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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
김비 지음 / 산지니 / 2015년 10월
평점 :
3.3
256페이지, 23줄, 25자.
(본 블로그의 글은 줄거리가 포함되거나, 감추어진 비밀 등이 묘사될 수 있습니다.)
동반 자살을 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아이에게 추억을 남기자는 아내의 제안에 남수 일가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다는 160층 빌딩에 옵니다. 갑작스레 내몰려 비상구라고 생각되는 곳에 들어섰지만 붉은 등만 있는 이상한 곳이여서 되돌아 나가려 했으나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그다지 높은 층이 아니었다고 생각되어 아래로 내려가 보았지만 16층이나 내려가도 똑같은 구조일 뿐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그래서 올라왔더니, 13층 만에 머물러 있던 아내와 환이를 만났습니다.
노력하였으나 제자리에도 도달하지 못한 남수입니다.
아래가 막막하니 올라가는 길을 선택합니다. 먼저 만나게 된 사람은 여기서 물품 정리 아르바이트를 했었다는 수현. 불룩한 배낭이 수상합니다. 결국 정리 덜 된 건물이라 창고에서 값비싼 물품을 빼돌려놓았다고 하네요. 반값에 팔아도 몇 천이라면서. 하지만 한참을 내려가도 제일 밑층인 지하 12층은 보이지 않아 도로 올라가게 됩니다. 다음에 만난 사람은 구두를 사러 온 정화. 겨우 취직이 되었더니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하여 더 궁핍해졌다고 말합니다.
수상해 보이는 수현 때문에 주머니에 넣어둔 -- 이 건물 들어오기 직전에 구입한 것이다. -- 칼을 자꾸 만지작거리게 되는 남수입니다. (집에 가서 죽을 사람이 칼은 왜 샀죠?) 이제 두 사람을 더 만나게 됩니다. 치매에 걸린 것 같은 노인과 면접하러 왔다는 목정이란 남자. 그런데 방송이 나옵니다. 아래로 내려가서 기다리라고. 권위에 복종하는 건 조직사회 구성원의 특성이니 다들 내려갑니다. 내려가다 보니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네요.
몇 사람이 말하기를 고위층이 탈출하기 위하여 일반인들을 아래로 보내는 것이라는 설을 주장합니다. 윤중토가 대표 격입니다.
아무튼 모두의 공통점은 들어가지 말라고 표시된 빨간 띠 너머의 공간으로 들아온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한참 오르다 다시 아래에 문이 열렸다기에 달려가자 조롱하는 말이 들려옵니다. 여기도 마찬가지인데, 쉬자고. 기다리다가 탈출하자고. 그래서 다시 올라갑니다. 가다가 수현과 정화는 그냥 여기(이 세상)를 즐기겠다면서 아래로 천천히 내려갑니다. 더 오르니 공통 통로가 열렸다는 사람을 만나고, 더 가니 사람들이 어떤 사람에게 축복을 받은 다음 허공으로 몸을 던집니다. 다시 살아난다면서.
금이는 파란 트레이닝 복을 입은 남자를 따라가며 칼로 찌릅니다. 그녀는 회복하는 듯해 보이네요.
한참 올라가던 그들에게 이번엔 빨간 띠로 막힌 문이 보입니다. 다시 선택의 시간입니다. 열어 볼까 아니면 그냥 무시하고 계단을 오를까?
<모르는 공간에서 믿을 것은 무엇인가>가 주제 중 하나일 것 같은데, 그건 사람에게 '왜 사냐?'고 묻는 것과 비슷합니다. 정답은 '태어났으니까 산다.'겠죠. 그건 선택의 차원이 아니니까요. 마지막 부분을 다르게 해석하면 이들은 이미 죽은 자들일지도 모릅니다. 죽은 걸 모르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뭐 목적없이 살면 그게 죽은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등장인물(호칭순)
김해숙(허명식의 국민학교 동창), 남수, 목종(자칭 면접남), 송금이(얼굴에 흉터가 있는 여자), 수현(천수현), 정화(윤정화), 중토(윤중토), 지애(남수의 아내), 파란 트레이닝 복 남자(금이를 따라와 유린한 남자), 허명식(명퇴 대기자), 환이(김달환, 남수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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