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아이리스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3.6

 

219페이지, 20줄, 26자.

 

마리의 시점에서 진행합니다. 마리는 열일곱 된 소녀입니다. 조부모와 부모와 함께 살던 호텔 아이리스가 아직도 집입니다. 대략 백 년 전쯤에 세워진 호텔입니다. 말만 호텔이지요. 해안도 잘 안 보이는 곳이라 대체로 외면받습니다. 할머니(아마도 2-3살 때), 아버지(8), 할아버지(15)가 차례로 세상을 떠나서 이젠 엄마와 둘이서 삽니다.

 

어느 날 202호실에서 한 여자가 뛰어나옵니다. 그리고 남자가 안에 있습니다. 나중에 잡화점에서 그 남자를 보고 그냥 뒤를 따라 가니 유람선을 타고 다른 섬으로 갑니다. F섬이라고 나옵니다. 그는 번역가인데 잘 안 팔리는 러시아 번역가랍니다. 35살 때 결혼을 했었으나 아내가 3년 뒤 죽어 홀로 산다고, 그리고 섬에 산 지는 20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조카랑 근 50년 정도 차이가 난다고 하니 70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번역가와 마리는 연인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번역가가 레스토랑에 데려갔지만 예약이 되어 있지 않다고 하여 거절당합니다. 그날 섬에 간 마리는 벌거벗은 다음 묶여서 애무를 받습니다. 이른 바 변태죠. 전에 202호실에서 그 여자가 나올 때 한 말이 이해가 됩니다.

 

마리가 여전히 관계를 유지하는 걸로 볼 때 일방적인 게 아닙니다. 아빠 대신 차용한 존재일까요? 어느 날은 손이 없다고 생각하고 자신에게 양말을 신기라고 요구합니다. 양말을 찾다가 피가 묻은 스카프를 발견합니다. 번역가는 광분하여 스카프로 마리의 목을 조릅니다.

 

다시 얼마 후 조카라는 청년이 번역가의 집을 방문합니다. 그는 어릴 때 혀암으로 혀를 잘라내어 말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청년이 떠나기 전에 마리와 긴 대화(필담과 말)를 하면서 번역가의 아내가 어떻게 죽었는지를 알게 되고, 또 둘은 서로의 몸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됩니다.

 

번역가는 나중에 이를 종이를 통해 알게 되자 마리의 머리를 자르고 또 채찍질을 합니다. 배가 끊어져 실종신고가 된 마리는 돌아가다가 경찰에 의해 구출(?)됩니다. 번역가는 바다에 뛰어들었고, 사흘 뒤 시체로 발견됩니다. 그런데 남겨진 유품 중에는 평소에 말해왔던 '개인적으로 번역중'이라던 러시아 작품, 즉 거기서도 마리가 주인공인 작품에 대한 번역 원고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 작가의 다른 몇 작품에서처럼 우울한 분위기의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제일 처음 본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것이지만 실제로는 어디서나 보이는 그런 분위기이죠. 개별 작가에게서 나는 냄새는 대체로 작품들 어디서나 풍기는 것 같습니다.

 

옛날 같으면 바람직 하지 않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는데, 이젠 좀 아닙니다. 사람이란 다양하고, 각자가 만족한다면, 남이 뭐라고 할 만한 게 아니라는 생각도 들거든요. 가학변태자랑 피학변태자가 어울린다면, 남들이 보기엔 아름답지 못한 모양이 나오겠지만 당사자들은 다르게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말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강요에 의한 게 아니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제3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자유로이 내버려둬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지요.

 

생각을 해 보십시오. 우리에게 엉뚱한 것을 강요하기도 하는 정치인들도 내버려 두는 판국에 우리에게 강요하지 않는 사람까지 정죄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우리를 괴롭힐 때 처벌할 수 있는 수단만 갖춰두면 되는 것 아닐까요?

 

150727-150727/15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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