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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하는 운명 카드
윤현승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1년 9월
평점 :
3.7
318페이지, 23줄, 26자.
신종민. 주유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아버지의 빚과 그 빚 때문에 파생된 다른 빚까지 공식적으로만 5억이 넘습니다. 어머니의 빚도 있다는데, 집도 없고, 빚만 7천이 넘는다고. 여동생은 휴학하고 학자금을 버는 중이고. 어느 날 운전수라고 자칭하는 중년인이 나타나 어디론가 데려가겠다고 합니다. 자신이 아는 건 종민의 현 상태와 어디론가 데려다 주는 것뿐이라고.
연봉이 대략 3천쯤 되는 직업이라면 평생 10억 정도를 벌게 됩니다. 아, 초봉이 3천이라는 게 아니고 10년차를 기준으로 해서 말입니다. 모아놓으니 많아 보이는데, 저게 평생이라는 단어로 수식된 것이거든요. 매달 대략 250정도. 처음엔 150이거나 더 적을 것이고, 점차 늘겠지만 보통 사람이라면 결혼을 하고 애도 낳을 것이니 늘어도 는 것 같지 않을 겁니다. 애들에게 안 들어가는 시점이 되면 슬슬 여기저기가 아파올 것이고, 노후를 대비한답시고 조금 모아두어야지 하지만 갑자기 목돈 나갈 일이 생길 겁니다(보통은 큰병이나 자녀 문제). 그러니 억 단위라 해도 많은 액수가 아니죠. 다만 그게 빚으로 표현된다면, 많은 액수가 됩니다. 쉽사리 갚을 수 있는 액수가 아니니까.
아무튼 종민은 게임에 참여하게 됩니다. 게임에서 이기는 것은 자기에게 주어진 운명을 거스르는 것.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의 카드는 <남을 살해할 운명>입니다. 즉, 남을 1주일간 죽이지 않으면 승자가 됩니다. 문제는 다른 사람의 운명 카드는 알 수 없다는 것이지요. 누군가가 <남에게 시비를 걸지 않을 운명>이라는 카드를 받았다고 가정하면, 그는 끊임없이 남에게 시비를 걸 것입니다. 생이라는 게 남의 일은 밝히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지요. 그러니 게임이라고 하지만 인생과 다를 것은 거의 없습니다. 약간의 제약(규칙)이야 원래 세상에도 (내용은 다를지 몰라도) 존재하는 것이고.
탈락자가 하나씩 생깁니다. 그들의 운명 카드는, 돈을 모두 잃을 운명, 자살할 운명, 그리고 살해당할 운명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었습니다. 아니 그런 것처럼 보입니다.
입장을 바꿔놓고 봅시다. 만약 저런 자리에 끌려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신종민이는 왜 그렇게 뭔가를 알고 싶어할까요? 목숨이 둘이나 없어졌다면, 어차피 방어할 수단이 별로 없는 경우엔 납작 엎드려 있는 게 최선일 수도 있지요. 없어진 누군가를 찾아내서 뭐하려고요? 찾아낸다고 해서 뭔가가 해결되는 게 아니니 찾는 의미가 없지 않을까요? 그냥 소극적으로 있다가 당하지 않겠다는 것도 방어수단이 있는 경우에만 해당되니 허튼소리로 봐야겠지요. 그런데 작가는 그걸 한 요소로 넣어둡니다. 결과적으로는 의미가 있는 행동이 되어 버렸고요.
등장인물
에이스(40대 여자), 킹(30대 건장한 남자), 퀸(30대 가냘픈 여자), 잭(신종민), 조커(20대 날날이 남자), 집사(기획자), 회장(대역), 하녀 둘, 운전사 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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