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소디 인 블루 - Navie-180
이지아 지음 / 신영미디어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3.0


406페이지, 22줄, 24자.


(본 블로그의 글은 줄거리가 포함되거나, 감추어진 비밀 등이 묘사될 수 있습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절대치로 된 게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이지요. 김은 이에게 강하고, 이는 박에게 강하고, 박은 김에게 강한 게 인간 사회에서는 흔합니다. 그런데 관계의 상대적 우위 말고 성격을 논하자면 이 건 잘 변하지 않습니다. 어디서나 비슷하죠.


은정은 어쩐 일인지 모르지만 경민과 성관계를 맺어 임신을 하자 결혼을 하게 됩니다. 아마도 은정의 결심이 꽤 굳세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인지 시집 식구들(시어머니나 시누이)에게 항상 밀립니다. 그런데 오가는 대화를 보면 선선히 밀리는 게 아니라 신경전을 벌이다가 마지못한 듯 밀립니다. 설정상 필요해서인지 점례나 경아의 태도는 상식을 벗어납니다.


이야기는 절반쯤 진행하면서 확 바뀌게 됩니다. 사실 그 전까지는 은정이 압박을 받는 입장이지만 그게 공감이 안되는 전개였거든요. 비록 점례나 경아의 태도가 몰상식하지만 은정의 태도도 그에 못지 않으니 도통 설정을 감잡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이혼을 결심하는 순간부터 본래의 성질이 나왔다고나 할까요, 그렇지요. 이제부턴 앞의 태도가 이해됩니다. 물론 이제는 반전되어 반항하는 태도는 이해가 되는데 왜 쥐어살았는지는 잘 이해가 안되고요.


앞부분에 정치색이 가미되었기 때문에 재미가 반감되었습니다. 사람은 제각각 다른 법이니까 왜 정치가 끼어들면 재미가 없어지냐고 하지 마십시오. 저는 그렇습니다.


아무튼 은정은 강단이 있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보수적인 관점이 아니라면 이해가 불가능한 전개로) 결혼을 지속할 이유가 없을 텐데도 끌고 가다 불륜이 눈에 드러나자 단칼에 이혼을 선언합니다. 다른 각도로 보자면 왜 결혼을 지속해 왔는지 불분명하지요. 아니 결혼을 왜 했는지도. 가장 극적인 변화는 경아에게 일어납니다. 가능이야 하지만 이게 그리 쉬운 변화가 아니거든요. 변할 수는 있지만 상대에게 고백하는 건 더 어려운 법이니까요.


그러더니 또 권일심 앞에서는 약해지는 노은정입니다. 이해가 되려다가도 다시 안되는 장면입니다.


은정이 상아에게 9시가 넘었으니 집에 가라고 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참으로 민감한 주제입니다. 인생을 대충 80년이라고 보면 (제가 젊었을 때에는 60년으로 설정해서 나눴죠. 지금은 80으로 해야 격이 맞는 것 같네요.) 25년은 준비기간이고, 35년은 활동기, 그리고 20년은 은퇴한 삶이 됩니다. 물론 일반론적인 이야기죠. 고등학교 졸업하고 곧장 뛰어든다면 여자는 18세에 1기가 끝나는 것이 됩니다. 의대나 법전원이라면 (남자의 경우) 35세는 되어야 1기가 끝나고요.


2기에서 공부를 안하는 건 아니지만 제3자가 사람을 고를 때에는 1기의 준비성을 바탕으로 뽑을 수밖에 없죠. 그러니 학생 때 공부하라는 말이 나옵니다. 2기의 기존재자의 입에서 왜 이 말이 나오냐면 신규 진입자를 뽑을 때의 객관적인 지표가 그거니까요. 제3자가 아니라 이해당사자라면 일반론이 아니라 특수론에 입각하여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당사자에게는 '사정을 감안하여 뽑았다.'이지만 타인의 눈에는 '부적당한 사람'을 이런저런 '불공평한 기준'으로 뽑는 '악행'이 되거든요.


다른 말로 하자면 나는 '어련히 잘 알아서 처리했는데.' 남은 '알 수 없는 기준으로 부당하게 권한을 행사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학교라는 건 비교적 정형화된 보통 인간을 만드는 걸 기본 목표로 합니다. 더 잘되는 건 개인의 몫이고요.


다시 돌아가서, '아직 미성년자이고, 배우는 시기이니 현세에 관여하지 말아라,'는 일반론적인 생각이 되고 대체로 옳습니다. 특수한 상황, 즉 개개인에게는 맞지 않지만 말이지요. 미성년자인 당사자에게는 개입이 양심이 지시하는 당연한 일이고, 그 자를 아는 사람에게도 당연할 수 있지만, 제 3자(예를 들어 진압 경찰)는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므로 일반론적인 입장에서 반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그 미성년자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설친다.'고 비난하는 게 옳기도 하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내가 옳으니 네가 옳으니 하고 다투게 됩니다.


자, 제가 누군가를 채용한다고 쳐봅시다. 먼저 비공개 채용입니다. 아는 사람을 통해 몇 사람을 소개 받은 다음 뽑는다면, 추천하는 사람의 말도 꽤 중요해집니다. 그리고 당사자를 만나(면접) 확정하면 됩니다. 채용 기준은 제 감각이죠. 누구의 추천사를 중하게 여길 것인가와 나의 면접 소감이 우선이니까요. 그런데, 공개채용이라고 한다면 어떻게 되지요? 객관적인 기준을 밝히고 그에 따라 점수를 부여한 다음 뽑아야 합니다. 이 사람이 더 적절해 보인다 하더라도 공지된 기준에 미달하면 뽑을 수 없습니다.


일정한 숫자가 넘는 회사라면 장애인 채용 비율이나 원호가족 우선 채용 등도 고려해야 합니다. 월등히 나은 사람이 있어도 먼저 고려해야 하는 기준이 있다면, 그 기준을 따라야 합니다. 남 이야기를 할 때에는 이러한 기준들이 옳아 보이는데, 막상 자기의 이야기가 되면 오히려 기준이 불합리하게 보일 때도 있습니다. 인간 세상은 여전히 상대적입니다.


등장인물(가나다 또는 이름 순)

권일심(박혁의 어머니), 노은우(은정의 오빠), 노은정(주인공, 고교 영어교사), 박충(광진제약 회장), 박혁(광진제약 전략마케팅실장, 박충의 아들), 송연화(신경민의 정부), 신경민(은정의 남편), 신경아(경민의 여동생), 신상욱(경민과 은정의 아들), 아레나 융(장하준을 짝사랑하는 독일 입양녀, 화가), 영미(은우의 아내), 오상아(여고생), 이소진(내과 전공의), 임정배(신경아의 남편), 장진희(은정의 엄마), 장하준, 점례(경민의 어머니), 한성호(변호사, 박혁의 친구)


160609-160609/16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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