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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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480페이지, 23줄, 27자.

 

절반쯤 읽을 때까지 든 생각은 왜 화자가 이렇게 자주 바뀔까, 였습니다. 그리고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하여. 문자적인 의미 그대로입니다. 즉, 독자에게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해 이 사람 저 사람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처럼 보입니다.

 

수상한 오퍼상을 하는 아버지, 새엄마, 따로 사는 누나, 정물처럼 존재하는 아들, 역시 조용한 막내딸.

 

오후 두시의 바이올린 레슨을 기점으로 가족들은 흩어져 있습니다. 아버지는 골프를 핑계로 외출했으나 수상한 거래를 위해 간 것이고, 엄마는 친정 어머니의 병 때문이라고 했으나 사실은 같은 화교인 왕명을 만나기 위하여 타이페이으로 갔었고, 언니야 원래 따로 살았지만 그날 남자 친구에게 결별을 통보 받고 강하게 행동한 대가로 응급치료를 받았고, 그 전화 때문에 오빠는 외출했다가 오지 않은 상태. 아니, 그 외출 후 여자 친구를 만났고, 첫 섹스를 요구받았으나 심인성 발기불능으로 난폭한 오후를 보낸 때입니다.

 

아버지는 경찰에 신고할 수 없어 탐정을 고용합니다.

 

여기까지의 정황상 딸(유지)은 가출(내지 외출)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유는 불명. 그리고 친부가 왕명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스물스물 올라옵니다. 뒤를 더 읽으면 해결이 되겠지만 이런 상상을 하면 가설이 여럿 생기지요.

 

혜성을 타인의 시점에서 기술할 때 자주 등장하는 대명사가 '소년'입니다. 20살인데, 소년이라니. 열다섯 이후엔 소년이란 단어의 정의를 그렇게 높여 본 적이 없어서 당황스럽습니다. 키도 180이 넘는 것으로 묘사했었죠. 이러면 25 먹은 여자도 소녀겠습니다. 17 먹은 여자에게 여인이라고 부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법적으로야 '소년'이 맞겠습니다만, 사회적으로 보면 거슬리는 단어입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가 서로에게 타인입니다. 실생활에서도 비슷하지요. 가족이라 할지라도 그냥 작가가 쓴 것처럼 '화장실의 변기의 온기가 불쾌하지 않은 관계' 정도겠죠. 부모도 자식에 대해 잘 모르고, 자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친척이나 친구도 마찬가지. 사실 인간은 타인에겐 언제나 타인이지요. 심지어는 자신도 타인처럼 느껴질 때가 있으니. 그러므로 어떤 계기(보통은 안 좋은 일을 당했을 때)가 되어 들추어보면 온갖 냄새가 나게 됩니다. 일부러 뭉그적거린 것도 있겠지만, 더러는 본인에겐 냄새로 치부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아, 이런. 작가가 말하고자 한 건 실종일지도 모르겠는데.

 

등장인물
김상호(아버지, 장기이식 브로커), 진옥영(새엄마, 화교), 김혜성(아들, 대외적으론 의대예과생), 김은성(딸), 김유지(둘째 딸), 강미숙(전처), 문영광(탐정), 다희(혜성의 여자 친구), 왕명(한국 출신 화교, 타이페이 거주), 강(김상호의 중국측 파트너), 박 사장(김상호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 한 선생(국내 모집책?), 강재우(은성의 불량한 전 남자 친구), 하울카(이영선, 유지가 블로그에서 만난 아이슬란드 미래 여행예정자, 돈을 찾으러 갔다가 헤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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