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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자꾸 책방
안미란 외 지음, 국민지 그림 / 사계절 / 2022년 1월
평점 :
<자꾸자꾸 책방>은 부산에 있는 어린이청소년 전문 서점 ‘책과아이들’을 모델로 한 동화작품집입니다. 이 동네 책방을 다니며 책을 읽고 글을 쓰던 사람들은 어린이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한마음으로 모여서 동화를 창작했고, 이 책이 다른 지역의 동네 책방들도 함께 빛내주길 바라며 출판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안미란 작가는 동네 책방은 ‘우물터’와 같아서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곳이라고 하였습니다. 이 작지만 소중한 동네 책방들이 대형 서점에 치이고 도서정가제에 밀려서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책방 지킴이들의 지혜와 소망이 담긴 이 책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차례
이 중에서 몇 편을 소개하려 합니다.
<봄날의 갈피끈>은 안미란 작가의 동화입니다.
자꾸자꾸 책방에서는 몇 년 전부터 벚꽃 피는 봄날에 새책과 헌책을 가져와 사고 파는 책 알뜰 시장과 같은 행사를 열었습니다. 주인공 수호는 자신이 열 번이나 읽은 책 <삼국지>를 팔기 위해 이 곳에 나왔다가 또래의 여자 아이 인혜를 마주하게 됩니다. 수호의 두근거리는 감정은 책을 파는 일을 멈추고 인혜와 같이 본책방 행사를 구경하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수호 할아버지가 펼쳐 둔 책들을 구경하며 책에 깃든 할아버지의 추억을 함께 나눕니다.
수호가 또래 친구인 인혜를 만나서 두근거리는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덩달아 독자의 마음도 간질거립니다. 수호 할아버지는 이 본책방에서 책을 판매하러 나오지 않았습니다. 집 책장 속에서 묵힌 책들을 햇볕에 꺼내두고 말리면서 이 곳에 나온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하루를 즐기고 있었어요.
수호 할아버지의 말과 행동 속에서 얼마나 책을 사랑하고 아끼는지 느낄 수 있었어요. 재밌게 본 책은 밑줄을 긋기도 하고, 때로는 귀퉁이를 접기도 해요. 흔적이 남아 있지요. 그 세월의 흔적들마저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손때 묻어도 오래도록 질리지 않고 몇번이나 읽었던 책이기 때문이겠지요. 책읽기를 좋아하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수호 할아버지의 마음에 공감할 거예요. 어린 독자들도 책을 소중히 여기며 관리하는 법도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책이라는 게 그냥 서가에 꽂고 보관만 하면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피게 마련이야. 바람도 쐬고 햇볕에 바래면서 바깥나들이를 해야 오래오래 가지.”
수호는 그제야 알았다. 할아버지는 오래된 책들이 바깥나들이를 하니 그토록 ‘좋았다’는 것을. (19쪽)
<먼지 수집가의 제자>는 김한나 작가의 동화입니다. 책방에서 열리는 글쓰기 프로그램에 신청한 나나 씨는 쉽사리 글이 써지지 않자 끙끙댄다. 이 때 구석 자리 책장에서 쥐 씨가 한 손에는 쓰레받기를 들고, 책장 바닥을 쓸면서 나나 씨에게 다가온다.
동화 작가 쥐 씨는 글을 못 쓰는 나나 씨를 작게 만들어 특별히 자신의 책방으로 데려간다. 나나 씨는 먼지 글자를 익혀서 처음으로 글을 쓰고 첫 책을 받게 되는데..
글을 쓰는 어려움이 잘 드러난 동화입니다. 책 읽기는 쉽지만 밤을 새도 A4 종이 한 장 채우는 일은 참 어렵습니다. 2천자가 들어가는 그 한장이 얼마나 넓어보이는지 글을 써 본 사람은 알 거예요.
나나 씨의 한숨에 동화 작가 쥐 씨가 나타나 그녀에게 도움을 줍니다. 나나 씨가 쥐 씨랑 바퀴벌레 씨를 만나서 깜짝 놀랄 때마다 그들은 말합니다.
“동화 작가 지망생이 이런 일에 놀라면 안 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고!”
이 말에 웃음이 터졌어요. 동화는 환상을 담고 있지요. 절묘하게 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말이 재미를 더해줍니다.
쥐 씨 덕분에 나나 씨는 먼지 글자로 자신의 글을 쓰고 첫 책을 손에 쥐게 됩니다. 얼마나 가슴 떨릴 지 독자들도 함께 두근거립니다. 그리고 나나 씨는 쥐 씨의 조언을 얻어 또 다른 결심을 해요. 그녀를 응원해 주세요.
동화 작가 쥐 씨가 글쓰기를 고민하는 우리에게 남긴 명언을 알려드릴게요.
“짧고 리듬감 있게! 그렇게 쓰면 된다고!”(98쪽)동화 속에는 순수한 힘이 담겨 있어요. 곱고 아름답지요. 때로는 슬픔도 다가오지만 그걸 받아들이고 한 단계 더 성숙해질 수도 있습니다. 작은 책방에서 여러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어울리며 책 관련 행사도 하고 작가들과의 만남도 가지면서, 작은 서점만이 가지는 정취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동네 책방 지킴이들이 여기저기에 많아지길 함께 바랍니다.
이 책은 사계절 출판사를 통해 협찬받았지만, 솔직한 저의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