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계산하는 남자 - 소설 아리스타르코스, 신의 권위에 도전한 천재 과학자의 이야기
토마스 뷔르케 지음, 전은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3.7

 

385페이지, 23줄, 26자.

 

아리스타르코스라는 수학자, 천문학자를 중심으로 기원전에 알렉산드리아에서 벌어졌을 수 있는 지구와 태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간의 지식은 꾸준한 축적에 의해 검증되고 발전해 왔습니다. 물론, 다양한 간섭에 의해 퇴보하기도 하고, 틀린 것을 유지하기도 했으며, 옳은 것을 무시하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개개인은 그게 진실인지 깨닫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천재가 나타나 증명한다 하더라도, 그 증명을 이해할 사람이 있어야 하고, 또 그걸 증명하도록 미리 가설을 세워둬야 합니다.

 

인간 세상은 모방이 절대적으로 판을 치는데 작금에 와서는 이상하게도 모방을 하면 억압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저작권, 특허권 등은 모방을 억제하는 장치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독창성을 보장하는 장치라고 해설하는데, 그야 소수의 사람에게 해당하는 말이고, 다수에겐 아니지요.) 아, 연구윤리 등의 세계에서도 모방을 적대시합니다. 사실 누군가가 그 진리를 잘 정리해야 다른 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데 그런 건 가치를 별로 매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독창적이지 않지만 독창적인 양 발표를 해대는 것입니다. 독창성을 강조하다 보니 독창적인 걸 유도하는 모방성을 배제하고 있는 것이지요. 세상이 다 금이라면 금이 지금 같은 가치가 있겠습니까? 희소하고 또 몇 가지 특성이 있으니 금이 금으로 대접받는 것인데 말입니다. 천재에게만 천재성을 요구하고 범재들은 그냥 세상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가치를 인정한다면 세상을 사는 게 좀더 쉬워질 것 같습니다.

 

아무튼 지구가 둥글다, 천체는 움직인다, 태양은 좀 멀리 있다, 등등을 가지고 세상을 풀이하는 방법을 개선해 보려고 하는 움직임은 항상 있어 왔을 것입니다. 그 중 하나가 이 책의 소재입니다.

 

낮의 길이를 일정한 간격으로 잘라서 시간으로 삼는다면, 당일은 편하지만 실제로는 여름엔 14(현대)시간, 겨울엔 10(현대)시간인 것이므로 각각의 '시간'은 다른 시간을 의미합니다. 즉 겨울엔 한 시간이 50(현대)분이 되고, 여름엔 70분이니까요. 분야가 달라지면 도구도 달라질 필요가 있습니다. 하루를 일정하게 분할하면, 계절에 따라 하루가 시작하는 시각이 달라지기 때문에 일상생활엔 약간의 불편함이 발생합니다. 그걸 감수하고 사는 게 현대인. 그 극복법엔 전기를 대표로 하는 인공 빛이 있습니다. 자유로이 쓸 수 있는 인공 빛이 없었다면 현대식의 계산이 더 불편하죠. 적어도 일상생활에선. 8시까지 출근 내지 등교해야 한다고 합시다. 여름에야 6시에 일어나도 날이 충분히 밝았으니 불편이 없는데, 겨울이면 아직 해가 안 떠서 어둠컴컴합니다. 인공광이 있으니 이 불편을 참고 적응하여 살 수 있습니다.

 

갖고 있는 정보가 적으면 그걸 기반으로 하는 가설은 취약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걸 지지하는 다른 사람이 없다면 스스로 증명까지 해야 하니 더 취약하고요. 출발점에서의 약간의 편차는 도착점에 이르면, 어마어마하게 커질 수도 있습니다. 쉽게 보정하는 방법은 다른 연구자가 있어 비슷한 시도를 하여 비교하는 것입니다. 관측값이 다르다면, 이견을 좁히려는 노력을 통해 둘 다 개선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약 1/5의 내용은 당시의 사상을 대화나 강연 형식으로 풀어놓은 것입니다. 그래서 재미가 떨어지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독일어 원제는 <중심으로써의 태양. 사모스의 아리스타크> 정도인가요? 그런데 이렇게 번역해서 내놓으면 매출이 적을 것 같네요.

 

151210-151210/1512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