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 애장판 베스트 프리미엄 컬렉션 Best Premium Collection 4
이지환 지음 / 동아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이지환] 이연(移緣) 2006, 2012

 

3.4

 

672페이지, 26줄, 28자.

 

윤재는 소개팅에서 만난 자민이 좋아 두 달 만에 동침할 정도입니다. 둘 다 첫눈에 상대에게 반한 사이. 윤재는 자민과 동쪽으로 놀러 갔다가 돌아온 날 명우가 쓰러져 사경을 헤맨다는 말을 듣고 병원으로 갑니다. 아버지의 말로는 오늘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하네요. 명우 나이 48살(우리 나이로 보이네요), 큰 딸인 인영은 고작 18(고2), 밑에 동생들은 중2, 초3. 25에 대2학년 복학생인 윤재가 보기엔 그들의 하늘은 무너진 것입니다.

 

그래서 안쓰러운 마음에 안아줍니다. 그런데 인영은 윤재를 남자로 느끼고 위로를 받습니다. 인간관계는 쌍방이고,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모르기 때문에 의도한 바가 그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지요.

 

그리고 9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사실은 8년인 게 여덟 번째 제사라고 했거든요. 그러면 8년이 지나야 합니다. 그런데 작중 인물들은 9살을 더 먹었습니다. 이른바 우리 나이와 우리 햇수로 계산하다 보면 생기는 오류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만으로 나이를 계산했습니다. 그래서 제 나이가 18일 때는 대학생이었습니다. 고2가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우리 나이를 가지고 계산했지만 저는 만으로 계산했습니다. 그게 공식적으로 옳다고 배웠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어렸을 때부터 그랬습니다. 아마도 신문이나 사전을 끼고 살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네요. 60년대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선 공식적인 서류에는 만 나이를 적게 되어 있었으니까요.

 

수십 년이 지나도 관습이라는 건 강력한 제재가 없는 한 잘 안 변하네요. 만으로 25살이라면 대학 졸업하고 군에 갔다와도 충분한 나이죠. 그런데 작중에선 고작 대학 2년생. 이젠 작가들도 만 나이를 사용할 때가 충분히 된 게 아닐까 싶네요. 외국 소설에선 나이를 별로 안 따지지만 청소년 소설에선 가끔 나오죠. 그래서 열여섯이면 고2거든요. 우리나라에선 중3이나 고1인데. 그러니 독서할 때 (나이 때문에) 가치관에 혼란이 옵니다. 굳이 쓰고 싶다면 '우리 나이로' 라는 수식을 앞에 달아야죠.

 

얼마 전까진 성인의 기준이 만20세였습니다. 그러면 대학 2학년 때(재수생 아닌 경우 2학년 초에서 말 사이)거든요. 그래서 결국 19세로 낮아졌죠. 대학생이라면 다들 성인으로 보는 판국에 법적으로는 미성년자이니 현실과 법의 괴리가 발생합니다. 법이란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 조금씩 변하기 마련이고요. 서양은 대체로 9월 신학기 시작이니 만으로 18세면 2/3가 대학생입니다. 아니, 고등학교 졸업생입니다. 우리도 조만간 18세로 변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지요.

 

아무튼 윤재가 34이고 인영은 27인 나이입니다.('우리 나라 식'으로 9년이 아니라 10년이라고 하면 만으로 32에 25이고, 진짜 9년이라고 하면 만으로 31에 24이 맞아야 할 터인데, 그냥 넘어갑시다.) 제삿날 어머니를 좋아한다는 동향 어른이 찾아오기도 해서 다음날 산소에서 술을 과하게 먹고 자버린 인영입니다. 저녁 무렵 윤재가 귀국한 당일 아버지 산소에 왔다가 근처에 있는 명우 산소에 와서 발견하여 데리고 갑니다.

 

인영은 술 김에 9년간 숨겨둔 사랑고백을 해버립니다. 윤재도 얼마 전부터 인영이 여자로 보이기 시작해서 당황하던 차라 흔쾌히 여자로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동침(을 했는지 아니면 그냥 끌어 안고 자기만 했는지 했는지 불명확하지만 아무튼 같이 잤다네요.)을 하곤 결혼도 하기로 합니다.

 

그런데, 주변인들이 모두 인영의 결혼 상대가 강재인 줄 알고 있습니다. 양가 어머니들하고 인영의 동업자들 모두. 난감해지는 상황이죠. 나의 판단이 잘못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것이고. 감정이라는 게 분명하지 않아서 사랑하기에 괴롭히기도 하고 외면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는 것이니까요. 나중에 보면 그게 사랑이었고, 땅을 치는 게 보통이지만.

 

이제 꼬일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스스로를 비싼 가격에 판다면서 윤재를 떠났던 이자민이 디자인실에 해외 경력으로 입사를 합니다. 윤재는 차일피일하면서 인영에게 말을 못하고요. 그러다가 회사에서 인영과 자민이 마주치자 마지못해 이야기합니다. 뭐, 우물쭈물할 내용이긴 합니다만, 저도 살아보니까 솔직한 게 최고거든요. 솔직하게 말하면 변명이 필요없습니다. 그런데 이리저리 비틀면 변명거리가 무한정으로 생겨나죠.

 

결혼하기 전에 이미 아내에게 결혼하면 이것은 이렇게 저것은 저렇게 하자 라고 말했습니다. 그 땐 서로 부담 없는 시기이니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결정할 수 있는 시기니까요. 그래서 결혼 후에도 결혼 전과 다를 게 별로 없었죠. 둘이 같이 살고 한 이불 속에서 잔다는 것을 빼면.

 

저 위에서 말한 것 같은 상황(나의 의도는 남의 이해와 별개다)이 자민에게서도 반복됩니다. 어쩌면 작가가 이렇게 의도했던 것 같기도 하네요.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까 나의 의도와 달리 그 행동이 남에게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급작스런 결혼은 역시 급격한 이혼으로 이어질 수 있지요. 결혼이야 오랫동안 품어왔던 것을 현실화한 것이니 급작스럽다고 말하긴 곤란하지만 이혼은 좀 급해 보이네요.

 

인물묘사가 명확하지 않아서 그냥 개개인에 대해 말할 수밖에 없는데, 인영은 분명히 윤재를 10년 가까이 남자로 인식하고 지켜봤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윤재의 성격에 대해 확신이 없네요. 보통 사람들이 남을 잘못 판단하는 것은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대했었기 때문에 상대를 정확하게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관심을 가지고 잘 보면 성격이 드러나지요. 그런데 쉽게 붕괴되거든요. 오랫동안 지켜봤던 사람이.

 

그리고 핵심적인 내용은 파국에 이를 때에는 벙긋도 못하다가 나중에서야 사실은 이랬어 하고 말하는 게 이 작가의 작품에서 자주 보이네요.

 

이지환 씨의 글은 늘려놓는 것 같지도 않으면서 상당히 늘려놓는 게 특징입니다. 이 책도 가뿐하게 위에 써놓은 페이지를 차지합니다. 후기를 보면 재편집본인 것 같습니다. 외전은 2012년 판에서 덧붙인 것 같고요. 희망이 아니라 기정사실화하는 것.

 

등장인물(가나다순)
강후성(연재의 남편), 서강재(윤재의 동생), 서연재(윤재의 막내 동생), 서윤재, 서정덕(윤재의 아버지), 이동섭(한명숙의 새로운 인연), 이자민(윤재의 대학시절 애인, 일레인 리), 장명우, 장수현(인영의 동생), 장인영(장명우의 딸), 장준현(인영의 막내 동생), 한명숙(장명우의 아내), 미설(트라이앵글 동업자), 현석(트라이앵글 동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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