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박근혜, 안철수 그리고 선택 - 2012 유권자를 위한 대선 가이드
신율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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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12 유권자를 위한 대선 가이드’라는 부제가 어쩐지 쓸쓸해 보이는 책. 이 책을 읽을 때만 해도 나는 얼마나 많은 희망과 추억을 기대했는지. 이 얇은 책 한 권이 전해주는 ‘추억’은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 악몽이 되었는지, 아니면 이제 시작인지.

 

매번 대선이란 큰 이벤트를 치를 때마다 우리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성장한다고 믿는다.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가 꽃 피우는 것이 쓰레기통에서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어렵다고 말했던 외국의 시선에도, 우리는 결국 그 기적을 이루어냈다.

 

물론 기적은 그냥 기적이 아니었다. 수많은 이들의 고통과 희생, 그리고 생명이 민주주의의 제단에 바쳐졌다. 이를 망각한다면 민주주의는 금새 다시 뒤로 후퇴할 것이다. 이미 지난 5년 지겹고도 끔찍하게 경험한 일이다.

 

우리는 정치에 대해 이중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 근대 민주주의적 사고를 갖고 있으면서도 과거 권위주의적 정치 행태를 그리워하는 모습. 흔히 ‘전쟁이 한 번 더 터져야 정신을 차리지!’라고 무심코 무시무시한 말을 내뱉는 이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우리는 정치의 인격화 현상에서 여전히 머물러 있는 국가다. 정치를 사람 중심으로 볼 뿐 하나의 시스템이라는 관점에서 보지 않는다. 때문에 정치가 문제가 되면 인물만 바꾸면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 그런데 과연, 그러했나?

 

정치는 깨끗하고 고귀한 그 무엇이 아니다. 진흙탕 싸움이고 결코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싸운다는 자체가 아니다. 어차피 정치는 국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다양한 세력들이 서로 더 큰 권력을 얻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다.

 

근원적 문제는 그 싸움의 룰이 공정하고 정의로운가 이다.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것이 문제지, 싸움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는 소리다. 우리는 싸움의 룰을 지키지 않았기에, 다수결이라는 이름 하에 쪽수로 밀어붙이고, 국회의장은 직권 상정을 밥먹듯 한다.

 

저자는 정치를 자동차의 범퍼에 비유한다. 사회적 갈등을 그대로 둘 경우 무한 투쟁이 벌어져 발생할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정치가 대신 싸워주는 것이다. 정치가 사회적 갈등의 충격을 줄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책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과거 우리들의 선택을 돌아보고, 세 명의 후보들을 분석했다. 각각의 장단점을 알아보고, 이들이 어떠한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대통령이 된다면 어떠한 정책을 펴나갈지 예측했다. ‘유권자를 위한 대선 가이드’라는 부제에 어울리는 구성이다.

 

책에서 저자는 박근혜의 장점으로 원칙주의자 이미지, 부친의 후광, 당의 전폭적인지지 등을 꼽았다. 그리고 단점으로는 역사 인식의 부재, 대응 속도의 느림, 참신함의 부족 등이 제기됐다.

 

이미 결과가 나온 지금, 저자의 분석을 보면 대부분 타당했다는 생각이다. 신뢰와 균형, 원칙을 강조하는 박 당선인이 앞으로 어떻게 국정운영을 해나갈지 궁금하지만, 역사의식의 부재와 현안에 대한 느린 대응속도는 우려를 낳게 한다. 특히나 세계 경제가 극심한 침체에 빠질 올해. 그를 지지한 이들이 바라는 부동산 시장 안정이나 집값 상승이 이뤄질 것인지 의심스럽다. 그가 경제를 다시 1960년대 방식으로 ‘잘 살아보세 시즌 2’로 해결하겠다고 한다면 문제는 보다 심각해질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를 지지하지 않았기에, 새 정부의 출범을 비판적 시각을 보다 가지고 바라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비판이나 맹목적 혐오는 갖지 않으려 한다. 어느 누구한테도 도움이 되지 않는 태도이다.

 

새 정부가 잘 되기를 마음이 간절하다. 지친 국민들이 다시 한 번 희망을 가지고, 땀흘려 일하면 그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기 바란다. 그것이 그가 말한 원칙과 신뢰, 균형이고, 국민대통합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에 대한 아쉬움도 보다 큰 그들의 성장과 도약으로 바뀌길 바란다. 5년은 이제 시작되겠지만, 그들에게 5년은 또 다른 기회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들이 진정 국민들에게 믿음을 얻을 수 있는 정치인이 되기를 바란다.

 

이번 선거를 통해 보다 많은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정치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이게 희망이다. 바로 정치에 대한 조그만 관심이 결국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 그것을 배운 것만으로도 이번 대선은 가치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나는 꼼수다 멤버들에게 고생했다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어떤 정치인도 하지 못한 위대한 일들을 그들은 해냈다. 국민들의 정치 참여, 그리고 조중동의 속살 보여주기 말이다. 정말 고생했다.

 

자, 다시 시작이다. 주문처럼 외우고 다닌다. 다시 시작이다. 그러니 죽지 말고 버티자.

 

“희망과 추억의 공통점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는 점이다. 누가 우리에게 희망을 가져다주지도 추억을 만들어주지도 않는다. 그렇게 때문에 이번 대선을 희망으로 바꾸고 시간이 흐른 뒤 내 자신이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를 바꾸는 단초를 만들었다고 회고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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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글쓰기의 길잡이 - 글을 쉽게 쓰는 법
잭 헤프론 지음, 허형은 옮김 / 재승출판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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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실 이런 부류의 책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당신도 소설가가 될 수 있다!’류나 ‘누구나 멋지게 글쓰는 방법!’ 따위의 책들은, 그동안 속고만 살았던 나에게는(!) 심한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런 게 어디 있어!

 

하지만 점점 편협함과 고집이 항상 옳은 것도 아니고, 항상 편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가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때로는 빤히 거짓처럼 보이는 것들에게 한 번쯤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남들이 말하는 철든 것과는 거리가 있는 행동이다.

 

근 10년 이상을 글쓰는 것으로 먹고 살았다. 무미건조한 기사부터 때로는 살짝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글까지, 나름대로 여러 종류의 글을 써왔다. 어줍잖게 소설도 끄적여봤고, 시는 애초에 포기했지만, 그 아름다움은 치가 떨리게 잘 알고 있다. 어흑거리며 눈물을 흘린 시들이 여럿 된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분명 축복이다. 대단한 축복. 하지만 누구나 다 글을 잘 쓸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쓰는 것이 가장 좋은 글쓰기라고는 하지만, 좋은 글쓰기일뿐, 글을 잘 쓰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때론 머리가 터지도록 쥐어짜도 단 한 줄이 안 나올 때도 있고, 때로는 마치 옆에서 누가 불러주는 것처럼 술술 나올 때가 있다. 글의 여신이 잠깐 강림하신 경우인데, 그때를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된다. 아무 때나 찾아오는 축복이 아니다.

 

이 책은 나름 글 좀 쓰신다고 자부하는 저자의 심히 세심한 글쓰기 가이드다. 정말 시시콜콜한 것까지 열과 성의를 다해 설명하고, 자세한 예를 들며 알려주고 있다. 주제를 정하는 것부터 주인공 설정, 스토리 전개, 반전과 마무리까지.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누구나 쉽게 명작 하나를 뚝딱 만들어낼 것만 같다.

 

하지만 어디 세상에 그런 행운이 쉽게 찾아올까. 저자의 글을 읽으면 그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와 고민을 겪어왔는지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가이드를 할 수 있기까지 그가 겪어야 했던 창작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 짐작컨대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거쳤을 것이다.

 

책에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넘친다. 이대로 큰 맘 먹고 무조건 ‘따라하기’식으로 가도 왠지 뭐 하나는 나올 듯한 기세다. 나 역시 책에 쓰여진 내용대로 한 번 따라해 볼까 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나의 게으름이 그의 간절한 가이드를 능가하기 때문을 알기에.

 

책을 통해 가장 크게 와 닿았던 것은 다름 아닌 글쓰기의 ‘즐거움’이다. 글을 업으로 삼고 사는 이들이 잊기 쉬운 글쓰기의 즐거움. 저자는 무엇보다도 글 쓰는 것을 즐기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유롭고 즐겁게 사는 자세가 글에 에너지를 불어넣어주고 그 에너지가 글을 맛깔나게 만든다고 말한다. 더불어 글쓰기도 재미있어진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에겐 살아있다는 증거이자 여전히 살아갈 것이라는 선포의 행위이다. 세상의 모순에 맞서, 그리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며 이 세상과 하나가 되겠다는 수줍은 프러포즈이기도 하다. 때문에 저자의 말에 적극 공감한다. 그 어떠한 글쓰기가 되었든, 그것은 즐거워야 한다. 내 영혼을 갉아먹으면서까지 글을 써야 되겠나.

 

책에 수록된 다양한 아이디어와 실행 아이템들은 각자가 자신의 성격과 능력에 맞게 써 봐도 무방할 듯하다. 그리고 굳이 저자의 매뉴얼대로 100% 따라할 필요도 없다. 자기 마음대로 즐겁게 글을 쓴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도, 별 뚜렷한 재주가 없는 나는 글을 쓰고 입을 나불거리며 그 대가로 밥을 얻어먹고 살 듯하다. 내 글이, 내 말이 타인에게 생채기를 남기고, 저주의 자식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조마조마하게 바라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남기고 죽고 싶다. 재능이 없으면 부지런함으로 그것을 채워야 한다는 것. 그나마 그것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론 천재적인 재능보다 부지런함을 믿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재능이 없거든!

 

세상의 모든 천재적인 글쟁이들이 죄다 한 5년 동안 유배를 다녀오는 상상을 해본다. 그렇다면 내가 혜성처럼 등장해, 세계의 문학계와 언론계와, 암튼 계라는 계는 모두 정복해 주련다! 상상만 해도 즐겁다.

 

재미있게 살고 싶다. 재미있게 글을 쓰면서. 부디 그런 세상이 내가 죽기 전에 한 5분 정도라도 왔으면 좋겠다. 행운을 빈다. 세상 모든 글쟁이들.

 

“글쓰기는 또한 즐거움과 찬양의 행위이기도 하다. 글을 쓰는 것은 인생이 계속 살아갈 가치, 구석구석을 탐험할 가치가 있다고 선포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제대로 전달하려면 글 쓰는 사람이 재미를 느껴야 한다. 한바탕 놀아보자는 생각으로, 또 모험적이고 실험적인 태도로, 마지막으로 열린 마음과 웃음으로 인생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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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최인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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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번 대통령 선거를 통해 강렬한 의문이 하나 들었다. 박근혜 후보를 선택한 이들의 정신 상태에 대한 의문이었다. 이미 이명박과 같은 인물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우리지만, 이건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상대 후보가 문재인이 아니라 어떤 후보라 하더라도, 설사 아무리 형편없는 후보라 하더라도, 최소한 기권을 하는 한이 있어도 박근혜 후보를 선택한다는 것은 내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군홧발로 짓밟고, 18년이란 세월을 ‘대통령’이 아닌 ‘왕’으로 군림했던 사람, 그리고 수많은 이들을 억압하고 끝내 생명까지 빼앗았던 사람. 죽기 직전 부마항쟁에 나선 수많은 국민들을 탱크로 밀어버리는 한이 있어도, 권력을 놓지 않겠다고 했던 사람. 마치 봉건시대 군주와 같이 수많은 여성들을 성의 노리개로 삼았던 사람.

 

일본식 이름을 두 개나 갖고, 천황에게 충성을 맹세한 사람. 동료를 팔아 생명을 부지하고, 오직 권력을 잡겠다는 생각만으로 수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장본인. 바로 그 사람의 딸에게 다시 ‘대통령’이란 직책을 맡길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그러던 중, 이 책이 떠올랐다. 사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비합리적이고, 또한 왜곡된 사실을 사실로 믿으며 살아가고 있는지. 자신의 하찮은 이익을 위해 때로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자신의 선택을 얼마나 확고하게 믿고 있는지. 책은 그 이유와 현상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프레임은 ‘나’가 세상을 바라보는 틀이다. 마음의 창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건물 어느 곳에 창을 내더라도 그 창만큼의 세상을 보게 되듯이’우리는 프레임이라는 자신만의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현상을 이해하고, 행동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이유는 비단 그의 아버지 때문만은 아니었다. 정치인으로써 박근혜가 보여준 것이 하나도 없었다는 점도 큰 이유 중 하나였다.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국회의원이란 자리에 있으면서 그가 한 일이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가 국민을 위해, 남북의 평화를 위해, 이 땅의 모든 구성원들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일까? 무지한 나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잘못된 프레임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 채색되고 왜곡된 세상을 볼 수밖에 없다. 착각과 오류, 오만과 편견, 실수와 오해로 가득 찬 인간은 결국 그 허점들로 인해 자신에게 전혀 유리하지 않은 선택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저자는 “어떤 프레임으로 세상을 접근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삶으로부터 얻어내는 결과물들은 결정적으로 달라진다”고 말한다. 똑같이 거리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이라도 자신이 하는 일이 보잘 것 없는 일이라 생각하면 불행해지고, ‘나는 지금 지구의 한 모퉁이를 청소하고 있다네!’라고 느끼면 돈벌이를 넘어 자기만족과 자존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저자는 보다 높은 상위의 프레임을 견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직업부터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하위 수준의 프레임이 아닌 상위 수준의 프레임을 가질 것을 권한다. 그만큼 자신이 더욱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내가 프레임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조지 레이코프 교수의 저작을 통해서였다. 어떤 프레임을 만들어 제시하느냐에 따라 선거 등의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었는데, 예를 들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점령’으로 보느냐 ‘전쟁’으로 보느냐에 따라 미 국민들이 받아들이는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번 선거에서도 박근혜 후보는 프레임을 적절히 선점하여 매우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복지 분야를 선점했고, 경제민주화 등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 역시 야당보다 먼저 치고 나오는 과감함을 보였다. 아마 이것도 선거 승리의 적지 않은 역할을 했을 것이다.

책은 여러 가지 심리학의 법칙과, 실험을 통해 증명된 인간의 심리를 설명한다. 동시에 인간의 선택은 생각보다 합리적이지 않음을 보여준다. 때문에 무엇이든 선택을 할 때에는 보다 신중히, 그리고 먼 미래를 생각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인간은 불완전하다. 매우 불완전하다. 미완의 존재로 엉겁결에 지구상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때문에 너무나 많은 오류를 저질렀고, 지금도 그렇다. 과연 지구라는 행성이, 자연이 인간의 어리석음을 언제까지 참아줄 것인지 솔직히 불안한 상황이다.

 

하지만 바로 이것이 인간에게 희망을 걸 수 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자신의 불완전성을 깨달을 수 있다면, 인간은 보다 신중해 질 수 있고, 본능과 이성의 조화가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이해해보려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다. 국민의 절반이 넘는 수의 선택. 부디 그 선택이 또 다시 후회로 돌아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잘못된 프레임에 갇혀 잘못된 선택을 했다 하더라도, 그 결과가 새로운 반전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비록 그 기대가 그리 크진 않지만.

 

책을 덮으며 어쩌면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가장 최상의 프레임은 용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남들이 정해놓은 틀이 아닌, 남들이 가라고 하는 길이 아닌, 내가 바라보고 내가 선택한 길을 가는 것. 거기엔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 용기를 사사로운 이익에 버리지 않고 간직하는 것.

 

일단은 그런 용기를 잃지 않는 것을 올 해 목표로 삼았다. 아마도 적지 않은 시련이 닥칠 올 해. 그 용기만은 간직하고 싶다.

 

아, 책을 통해 가장 인상 깊게 배운 것 하나. 후견지명 효과를 경계하자는 것이다. 과거는 오직 현재에 와서만 질서정연하게 보이는 법이다. 이미 일어난 일을 두고 ‘내가 이럴 줄 알았지!’하며 지혜를 뽐내는 것은 볼품없는 짓이다. 지금 많은 이들이 후견지명 효과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민주당의 패배 원인에 대해 이미 그럴 줄 알았다는 평가들. 이미 떠나간 버스에 대고 소리 지르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추해 보인다. 그만들 하셨음 좋겠다.

 

진심으로 박근혜 정부가 잘 하시길 바란다. 진심이다. 하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를 반대했던 이들은 물론 지지한 이들까지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각자의 프레임으로 선택한 결과. 그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자. 유난히 이 문구가 자주 떠오르는 지금이다.

 

“실수한 적이 없는 사람은 결코 새로운 일을 시도해보지 못한 사람이다.”

- 앨버트 아인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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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의 추억 - 선을 넘어 길을 만들다
김연철 지음 / 후마니타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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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난 MB정부 5년을 돌아보면, 여러 가지 아픔과 고통이 있었지만, 특히 나에게 아프게 다가온 것은 남북관계의 전면적인 단절이었다. 후보 시절, 그리고 당선인 시절 MB는 전임정권들의 대북정책 성과들을 이어나갈 것을 다짐했다. 김대중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그는 햇볕정책의 유지를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국민이 알다시피, MB는 행동과 말이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본인 스스로도 자각할 수 없을 정도로 언행일치가 불가능한 뇌 구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물론 북에게도 잘못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MB는 의도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노골적으로 남북관계를 파탄 내버렸다.

 

김대중 대통령은 분단 이후 최초로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나 통일과 평화를 이야기한 6·15공동선언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그를 이어 노무현 대통령은 늦은 감이 있었지만, 2차정상회담을 통해 10·4선언을 만들었다. 만약 10·4선언의 내용이 그대로 이행되었다면, 연평도 포격, 천안함 사건 등은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아울러 이번 대선에서도 쟁점이 되었던 NLL 분쟁도 더 이상 없었을 것이다.

 

이미 지난 이야기지만, 이번 대선 과정을 보며 안타까웠던 점은, 통일, 남북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과 철학이 어느 누구에게서도 크게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모두들 빤한 이야기만 했고, 빤한 해법만을 제시했다. 문재인 후보 측이 제시한 플랜들이 신선하기는 했지만, 북의 의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묻지마’ 로드맵이었고, 박근혜 후보 측의 대북정책 역시 빤한 소리였다. MB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단 북이 먼저 고개를 숙이면 그 다음 생각해 보겠다는.

 

한편 이정희 후보의 코리아연방 제안은 매우 타당하고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언론과 정치계의 노골적인 무시와 배제로 그의 제안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다. 도대체 분단된 나라에서 대통령을 하겠다는 이들이 왜 가장 중요한 민족적 과제인 통일과 남북화해, 평화를 중요하게 생각지 않았을까.

 

이렇게 비판하면 곧장 반론이 제기될 것이다. 각자 나름 심사숙고하고, 전문가들을 총동원해 해법을 마련했다고. 지난 민주정부 10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MB정부 5년의 퇴행을 다시 되돌릴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하지만 국민이 선택해 주지 않았다고.

 

나는 문재인 캠프에서 통일, 외교, 남북관계 정책을 만들고 이끌어나간 이들을 얼추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안다는 것이 아니라 그 분들이 누구이며, 어떤 분들이라는 점을 안다는 소리다. 모두 존경받을 만한 분들이고, 통일과 남북 화해를 위해 애써 오신 분들이다. 이론의 여지가 없다. 아울러 모두 전문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그런데 선거가 다가올수록 불안했다. 왜 그랬을까? 이제 생각해보니, 그것은 너무나 많은 사공, 그리고 독단적으로 자신이 무조건 옳다고 믿는 사공, 또한 5년 동안 맺힌 한을 풀겠다는 비장한 각오의 사공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뭐, 지난 이야기 다시 꺼내봐야 가슴만 아프지만, 아무튼 이번 과정을 통해 민주당이나 또한 문재인 캠프에서 일했던 분들이 다시 한 번 성찰할 수 있었기를 바란다. 한풀이나 복수, 독단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정당이나 정치인, 학자들에겐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면 다음 선거에서도 또 패배할 것이다. 분명 확실하다.

 

김연철 박사는 대학원 시절, 교재로 사용했던 논문으로 처음 알게 된 분이다. 그 후 기자 생활을 하며 인터뷰를 몇 번 했고, 토론회나 행사 때 만나면 인사를 드리는 정도였다. 참여정부 시절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정책보좌관으로써 많은 활동을 한 분이다.

 

이 책은 일생을 남북의 통일과 평화, 화해를 위해 연구하고, 실무적으로 참여하고, 이제 다시 코리아연구원장으로 통일담론의 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가 보여주는 남북의 분단사다. 과거 냉전 시기 남과 북이 주고받았던 저주와 증오, 대화와 소통의 역사들이 담겨져 있다. 때로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고, 눈물 나게 슬픈 일도 있었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도 있었고, 남북이 하나가 되어 기쁨의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다. 이 모두가 우리가 만들어온 ‘추억’이 되었다.

 

그리고 저자는 이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되묻는다. 냉전의 추억을 넘어 평화의 미래를 그려가자고 제안한다. 많은 이들이 분단을 고민하고, 증오대신 공존의 시대를 열어가자고 말한다.

 

분단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고, 개인의 영달을 이어가는 사람들. 증오를 통해 생명력을 이어가는 언론들, 기억의 망각을 통해 미래를 어둡게 하는 세력들. 저주의 이분법으로 여전히 대한민국을 1953년에 멈추게 하는 사람들. 이들이 존재하는 한, 진정한 남북의 평화와 화해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마냥 넋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우리기 무엇을 잘못했고, 무엇을 잘 했으며, 어떻게 해야 남과 북이 더 많이 만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더 많은 약속을 할 수 있는지 매일 같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공부해야 한다. 분단이라는 기형적 상황을 마치 당연한 현실처럼, 상식처럼 받아들이는 사회. 더 이상 이런 정신적 변태의 사회를 계속 이어나가서는 안 된다. 우리는 반세기가 넘도록 허리 잘린 불구로 살아왔다. 그런데 이제는 그 비정상을 정상으로 간주한다. 비극이다.

 

책은 그동안 남과 북의 만남을 간결하면서도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통일학이나 북한학, 남북관계 및 동북아 정치를 연구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쏠쏠한 참고서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울러 막연히 북한이 싫은 사람, 혹은 막연히 좋은 사람 모두가 읽어도 분명 또 다른 ‘깨달음’을 전해 줄 책이다.

 

알아야 떠들 수 있다. 알아야 비판할 수 있고, 칭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는 잘못알고 떠드는 인간, 모르고 떠드는 인간, 일부러 알려 하지도 않고 떠드는 인간들이 너무 많았다. 거짓말인줄 알면서도 떠드는 인간들이 부와 명예를 얻었다. 이런 병신 같은 구조가 깨지지 않는다면, 이게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

 

차근차근 색연필로 밑줄을 쳐가며 읽었다. 알고 있었던 사실은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몰랐던 부분은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쉽고도 재미있게 남북의 대결과 대화의 역사를 소개했다. 흔치 않은 소중한 책이다.

 

이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다. 원칙과 균형에 바탕을 둔 ‘신뢰 프로세스’로 남북관계를 개선시키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그 원칙과 균형이 남과 북 모두에게 해당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혼자만의 생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무모함은 이제 MB정권으로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울러 반드시 이산가족상봉을 다시 추진해서 오늘도 고향을 그리다 돌아가시는 실향민들의 한을 풀어드려야 한다. 이산가족상봉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만으로도 MB정부는 정부의 자격이 없는 집단이었다.

 

뉴라이트도 좋고 쌍라이트도 좋다. 이제 새롭게 권력을 잡을 그대들이 행여 부정하게 권력을 차지하고 언론을 더럽히며 민족 간의 증오를 부추기는 추잡한 죄악을 저질러도 난 그것을 막을 아무런 힘도 권력도 없다. 하지만 단 하나, 간절히 바라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산가족상봉이다. 금강산을 다시 여는 것이다. 일단 그것만 해도 그대들은 MB보다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뭐 비교 상대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겠지만.

 

책의 제목처럼 지난 MB정부 5년은 냉전의 추억을 떠올리며, 새로이 평화를 만들어가야 했던 소중한 시기였다. 하지만 그것을 우린 몽땅 잃어버렸다. 잃어버린 정도가 아니라 거꾸로 간 5년이었다.

 

이제 다시 5년이 시작된다. 우리를 둘러싼 강대국 모두가 리더십 교체를 이룬 지금,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찾아오고 있다. 자,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만들 것인가. 어떻게 해야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50대들이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땅값, 집값’이 안정화될 수 있을까.

 

방법은 오직 하나밖에 없다. 지금의 세계적 경제위기는 신도 풀 수 없다. 우리 경제도 마찬가지다. 오직 남과 북의 협력만이 이를 극복할 수 있다. 경제전문가이신 MB는 그걸 어설픈 이념과 바꿔, 결국 날려버렸다. 이제 ‘민생 대통령’, ‘15년 동안’ 대통령을 준비했다는 박근혜 당선인은 어떻게 할 것인가.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당선인의 아버지가 7· 4공동성명을 만들어냈다는 사실. 기억해야 한다. 어떤 이유에서였든 7·4공동성명은 커다란 역사적 의미가 있다. 박 당선인도 부디 역사에 남을 대통령이 되었으면 한다. 그를 반대한 이 중 하나로써 두 눈 똑똑히 뜨고 지켜볼 것이다. 긴장하시라. 5년.

 

부디 박 당선인이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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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산업혁명 - 수평적 권력은 에너지, 경제, 그리고 세계를 어떻게 바꾸는가
제러미 리프킨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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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전까지 충실한 독서에 열중할 수 없었다. 변화에 대한 간절한 바람과 시대의 요구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어리석은 마음에 서성거리기 바빴다. 그리고 낙관이 비관으로 끝나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바랐다.

 

그리고, 지금이다. 잠깐의 체념과 절망을 겪고, 아픈 죽음들의 소식을 접하며 다시 일어서려 한다. 그래서 읽은 지 세 달이나 지난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다시 시작하려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에 담긴 내용과 대한민국의 2012년 12월은 정반대의 모습이다. 저자는 분산 자본주의를 말했고,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자고 했으며, 세계화에서 대륙화로 가자고 주장했다. 아울러 더 이상 애덤 스미스에 갇혀 있지 말 것을 호소했고, 산업 시대에서 협업의 시대로 가자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의 지금 모습은 어떤가? 안타깝게도 자신의 욕망을 위해 정의와 상식, 역사의 바른 길을 포기한 이들이 승리했다. 5년 전엔 부자가 되게 해주겠다는 말에 범죄 전력이 있는 이를 대통령으로 뽑아버리더니, 이젠 땅값, 집값이 떨어진다고 독재자의 딸을 서슴없이 지지했다. 역사의 올바른 청산과 정립은 또 다시 5년 뒤로 미뤄졌다.

 

적어도 이런 상황의 대한민국에서 제러미 리프킨이 호소하는 협업의 시대, 경제가 정의로운 시대는 요원해 보인다.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사회를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음을 깨닫고, 기후변화가 초래할 재앙을 분명히 인식한 가운데, 모두가 함께 에너지 민주화에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 땅 위에서 얼마나 무력해 보이는가.

 

하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나아가야 할 길을 쳐다만 보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환경 문제, 에너지 문제는 어느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류에게 닥칠 재앙이 대한민국을 비켜갈 수는 없다. 박근혜 정부를 비켜갈 수는 없다. 때문이다. 여전히 이 책이 우리에게 유효한 이유가.

 

제러미 리프킨이 제시하는 3차 산업혁명의 핵심 5가지는 다음과 같다.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한다. → 모든 대륙의 건물을 현장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미니 발전소로 변형한다. → 모든 건물과 인프라 전체에 수소 저장 기술 및 여타의 저장 기술을 보급하여 불규칙적으로 생성되는 에너지를 보존한다. → 인터넷 기술을 활용하여 모든 대륙의 동력 그리드를 인터넷과 동일한 원리로 작동하는 에너지 공유 인터그리드로 전환한다. → 교통수단을 전원 연결 및 연료전지 차량으로 교체하고 대륙별 양방향 스마트 동력 그리드상에서 전기를 사고 팔 수 있게 한다.

 

허황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EU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들이 에너지 체제의 혁명전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곧 고갈될 화석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산업사회는 붕괴될 것이 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핵폭탄과 같은 원자력 발전에만 인류의 운명을 맡길 수도 없는 상황이다.

 

MB정부는 감히 녹색성장이라는 언어도단으로 이 강토를 더럽혔다. 그 후과는 두고 두고 후손들이 갚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녹색 성장은 자전거길 몇 개를 까는 것이 아니다. 더 이상 자연을 황폐하게 만들지 않고, 인류와 자연이 공존하는 것이다. 무식한 이들에게 정권을 맡긴 결과 우리는 녹색 성장은커녕 녹차라떼만 생산하는 국가가 되었지만 말이다.

 

기후변화는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어느 특정 지역에만 재앙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하는 착각, 아니 외면은 우리만 깨끗하고 자연을 보존하면 된다고 믿는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이 선진국들의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중국의 아이들이 선진국에서 갖다버린 유독 폐기물을 뒤지면서 살아가는 한, 지구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우리는 생물권 의식이 필요하다. 저자는 “우리는 우리 인류뿐만 아니라 지구 위에서 진화를 겪으며 체제 중인 동료 여행자 모두를 확장된 글로벌 가족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건방진 베풂이 아니다. 바로 우리들의 생존을 위한 선택일 뿐이다.

 

분명 기후변화는 지금껏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롭고 엄청난 도전이다. 과거 특정 문명의 멸망은 다른 문명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동식물의 대멸종과 우리 인류가 대규모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는 위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

 

때문에 저자의 주장은 단호하다. 인류의 공적 자본, 시장 자본, 특히 사회적 자본을 활용해 3차 산업혁명 경제와 탄소 후 시대로 이행하는 것이다. 그는 이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하지는 않지만, 더 나은 대안을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했다고 강조한다.

 

이 글에서 방대한 책의 내용을 모두 소개할 수는 없다. 하지만 3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새로운 시대에는 더 많은 바람직한 일자리가 창출되고, 가난한 나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으며, 정체된 국가들에 새로운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 분산 및 협업이라는 키워드는 세계를 진정한 의미의 동료로 만들어 줄 것이다.

 

동식물들이 사라지면 인류도 존재할 수 없다. 이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그동안 애써 외면하며 살아왔다. 그들을 식량, 애완의 대상으로만 바라봤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벼랑 끝으로 달리는 자동차를 멈춰 세워야만 한다. 절벽이 분명히 보이는 상황이다. 그 끝은 단호하다.

 

혁신은 말로 하는 게 아니다. 대통합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미사여구도 행동을 이길 순 없고, 행동보다 진실될 수 없다. 우리는 또 한 번 시련의 시기를 만들었다. 고작 집값에, 우리와 후손들의 미래가 저당 잡힐 순 없다. 어리석음을 반복하면 그것이 바로 상식이 된다. 그 다음은 절망과 포기가 될 것이다.

 

많이 아팠다. 너무 아파,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죽으면 안 된다. 더 이상 죽으면 안 된다. 죽음을 강요하는 사회는 필히 멸망한다. 우리는 다시 숲으로 돌아가 나무들을 살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둡지만, 우리들의 미래가 어두운 것은 아니다. 새로운 세상을 향한 꿈과 희망은 그 어떤 것으로도 막을 수 없고, 가릴 수 없다. 그것이 인류가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이제 다시 앞을 보고, 옆을 보고, 뒤를 돌아다보며 걸어나가야 할 때다.

 

그리고 인류 뿐 아닌 지구상의 모든 동료 여행자들에게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산과 들, 강과 바다, 수많은 동식물들. 이들이 없으면 우리도 없기 때문이다. 나만 잘 살겠다고 탐욕의 굿판으로 벌이는 이들이나, 인류의 생존만을 위해 자연을 무참히 파괴하는 집단이나 다를 바 없다.

 

동료 여행자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아니 스테판 에셀의 말을 빌리자면 ‘지탱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야 할 시기다. 이제 그만 울고, 그만 억울해하고, 다시 일어서자. 우린 이 땅을 사랑하고 인류를 사랑하고, 지구를 사랑해야 할 책임과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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