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글쓰기의 길잡이 - 글을 쉽게 쓰는 법
잭 헤프론 지음, 허형은 옮김 / 재승출판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사실 이런 부류의 책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당신도 소설가가 될 수 있다!’류나 ‘누구나 멋지게 글쓰는 방법!’ 따위의 책들은, 그동안 속고만 살았던 나에게는(!) 심한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런 게 어디 있어!

 

하지만 점점 편협함과 고집이 항상 옳은 것도 아니고, 항상 편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가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때로는 빤히 거짓처럼 보이는 것들에게 한 번쯤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남들이 말하는 철든 것과는 거리가 있는 행동이다.

 

근 10년 이상을 글쓰는 것으로 먹고 살았다. 무미건조한 기사부터 때로는 살짝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글까지, 나름대로 여러 종류의 글을 써왔다. 어줍잖게 소설도 끄적여봤고, 시는 애초에 포기했지만, 그 아름다움은 치가 떨리게 잘 알고 있다. 어흑거리며 눈물을 흘린 시들이 여럿 된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분명 축복이다. 대단한 축복. 하지만 누구나 다 글을 잘 쓸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쓰는 것이 가장 좋은 글쓰기라고는 하지만, 좋은 글쓰기일뿐, 글을 잘 쓰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때론 머리가 터지도록 쥐어짜도 단 한 줄이 안 나올 때도 있고, 때로는 마치 옆에서 누가 불러주는 것처럼 술술 나올 때가 있다. 글의 여신이 잠깐 강림하신 경우인데, 그때를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된다. 아무 때나 찾아오는 축복이 아니다.

 

이 책은 나름 글 좀 쓰신다고 자부하는 저자의 심히 세심한 글쓰기 가이드다. 정말 시시콜콜한 것까지 열과 성의를 다해 설명하고, 자세한 예를 들며 알려주고 있다. 주제를 정하는 것부터 주인공 설정, 스토리 전개, 반전과 마무리까지.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누구나 쉽게 명작 하나를 뚝딱 만들어낼 것만 같다.

 

하지만 어디 세상에 그런 행운이 쉽게 찾아올까. 저자의 글을 읽으면 그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와 고민을 겪어왔는지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가이드를 할 수 있기까지 그가 겪어야 했던 창작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 짐작컨대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거쳤을 것이다.

 

책에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넘친다. 이대로 큰 맘 먹고 무조건 ‘따라하기’식으로 가도 왠지 뭐 하나는 나올 듯한 기세다. 나 역시 책에 쓰여진 내용대로 한 번 따라해 볼까 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나의 게으름이 그의 간절한 가이드를 능가하기 때문을 알기에.

 

책을 통해 가장 크게 와 닿았던 것은 다름 아닌 글쓰기의 ‘즐거움’이다. 글을 업으로 삼고 사는 이들이 잊기 쉬운 글쓰기의 즐거움. 저자는 무엇보다도 글 쓰는 것을 즐기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유롭고 즐겁게 사는 자세가 글에 에너지를 불어넣어주고 그 에너지가 글을 맛깔나게 만든다고 말한다. 더불어 글쓰기도 재미있어진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에겐 살아있다는 증거이자 여전히 살아갈 것이라는 선포의 행위이다. 세상의 모순에 맞서, 그리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며 이 세상과 하나가 되겠다는 수줍은 프러포즈이기도 하다. 때문에 저자의 말에 적극 공감한다. 그 어떠한 글쓰기가 되었든, 그것은 즐거워야 한다. 내 영혼을 갉아먹으면서까지 글을 써야 되겠나.

 

책에 수록된 다양한 아이디어와 실행 아이템들은 각자가 자신의 성격과 능력에 맞게 써 봐도 무방할 듯하다. 그리고 굳이 저자의 매뉴얼대로 100% 따라할 필요도 없다. 자기 마음대로 즐겁게 글을 쓴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도, 별 뚜렷한 재주가 없는 나는 글을 쓰고 입을 나불거리며 그 대가로 밥을 얻어먹고 살 듯하다. 내 글이, 내 말이 타인에게 생채기를 남기고, 저주의 자식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조마조마하게 바라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남기고 죽고 싶다. 재능이 없으면 부지런함으로 그것을 채워야 한다는 것. 그나마 그것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론 천재적인 재능보다 부지런함을 믿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재능이 없거든!

 

세상의 모든 천재적인 글쟁이들이 죄다 한 5년 동안 유배를 다녀오는 상상을 해본다. 그렇다면 내가 혜성처럼 등장해, 세계의 문학계와 언론계와, 암튼 계라는 계는 모두 정복해 주련다! 상상만 해도 즐겁다.

 

재미있게 살고 싶다. 재미있게 글을 쓰면서. 부디 그런 세상이 내가 죽기 전에 한 5분 정도라도 왔으면 좋겠다. 행운을 빈다. 세상 모든 글쟁이들.

 

“글쓰기는 또한 즐거움과 찬양의 행위이기도 하다. 글을 쓰는 것은 인생이 계속 살아갈 가치, 구석구석을 탐험할 가치가 있다고 선포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제대로 전달하려면 글 쓰는 사람이 재미를 느껴야 한다. 한바탕 놀아보자는 생각으로, 또 모험적이고 실험적인 태도로, 마지막으로 열린 마음과 웃음으로 인생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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