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와 로테
테사 데 루 지음, 윤미연 옮김 / 푸른숲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3.8

 

566페이지, 24줄, 30자.

 

로테와 안나는 이란성 쌍둥이입니다. 엄마는 대략 세 살쯤에 유방암으로 돌아가셨고, 아빠는 여섯 살 때 폐결핵으로 돌아가셨습니다. 할아버지는 튼튼한 안나를 데리고 가시고, 아빠를 알던 엘리자베스 할머니가 로테를 데리고 가서 누군가에게 맡겼습니다. 알고 보니 아빠의 사촌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는 독일에서 하나는 네덜란드에서 살게 됩니다. 대략 1차 세계 대전 직후쯤에 태어난 이들이므로 2차 세계 대전은 성인이 되어서 맞게 됩니다.

 

안나는 하인리히 삼촌이랑 같이 살았는데, 삼촌은 부자집 딸과 실연한 다음에 마르타란 정반대의 여성과 결혼하였고, 아이들을 줄줄이 낳았답니다. 그리고 다큰 조카딸은 일꾼으로 제격이었습니다. 하인리히는 부지런히 안나를 장애아로 묘사하여 보고하였기에 보조금을 받았고, 나중에 성인이 되고 나치가 정권을 잡자 우생학적 관점에서 불임 시술을 하기 위해 찾아온 공무원에 의해 안나도 그 사실을 알게 됩니다. 당시 안나는 가정부로 일하던 중입니다.

 

한편 로테는 보살핌을 받아 건강을 회복하였고, 전쟁 직전엔 유대인 남자와 약혼까지 합니다.

 

전쟁은 모두를 흔들었고, 다양한 전쟁중의 삶을 거쳐 이제 70대 노인으로서 어느 휴양소에서 만나게 됩니다.

 

한 핏줄이지만 오랜 기간 서로 떨어져 살았기에 남이나 마찬가지죠. 하지만 원래 진취적이었던 안나의 적극적인 손내밈으로 둘은 남들이 보기에 친구 정도로 보일 만큼 붙어 다니며 둘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소설이니, 있을 수 있는 일이면 됩니다. 따라서 아마도 전쟁을 겪었던 수천의 사람들 이야기를 차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뭐 특이한 삶이라는 느낌이 안 나는 건 워낙 많이 접해보았기 때문이겠지요.

 

안나든 로테든 그냥 사람으로 살았을 뿐입니다. 로테네가 숨겨준 유태인 내지 숨어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나중에 보은을 하든 배은망덕한 일을 하든 다 인간이니까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독일에서 살았기에 오스트리아 남자와 결혼하고 그 남자가 친위대에 들어가는 것도 인생에서는 있을 수 있는 일이지요.

 

전쟁에 휘말렸던 사람들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비판하는 건 자격 미달입니다. 당사자들은 어쨌든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거든요. 만약 비판을 한다면, 살아남은 모두를 비판해야 할 것입니다.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몇 년이나 살아남았다면, 역시 비정상적인 방법이 조금이라도 개입했을 테니까요. 순수한 0의 오류를 가진 사람부터 순수한 악의 동맹자 100까지로 나눈다면 모든 사람이 다 0이 아닌 그 이상의 수치를 보일 테니까요. 얼마까지 처벌해야 할까요? 95는 처벌해야겠지요. 39는 어떻습니까? 50은요?

 

우리도 35년간 일제 치하에서 살았습니다. 그러니 친일이 어느 정도는 있었을 것입니다. 그 사람은 친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도 말이지요. 사실 그 사람은 그냥 살았을 뿐인데 말입니다. 그러니 뚜렷하게 잘못이 있고, 그 잘못이 평범한 다수가 보기에 처벌할 만한 수준이면 처벌을 하고, 아니면 적당히 주의를 주고 묻어둬야 합니다. 모든 이를 만족시킬 만한 기준이란 인간 세상에선 전혀 없는 법입니다.

 

150501-150502/15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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