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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잠시 멈춤 - 나를 위해 살아가기로 결심한 여자들을 위하여
마리나 벤저민 지음, 이은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딱 만 50세이 이렇게 홀로 사막의 한 가운데에 있었으면...
며칠 전 50의 생일이 지나갔다. 생일이 있기 몇 주 전부터 몸은 아프다가 말다를 반복했다. 온몸이 두드려 맞은 것처럼 아프다가 기운이 하나도 없다가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바로 '아무것도 하기 싫다'라는 것이었다. 이 지루한 질병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만, 내가 발 딛고 처한 현실은 이 책의 제목처럼 '잠깐 멈춤'을 할 수 있게 나를 가만 내버려 두질 않았다. 아픈 것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으면 일이 바빠지고 조금 한가해지는 것 같으면 다시 아프고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그 즈음에 이 책을 침대에 누워서 읽었다. 차분하게 앉아서 이리저리 정보를 구하면서 읽었어야 하는 책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다. 여성에겐 폐경기로 대표되는 중년에는 이러저러한 이유들로 인해 잠시 쉬면서 충전을 하고 젊었을 때와는 다른 몸을 받아들이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계획을 세우면 된다는 정도의 내용이라고 짐작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결코 그렇게 가볍게 볼 수 있는 책이 아니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나는 오히려 '중년'에 대해 생리학적으로 문화 인류 학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더 알아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나는 중년을 그저 '제2의 사춘기' 정도로 인식했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나을 병, 혹은 약간의 방황기라고. 그래서 그동안 별생각 없이 지냈고, 쏟아지는 정보와 지식을 외면해 왔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폐경이 여성에게 주어지는 선물 혹은 축복으로 보며, 여성 해방의 관점으로 본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욕구나 감정에 집중하게 만들었던 생식 호르몬이 반대로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도록 변화되어, 여성은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 여사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창조력은 폐경기 여성의 열정에서 나온다'라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중년에 뇌도 새롭게 변화해 가다 보니 불면증이나 우울증, 건망증 같은 혼란스러운 증상을 경험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중년에 대한 보편적인 생각과 저자는 조금은 다르게 중년을 받아들이고 있다. 저자인 마리나 벤저민은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폐경기(자궁수술로 인한)를 겪으며 중년이라는 주제에 집중한다.
자신의 문제이자 모든 인류의 문제인 중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저자는 갑자기 다가온 중년의 자신- 한쪽 구석으로 밀려난 존재-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그 반대로 눈에 띄지 않는 부류가 됨으로써 얻게 되는 이점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세상 사람들 눈에 다르게 보이는 덕분에 자신 또한 세상을 다르게 보기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예기치 않은 자유, 누적된 통찰력과 원시안적 안목으로, 또한 다른 사람의 생각까지 꿰뚫어보는 레이저 같은 직관력으로 세상을 간파할 수 있는 자유가 생긴다고 말한다.
저자는 심리학자의 융의 경우처럼 '지독한 외로움'과 '탐색의 시기'를 소중한 것들로부터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변화하는 몸 또한 자신의 의식의 한 형태임을 받아들이라고.
호르몬의 도움을 잠시 받은 뒤에는 부족한 대로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 맞서야 하며,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여자는 결코 구원받을 수 없다고.
인간은 죽어가는 존재이다. 죽음이라는 결코 피할 수 없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인간은 오히려 주어진 삶을 잘 살아내는 것만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