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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잊지 말아요 - 아들이 써내려간 1800일의 이별 노트
다비트 지베킹 지음, 이현경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2월
평점 :
Vergiss mein Nicht: Wie meine Mutter ihr Gedachtnis verlorund ich meine Eltern neu entdeckte (2013)
3.3
320페이지, 21줄, 28자.
글은 정해진 순서 없이 그냥 나열됩니다. 저자는 영화감독이랍니다. 본인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치매에 걸리지 않은 사람도 이해하기 어려운 줄거리'라고 하는 대목이 앞에 나오는데 글도 비슷합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어머니의 치매 진행을 알지 못한 것처럼 기술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꾸준히 살펴본 것처럼 되어 있고요.
아무튼, 우리는 잘 아는 사람에겐 색안경을 쓰고 보기에 올바로 판단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변했을 경우에요.
당사자는 변했는데 우리의 마음에(또는 머리에) 있는 그 사람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같은 사람으로 보고, 또 (행동을, 생각을, 이야기를) 기대합니다. 맞지 않는 부분은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 또는 오늘따라 좀 이상하네, 등으로 해결하고요.
자연히 모르는 사람이라면, '당신 어머니가, 아버지가, 남편이, 아내가 이상해요' 라고 할 수 있는 것을 '아닐 거야'로 넘기기도 합니다.
더 큰 비극은 본인이 변하고 있다는 걸 본인이 부분적으로는 알고 부분적으로는 모른다는 것입니다. 상대는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모르니 자주 충돌이 일어나게 됩니다. 스스로, 그리고 주변인의 외면으로 고립화되는 것이죠. 물론, 비극은 주변인이 느끼는 것입니다. 당사자가 어떤 심정인지 누가 알겠습니까? 당사자를 제외한다면. 대체로 밖으로 드러난 것은 주변인이 '네가 변했어'를 주입한 결과일지도 모르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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