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플라이즈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3
수잔 거베이 지음, 김미나 옮김 / 자음과모음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3.5

 

333페이지, 23줄, 26자.

 

캐서린은 이제 열일곱 살인 학생입니다. 세 살 때 정원에 피운 불구덩이에 빠져 얼굴에서 상반신에 이르는 화상을 입은 바 있습니다. 아버지는 첫 번째 입원 후 집을 떠나버렸기 때문에 엄마와 언니 레이첼와 함께 살아왔습니다. 엄마는 대학 때 외국인과 함께 집을 떠나는 어리석은 행동을 했었기 때문에 (자존심 때문에) 이탈리아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다행히도 일곱 살 때인가 이웃의 반강제적인 권유로 의사를 만났다가 화상흉터을 본 의사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아 굽어지던 몸이 펴지고 정상적인 성장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오랫동안 계속되는 수술의 시작일 뿐.

 

화상은 모양만 나쁘게 만드는 게 아니라 관절이 굳어지게 하므로 건강에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위험이 사라지면 그 다음엔 미용이 문제가 되지요. 혼자 살아도 거울을 보기 싫어할 수 있는데 하물며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미용상의 문제가 따라붙지요. 본인이나 그 사람을 보는 타인이나 마찬가지. 대체로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편이지만, 미용상의 문제는 재원의 한계 때문에 자기가 부담해야 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물론, 본인에게는 그게 (정신)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지만 집단으로 보면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는 각 사회가 마련한 장치에 의해 조절되는 편인데 어쨌거나 각자가 갹출한 돈이 남에게 많이 사용되는 걸 즐거워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게 보통입니다.

 

게다가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때인 청소년 시기라면 복잡다난해지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다. 남들처럼 살아가려다 보니, 남자 친구가 생겨도 고민, 안 생겨도 고민이지요. 친구가 잘해줘도 고민이요, 조금만 소흘해도 고민입니다.

 

본문의 상당한 양이 밖으로 표시하는 말과 다른 내면의 말입니다. 상대를 배려해서, 나의 자존심을 위하여, 가족이 곤란하지 않도록, 친구가 당황하지 않도록, 상황에 맞춰 자기가 (최선이라 생각한) 선택적인 말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솔직한 게 항상 최선의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람은 거짓말을 가끔은 기대하기도 하거든요. 내가 불편하지 않기 위하여.

 

그나마 캐서린은 엄마, 어쩌면 문제를 유발했었을 수 있기에 헌신적인 언니 레이첼, 그리고 상황에도 불구하고 친우관계를 지속하는 친구 제니 때문에 현실에 잘 적응하면서 살아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51225-151226/15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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