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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국지 5 - 천하, 진정한 승자를 기리다
정수인 지음 / 새움 / 2014년 6월
평점 :
3.3
454페이지, 21줄, 24자.
형식이 편년체보다는 기전체를 따르고 있기 때문에, 훌쩍훌쩍 건너 뛰어다닙니다. 신라의 대당외교(굴욕적인 것이니 외교라고 하긴 뭐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외교죠, 어쨌든.),에서 시작하여 당의 임금 교체, 기울어가는 백제, 신라의 백제 침공으로 이어지다가 후다닥 끝납니다.
4권까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행적을 낱낱이 소개하는 듯한 분위기였는데, 5권의 중반부부터는 갑자기 거두어들이면서 끝을 맺는 모양이여서 용두사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계백의 황산벌 전투도 급작스레 마감한 다음 이야기가 끝납니다.
이래서는 오국지가 될 수 없을 것도 같습니다. 재개정작이 나올까요?
망할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함께 죽을 것인가(이른바 옥쇄), 아니면 살아남아 훗날을 기약할 것인가는 정답이 없는 선택입니다. 서로가 상대편을 헐뜯는다면 각각 개죽음과 구차하게 연명한다로 쓰여지니까요.
주변과의 다툼이 없는 나라(또는 사회)가 오래 유지되는가? 하는 질문은 여러 사람이 오랫동안 던져왔는데, 대체로 힘들다이죠. 외부와 하지 않으면 내부에서 일어나는 것이고, 그래서 내부의 싸움을 멈추게 하기 위해 외부와 싸우기도 합니다. 마치 외바퀴 수레 또는 자전거와 같아서, 주변의 적을 물리치다 보면 언젠가 멈추게 되고, 그게 쇠퇴의 시작이 되는 것이고요.
로마시대를 보면 이탈리아 본토를 평안하게 하기 위해 갈리아를 평정하되 본토처럼 대우하지 않아서 완충지대로 활용할 때에는 외적의 침략이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물리칠 수 있었지만 준 내국화한 다음에는 군대를 외곽에 배치해야 하니 뚫리면 내부(이탈리아까지)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됩니다. 물론 시각을 달리하여 보면 완충지대의 사람들에겐 잔인한 정책이 되겠습니다.
원래 <고구려>라는 이름으로 나온 책을 개작했다고 작가가 써 놓았는데, 백제나 신라, 수, 당의 이야기가 개정판에서 대폭 추가된 게 아니라면 원제가 민망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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