더 행복하기 위해 다짐하고 다독이며 써 내려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에세이의 장점이 바로 이런 것 같아요. 위대한 소설처럼 대단한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처음으로 창조해낸 것도 아닙니다. 일상 속 우리 주변에서 늘 겪고 있는 일이에요. 그 속에서 거창하지 않고 익숙하면서도 다정한 말에 우리는 여전히 공감하고 힘을 얻습니다. 누군가는 뻔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위로의 말들이 우리의 인간관계를 따스하게 만들고 나의 자존감을 다시 생기있게 만들어 줍니다. 이 책을 읽고 앞으로 행복해질 다른 독자들에게 권합니다.




응원이 공허한 울림에 그치지 않고 조금씩 행동으로 옮기다 보니 지금은 제법 행복과 친해졌습니다. “요즘 행복해?”라고 과거에 누가 물었을 때 긍정적인 답이 입에 잘 붙지 않아서 “그냥 그래.”라고 하는 일이 많았다면, 지금은 “응, 행복해!”라고 자연스럽게 대답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4쪽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지만, 솔직한 저의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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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 집, 이야기를 품다
도서출판이곳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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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본 드라마의 제목이 <우리, 집>이었는데요. ‘집’이라고 하지만 그 속에 사는 우리.. 바로 가족들의 이야기였어요. 드라마는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에 극적인 면도 있어요. 상황이나 설정에 놀라면서 보기도 했지요.
그에 비해 이 책 <촌놈>은 아홉 명의 작가들이 진솔하게 적어낸 일상의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게다가 저와 나이가 비슷한 중년의 작가님들이라 그런지 각자 겪은 경험도 독자인 저와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어떤 면에서 공감을 받았고, 제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살펴보도록 할게요.




작가 소개

‘고진나’ (=고요하고 진실한 나의 글쓰기클럽)

임수진 작가님
역시 나는 빼도 박도 못하는 촌놈이고, 한국 사람이다.

정혜원 작가님
모네가 정원을 가꾸면서 그림을 그리며 마지막을 보냈던 지베르니에 꼭 가고 싶었다.

김보경 작가님
조만간 따뜻한 엄마의 부엌을 찾아가 작은 식탁에 앉아 종알종알 이야기보따리를 늘어놓아야겠다.

김은영 작가님
눈 내리는 날이면 동네 골목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박옥심 작가님
오늘은 비가 오니까 집에 가면 엄마가 있겠지?

류경희 작가님
떠난 이들이 채웠던 집의 온기,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집의 온도를 뭉근히 데운다.

한영옥 작가님
열어섯 나의 꿈을 현재진행형으로 만들어 준 마흔두 살 지금의 나를 응원한다.

배정환 작가님
추억의 거리가 영화보다 좋았다.

이화정 작가님
뜨끈한 떡만둣국 한술을 떠서 배고픔이 숨기지 못한 보고픔을 함께 삼킨다.





목차




목차를 보면서 어떻게 구성했을지 궁금했어요. 본문으로 들어가니 각 장마다 여러 작가님의 글이 실려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장별 제목을 다시 살펴봤어요. 왜 이런 제목을 지은 걸까? 호기심이 생겼지요. 제목짓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다들 알잖아요. 꼭지글을 읽고 다시 장별 제목을 살펴보면서, 장별로 제목에 감정을 담고 있더라고요. 목차부터 고심해서 지었다는 게 여실히 느껴졌습니다.





인상깊은 구절

9명의 작가님들의 이야기를 들여다 보면, 각자의 경험 중에 제 삶과 달라서 낯설거나 생소한 삶의 이야기도 있었지만, 저와 삶의 결이 비슷해서 만나보고 싶은 분도 있어요. 우리는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살아왔지만 몇 십년의 삶을 영위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비슷하구나 싶었어요.



세월은 집도 사람도 헐겁게 한다. 헐거워진 집은 사람이 떠나듯 생을 다하기도 한다. 하지만 생을 다했다고 진정 사라지는 것일까. (217쪽, 7장, 집의 온도 - 류경희)

‘집’에 대한 이야기로는 이 구절이 인상깊게 다가왔어요. 며칠 전에 지인에게 들은 얘기가 떠올랐거든요. 시댁 어른들이 돌아가시고나서 방치된 시골집이 있었는데, 몇 년만에 가보니 마당에 시멘트 발라진 곳을 풀들이 뚫고 나와 자라고 있었다고요.
하지만 류경희 작가님은 ‘온기가 떠난 집은.. 그 공간을 누가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채우며 살았는지에 따라 집의 온도가 달라진다.(216쪽)’고 했어요.
저도 시조부모님이 떠나신 집을 물려받아 신혼집으로 시작했었어요. 리모델링도 하고 가구랑 가전도 새로 들였지만, 식기같은 자잘한 것들은 그대로 물려받아 썼었거든요. 돈 안 들인다고 했던 거지만 오래되고 빛바램 속에서도 익숙함이 깃든 물건들이 신혼 살림을 어렵지 않게 해줬던 것 같습니다.





다락방에서 지냈던 몇 년은 어린 시절 가장 빛나는 시간이었다. (30쪽, 1장, 다락방의 비밀 - 이화정)

작은 방이지만, 나만의 뮤직박스, 친구들과 함께한 노래방, 나의 소중한 라디오를 만날 수 있는 보금자리였다.(49쪽, 1장, 별이 빛나는 밤에 - 배정환)

가족들과 복작이고 살면서도 나만의 방을 갖고 싶은 건 누구나 같은 마음인가봐요. 저도 10대 시절에 간절히 제 단독방을 갖고 싶었어요. 저는 아끼는 만화책을 들키지 않고 숨길 수 있는 제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지만요. ‘나만의 공간’에 대한 추억은 떠올릴 때마다 웃음짓게 합니다.





(93쪽, 3장, 우리의 대나무 숲 - 김은영)

지금 내가 앉아서 글을 쓰고 있는 곳은 식탁 한쪽 끝이다. (122~123쪽, 4장, 이상적인 서재 - 임수진)


<촌놈>의 작가님들도 대부분 여성분이시고, 저도 여자여서 그런지 글을 쓰는 장소가 비슷해요. 결혼해서 집을 마련하면 방 한 칸은 제 마음대로 꾸밀 수 있을 줄 알았어요. 문을 열면 한쪽 벽면에 책장을 여러 개(!) 두고, 가운데에 책상이 놓인 멋진 서재를 만들 수 있을 거라 믿었거든요. 하지만 현실은 이래요. 주방에 놓인 식탁.
그렇지만 글 쓰는 장소가 어디이든 오롯이 나만 독점할 수 있는 시간에 그 장소에서 글을 쓰면 거기가 바로 나의 서재가 된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그런데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니 어둠 속의 밤길은 천천히 걸을 수 있다. 어둠 속에서 내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크다. (185쪽, 6장, 요동치는 걸음 - 한영옥)

엄마로서 아이들에 대한 책임의 무게를 느꼈기 때문이다. 재봉틀과 함께했던 그 시간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게 했다. (261쪽, 8장, 나를 깨운 재봉틀 - 정혜원)


우리의 삶은 육아를 빼놓을 수가 없어요. 초반에 꺼냈던 드라마 <우리, 집>에서도 가족들 서로의 비밀이 드러나며 망가졌다고 해도 진정으로 가족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주인공의 대사가 나와요.
집에서, 삶에서 나는 아이였을 땐 한없이 약하고 겁많은 소녀였지만 커서는 바퀴벌레도 슬리퍼로 때려 잡는 억척스런 엄마가 되었어요. 나의 일과 가족들, 특히 아이들의 일이 겹칠 때는 우선 순위가 아이들로 기울 수 밖에 없다는 걸 알아요. 엄마들의 삶이 비슷해요.
그러면서도 저도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고, <촌놈>의 작가님들도 가족의 행복 안에서 자신의 일과 행복을 놓치지 않고 균형을 이루며 사는 모습이 참 멋집니다.





(150~151쪽, 5장, 호피 무늬 쫄바지를 입은 사춘기 소녀 - 박옥심)



(194~195쪽, 6장, 매 순간의 선택을 즐긴다 - 김보경)


이 구절들은 제 생각을 작가님들이 들여다본 줄 알았어요. 그동안 제가 해온 생각이랑 흡사해서 깜짝 놀랐네요. 글을 쓰면서 나를 드러내는 게 가장 힘든 일이거든요. 특히나 과거의 내 모습이나 생각이 부정적이었음을 깨닫게 되면 약점이 될만한 이런 면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작가님들이나 저나 이렇게 담담하게 나를 돌아보고 과거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건, 지난날의 후회되는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였다는 거예요. 나를 인정하기, 그리고 긍정적인 사고로 바꾸어 앞으로 나아가기. 그래서 결이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하면서 작가님들을 더욱 응원하고 싶어저요.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에세이 책을 고르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일상적이면서도 진솔한 삶이 드러난 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에세이를 고를 것 같아요. TV 프로그램 중에 ‘전국노래자랑’이나 ‘인간극장’을 보는 것처럼요.
또 글쓰기를 좋아하거나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 때문에 에세이에 손이 갈 것 같아요.
<촌놈>은 어떤 이유이든 손이 갈만한 에세이 책입니다. 집에 대한 기억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요. 그 집에서 함께 한 가족들과의 울고 웃을 만한 추억도 많을 테고요. 그래서 이 책은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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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행성
김소희 지음 / 아름드리미디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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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행성>은 <민트맛 사탕>을 그렸던 김소희 작가의 신작으로 한국만화 영상진흥원 선정작이기도 합니다. 이 만화는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김소희 글,그림
나무가 많은 마을에서 그림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10대 시절의 자전적 이야기 <반달>과 20대 시절의 이야기 <자리>, 숨 쉬기 힘든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 위안을 주고받는 가상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 <민트맛 사탕>을 만화책으로 내었습니다. <먼지 행성>에서는 물건도 사람도 쉽게 버려지는 시대에, 한 가족의 연대와 사랑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책의 줄거리

1. 쓰레기별



태양과 멀어 그만큼 춥고 어두운, 식물이 거의 자라지 않는 행성. 이곳은 다른 행성들의 청정 유지를 위해 그들의 쓰레기가 버려지는 곳으로 이 태양계의 쓰레기장입니다. 그래서 정식 명칭은 ‘먼지 행성’이지만 사람들은 ‘쓰레기 별’이라고 부르는 이곳에서 나오, 츄리, 리나, 펫봇인 깜이가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각 행성에서 보내는 쓰레기 종량 캡슐에서 쓸 만한 물건들을 건져 다시 파는 것으로 생활하고 있어요.
이들 각자는 모두 버려진 사연이 있습니다. 유일한 시민권을 가진 관리자 나오는 딸과 연락이 끊겼고, 츄리는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해 여기에 정착했고, 리나는 서너살 때 쓰레기 캡슐선을 타고 여기까지 왔다가 나오와 츄리에 의해 구출되면서 이름을 얻고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버려졌던 리나가 버려진 펫봇 깜이를 주워 새 가족이 되었습니다.

2. 모험



나오는 리나에게 위험한 곳에 가지 말고, 위험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그러나 리나는 먼 곳에서 반짝이는 불빛을 보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리라는 기대를 품고 나오와 츄리가 술에 취해 잠든 사이에 깜이와 함께 몰래 나가 불빛이 보이는 곳으로 향합니다.
리나가 찾아간 저 멀리 건너편 쪽은 먼지가 뒤덮인 곳이 아니라 호수가 있는 또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빛을 내던 구식 기록봇을 발견하는데요. 그렇지만 이 모험으로 인해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가 나오와 츄리의 도움으로 집에 돌아올 수 있게 됩니다.

집에 돌아온 넷은 기록봇의 기록을 보면서 깜짝 놀라게 되는데요. 눈보라가 치는 심한 맹추위, 그리고 먼지 행성 대신 최첨단 쓰레기 빔이 쓰레기를 처리할 것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이 가족의 앞날은 어떻게 될지는 책을 통해 확인해 주세요.




함께 이야기나눠요

버려진 자들의 연대 : 새로운 가족의 사랑법



등장인물 나오와 츄리, 리나와 펫봇 깜이는 각자 아픈 사연을 품고 있습니다. 그 중 리나는 아주 어릴 적에 이름도 없이 쓰레기 캡슐선 속에서 버려진 채 먼지 행성까지 왔다가 나오와 츄리에 의해 구해집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서 지은 것 같은 리나라는 이름을 아이에게 붙여줍니다. 그런 리나도 자신처럼 버려진 펫봇 깜이를 줍게 됩니다.

버려지기 전의 기억을 지우지도 않고 고물처럼 버려진 펫봇.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해 먼지 행성에 정착할 수 밖에 없었떤 츄리, 자신이 알코올 중독이라 딸이 연락을 끊은 것은 아닌지 대답조차 들을 수 없게 된 처지의 나오. 이들 모두는 누군가에게서 버려졌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가족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보통 버려진 상처를 가진 사람은 속이 여리고 그것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겉으로는 가시를 잔뜩 세운 채 타인과 함께 하기를 거부합니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도 많이 보았던 거죠.

하지만 나오와 츄리는 달랐어요. 이 먼지 행성에서 서로 모른 척하며 각자도생하며 살 수도 있었겠지만, 그들은 서로의 품을 내주며 우정을 쌓았고, 어린 리나를 부모의 마음으로 잘 키웠습니다. 상대방을 받아들일 수 있는 단단한 속마음을 가졌기 때문인데요. 밀어내지 않고 나에게 다가오는 걸 거부하지 않았던 그 따스한 마음, 이 마음이 어떤 형태든 아마 사랑이었겠지요.


사랑의 모습 : 바람직한 부모/어른이란?



모험편을 보면 십대의 리나는 위험한 행동을 하지 말라는 나오의 말을 어기고 몰래 집 밖으로 나갑니다. 그리고 가본 적 없는 저 멀리 건너편으로 향해요. 이러한 장면은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기 위해서 진행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반짝이는 불빛에 호기심을 가지고 기어이 확인하는 리나의 모습을 보면 현실의 사춘기 십대 아이들의 모습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십대 아이들은 더이상 부모의 통제 속에서만 살지는 않지요. 통제라는 단어는 부모 입장에서는 안전을 뜻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자유에 대한 구속과도 같습니다. 스스로 선택하고 그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아이를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보고 응원해주는 게 진정한 부모의 역할일 텐데요. 이게 참 어려워요.

리나는 위험에 처할 뻔 하지만 결국 나오와 츄리에 의해 구조됩니다. 나오가 무사히 돌아온 리나에게 화내지 않고 품에 안아주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 장면을 보면서 바람직한 부모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머리로는 이해되면서도 내 아이가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나는 다독이는 걸로 끝낼 수 있을까, 더 내 통제 속에서 가둬두려 하지 않을까, 저를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또 이 가족들은 각자 버려진 사연을 품고 있잖아요. 그 사연들을 보면 비인간적인 어른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각자의 상황에서 보이는 어른들을 통해 어떻게 사는 게 바람직한 어른상인지, 어떤 모습이 진정한 인간다움인지 생각해 보게 해요.


먼 미래의 쓰레기 행성이 배경이라 SF 만화나 영화가 떠오르더라구요. 미국 영화 <에이 아이(AI)>는 펫봇 깜이의 이야기에서 떠올랐고요. 일본 애니메이션 <총몽>은 쓰레기 행성에서 사는 이들이 깨끗한 행성으로 가고 싶어하는 욕망도 나타나 있는데요. 이 책 <먼지 행성>은 가족의 사랑에 좀더 초점을 맞춰서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가족과 싸웠을 때 이 책을 보면 자신을 반성하고 가족에 대한 사랑이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게 만들 것 같은 <먼지 행성>. 초고학년 이상부터는 잘 이해할 것 같아요. 많은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이 책은 제이그림책포럼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았지만, 솔직한 저의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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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거인 (15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프랑수아 플라스 글 그림, 윤정임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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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우스에서 <마지막 거인> 그림책이, 한국어판 15만 부 판매 기념 스페셜 에디션으로 다시 나왔습니다! 작년에 그림책쉼터 모임에서 이 그림책을 살펴봤었어요. 당시에는 도서관에서 빌려서 봤는데 겉표지가 아주 오래되고 낡아 있었어요. 그렇지만 이런 명작을 제가 이제야 알았다는 것에 민망하면서도 지금이라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이 멋진 그림책을 사람들에게 널리널리 알리고 싶은데 (저 빼고 이미 다들 알고 있었겠지만요 ^^)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 안타까웠었죠. 

그런데!!! 기존 도서보다 디자인이나 판형, 내지와 일러스트 색상까지도 고급스러움을 살리려고 심혈을 기울여서 재출간 되었으니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작가 소개







책에 대하여


그림책은 0세~100세까지 보는 걸로 독자층의 폭이 넓어졌지요. 개인적으로 저는 그림책을 보고 격한(!) 토론을 할 수 있는 책을 선호합니다. 제 표현의 한계든 무지를 깨닫든 간에 장면마다 이런저런 시선으로 살펴보면서 독서토론 모임원들과 이야깃거리를 나누는 걸 즐깁니다. 그러한 점에서 <마지막 거인>은 할 말을 참 많이 하게 하는 머리 아픈(!) 그림책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 그림책은 꼭 봐야만 하는 책이라고 강력하게 말하고 싶어요.






 <마지막 거인>의 내용은 요약하려면 길어요. 간단히 몇 줄로 정리하기는 어렵습니다. 줄거리를 제대로 알지 않으면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을 것 같아요. 저도 작년에 이 책에 관심이 생긴 이유도 다른 블로거의 리뷰를 보면서 줄거리가 흥미진진했기 때문이에요. 

그렇지만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이 그림책은 거인들의 나라를 찾아 떠난 주인공 루스모어의 탐험 이야기,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이후에 벌어진 이야기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함께 이야기 나눠요 


<마지막 거인>은 여러 문제 의식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이 책이 꼭 성인들만 읽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글밥이 워낙 많고 그림책의 전체 분량도 많긴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이 그림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고 토론이 가능하리라 봅니다. 그림책의 작가가 우리 독자들에게 주는 질문형 메시지가 뚜렷합니다. 


침묵을 지킬 수는 없었니?


탐험가가 거인의 나라에서 집으로 돌아온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 영향은 그림책의 결말까지 이어지는데요. 그림책쉼터 모임에서도 이 장면, 저 장면을 분석하듯이 살펴보고 의견을 나눴던 기억이 납니다. 등장인물의 성격도 분석할 맛이 났고요. 주인공 루스모어가 벌인 일과 그 결과까지 보면서 우리의 가치 판단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살펴봤던 시간이었어요.  


주변에 이 그림책을 안 본 사람들이 없었지만, 저도 작년에 처음 접했어요. 한국어판으로 15만 부나 팔렸다는데 나는 이제야 알았네! 좋은 그림책은 시간이 흘러도 눈으로 입으로 소문나기 마련이지요. 스페셜 에디션을 갖게 되어서 기쁩니다. 그림책 좋아하는 분들 중에서 아직 이 책을 접하지 못했다면 이제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으니 꼭 읽어보길 추천드려요.



이 책은 제이그림책포럼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협찬받았지만 솔직한 저의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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