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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 마카롱을 먹기로 했다 - love is life
다이애나 리카사리 지음, 딘다 퍼스피타사리 그림, 카일리 박 옮김 / FIKA(피카) / 2019년 1월
평점 :
책을 처음 마주하는 순간 '이쁘다'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노랑, 연한 보라, 연한 녹색, 그리고 연한 분홍빛의 마카롱이 흔들흔들 탑을 쌓고 있는 일러스트가 분홍 바탕 위에 올려진 책은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누구에게?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알록달록 마카롱과 함께.
사실 이 책은 운동을 하고 있는 조카에게 주고 싶다. 경쟁 속에 사는 이 아이는 아직은 어린 나이에 어른들과 뒤섞여 끙끙거리며 견뎌내고 있다. 아직 세상을 잘 모르는 어려서부터 운동만 하고 커 온 그 아이에게 이 지독한 세계는 무척 힘들 것이다. 그 아이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하는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어 줄 책이 될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책의 글들은 짧고 강렬하다.
얼마 전 블로그 통계를 이리저리 둘러보다 한 방문객이 평균 블로그에 머무는 시간이 2분 정도인 걸 알게 되었다.
길게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자기한테만 하는 이야기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요즘은 SNS를 많이 한다. 그 속에서 긴 글을 읽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오늘, 마카롱을 먹기로 했다>의 글은 다이애나 리카사리라는 인도네시아의 패션, 라이프스타일 인플루언서인데 SNS 등 온라인을 통해 활동을 했다고 한다. 딱 그 스타일의 문장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쁜 일러스트 배경은 딘다 퍼스피타사리라고 하는 물방울무늬와 예쁜 옷을 입은 소녀를 주고 그리는 일러스트가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책이 전체적으로 '소녀소녀'하다.
"너한테 이건 좀 어려울 거야."
"넌 못할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한번 해볼게요." "도전할래요."라고 말해주세요.
"해 봐, 그리고 너의 한계를 느껴봐."라고 그들이 말할 때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걸요!"라고 말해 주세요.
라는 구어체의 쉬운 문장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이 책은 내 손을 거쳐 조카에게 가겠지만, 나에게도 가슴이 와닿는 곳들이 많았다. 실은 나도 한 권 가지고 있으면서 위로를 얻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도 한다.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귀로 듣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가슴으로 마음으로도 들을 수 있거든요.
듣는다는 것의 의미는 소리의 울림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이해하고,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포함하니까요.
정말 좋은 친구는 상대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친구예요.
내 문제가 아닌 친구의 문제를 먼저 듣고 있으니까요.
연말연시를 지내며 몇몇 모임을 가졌다. 모임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허전할 때가 있었다. 말을 너무 많이 하지 않았나? 혹은 왜 그는 자기의 이야기만 하는 걸까? 그러면서 듣는다는 것이 뭘까? 왜 듣는다는 게 힘들까?
이 문장을 보면서 귀로만 들었구나 하는 반성을 했다. 마음으로 가슴으로 들어야 하고, 이해하고 문제를 공감해야 한다는 걸.
사람들이 모두 나에게 친절하기를 기대할 수 없어요.
나 또한 모두에게 친절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 어설픈 기대와
왜 나를 기분 나쁘게 대하는지 의문을 품기보다는
나 자신에게 먼저 물어보세요.
나는 타인에게 친절했는지.
가장 많은 반성을 했던 문장이다.
이 말은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서 보았던 말과 같았다. 잊고 있었지만.
"낯선 이들에게 친절해라, 그들은 변장한 천사일 수 있다." -Be not be inhospitable to Strangers, Lest They be angels in disguise.
한 문장 한 문장 읽을 때 일러스트에도 한동안 눈길을 주게 된다. 일러스트에 쓰인 글이 한글과 같은 문장일 때도 있지만, 조금 혹은 많이 다른 경우도 있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때론 어색하기도 하고, 때론 뭐 그래도 괜찮네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오늘, 마카롱을 먹기로 했다>는 누군가에게 선물하기에 좋은 책이다. 그래서인지 책의 면지에 '항상 당신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에게 이 책을 드립니다.'라고 친절하게 적혀있다.
그 밑줄에 쓰고 싶은 누군가가 나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