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박근혜, 안철수 그리고 선택 - 2012 유권자를 위한 대선 가이드
신율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2012 유권자를 위한 대선 가이드’라는 부제가 어쩐지 쓸쓸해 보이는 책. 이 책을 읽을 때만 해도 나는 얼마나 많은 희망과 추억을 기대했는지. 이 얇은 책 한 권이 전해주는 ‘추억’은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 악몽이 되었는지, 아니면 이제 시작인지.

 

매번 대선이란 큰 이벤트를 치를 때마다 우리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성장한다고 믿는다.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가 꽃 피우는 것이 쓰레기통에서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어렵다고 말했던 외국의 시선에도, 우리는 결국 그 기적을 이루어냈다.

 

물론 기적은 그냥 기적이 아니었다. 수많은 이들의 고통과 희생, 그리고 생명이 민주주의의 제단에 바쳐졌다. 이를 망각한다면 민주주의는 금새 다시 뒤로 후퇴할 것이다. 이미 지난 5년 지겹고도 끔찍하게 경험한 일이다.

 

우리는 정치에 대해 이중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 근대 민주주의적 사고를 갖고 있으면서도 과거 권위주의적 정치 행태를 그리워하는 모습. 흔히 ‘전쟁이 한 번 더 터져야 정신을 차리지!’라고 무심코 무시무시한 말을 내뱉는 이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우리는 정치의 인격화 현상에서 여전히 머물러 있는 국가다. 정치를 사람 중심으로 볼 뿐 하나의 시스템이라는 관점에서 보지 않는다. 때문에 정치가 문제가 되면 인물만 바꾸면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 그런데 과연, 그러했나?

 

정치는 깨끗하고 고귀한 그 무엇이 아니다. 진흙탕 싸움이고 결코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싸운다는 자체가 아니다. 어차피 정치는 국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다양한 세력들이 서로 더 큰 권력을 얻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다.

 

근원적 문제는 그 싸움의 룰이 공정하고 정의로운가 이다.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것이 문제지, 싸움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는 소리다. 우리는 싸움의 룰을 지키지 않았기에, 다수결이라는 이름 하에 쪽수로 밀어붙이고, 국회의장은 직권 상정을 밥먹듯 한다.

 

저자는 정치를 자동차의 범퍼에 비유한다. 사회적 갈등을 그대로 둘 경우 무한 투쟁이 벌어져 발생할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정치가 대신 싸워주는 것이다. 정치가 사회적 갈등의 충격을 줄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책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과거 우리들의 선택을 돌아보고, 세 명의 후보들을 분석했다. 각각의 장단점을 알아보고, 이들이 어떠한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대통령이 된다면 어떠한 정책을 펴나갈지 예측했다. ‘유권자를 위한 대선 가이드’라는 부제에 어울리는 구성이다.

 

책에서 저자는 박근혜의 장점으로 원칙주의자 이미지, 부친의 후광, 당의 전폭적인지지 등을 꼽았다. 그리고 단점으로는 역사 인식의 부재, 대응 속도의 느림, 참신함의 부족 등이 제기됐다.

 

이미 결과가 나온 지금, 저자의 분석을 보면 대부분 타당했다는 생각이다. 신뢰와 균형, 원칙을 강조하는 박 당선인이 앞으로 어떻게 국정운영을 해나갈지 궁금하지만, 역사의식의 부재와 현안에 대한 느린 대응속도는 우려를 낳게 한다. 특히나 세계 경제가 극심한 침체에 빠질 올해. 그를 지지한 이들이 바라는 부동산 시장 안정이나 집값 상승이 이뤄질 것인지 의심스럽다. 그가 경제를 다시 1960년대 방식으로 ‘잘 살아보세 시즌 2’로 해결하겠다고 한다면 문제는 보다 심각해질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를 지지하지 않았기에, 새 정부의 출범을 비판적 시각을 보다 가지고 바라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비판이나 맹목적 혐오는 갖지 않으려 한다. 어느 누구한테도 도움이 되지 않는 태도이다.

 

새 정부가 잘 되기를 마음이 간절하다. 지친 국민들이 다시 한 번 희망을 가지고, 땀흘려 일하면 그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기 바란다. 그것이 그가 말한 원칙과 신뢰, 균형이고, 국민대통합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에 대한 아쉬움도 보다 큰 그들의 성장과 도약으로 바뀌길 바란다. 5년은 이제 시작되겠지만, 그들에게 5년은 또 다른 기회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들이 진정 국민들에게 믿음을 얻을 수 있는 정치인이 되기를 바란다.

 

이번 선거를 통해 보다 많은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정치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이게 희망이다. 바로 정치에 대한 조그만 관심이 결국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 그것을 배운 것만으로도 이번 대선은 가치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나는 꼼수다 멤버들에게 고생했다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어떤 정치인도 하지 못한 위대한 일들을 그들은 해냈다. 국민들의 정치 참여, 그리고 조중동의 속살 보여주기 말이다. 정말 고생했다.

 

자, 다시 시작이다. 주문처럼 외우고 다닌다. 다시 시작이다. 그러니 죽지 말고 버티자.

 

“희망과 추억의 공통점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는 점이다. 누가 우리에게 희망을 가져다주지도 추억을 만들어주지도 않는다. 그렇게 때문에 이번 대선을 희망으로 바꾸고 시간이 흐른 뒤 내 자신이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를 바꾸는 단초를 만들었다고 회고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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