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D현경 시리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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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683페이지, 26줄, 27자.

 

D현 경찰본부 경무부 비서과 조사관 홍보담당관 총경 미카미 요시노부는 복잡한 심경입니다. 고1인 딸 아유미는 가출하여 생사를 알 수 없고, 수사1,2과를 모두 거친 형사통인데 난데없이 경무부 산하의 홍보관으로 보직변경되어 낙심천만입니다. 아내 미나코는 대단한 미인으로 '미스 현경'이라고 불렸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그 미모는 여전합니다. 하지만 딸 아유미는 자기를 닮아 상당히 험악합니다. 그래서 비뚤어졌습니다. 형사부로 돌아가려는 열망이 있기에 기자들과의 접촉이 껄끄럽기만 합니다.

 

어디서나 중간에 있는 사람은 절대자가 아니라면, 아니 절대자라고 해도, 양측의 견제와 압력을 받기 마련입니다. 홍보실은 경찰의 대외창구인 셈이고, 따라서 경찰의 압력과 기자들의 압력이 동시에 몰아치는 곳입니다. 대리인에게는 누구라도 큰소리를 칠 수 있죠. 전권이 없는 꼭두각시는 맞받아칠 권한도 없으니까요. 계장 스와, 주임 구라마에, 순경 미쿠모가 부하의 전부인데, 미쿠모는 '청순하고 아리따우며 때 묻지 않았'기에 대외접대용으로 사용하길 꺼려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닳고 닳은 스와는 미쿠모를 데리고 나가 기자들을 구워삶았으면 하고요.

 

피해자 내지 가해자를 익명으로 처리하는 문제로 인하여 기자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판국에 갑자기 경찰청장이 순시를 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14년 전에 일어났던 미제사건 '64'의 피해자 가족을 방문하고 기자회견도 한다고. 꼭두각시에서 제 발로 서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발버둥치다 보니 청장의 방문은 형사부장 보직을 캐리어로 바꾸려는 의도임을 알게 됩니다.

 

자기정체성을 깨닫는다-다른 말로는 자기합리화를 한다-는 과정을 거치고 난 미카미는 달라집니다.

 

작가가 기자 출신입니다. 그래서인지 경찰관련물이지만 경찰이라기보다는 기자의 측면이 더 강하네요. 미카미도 형사 출신이라고 하지만 하는 일은 대외홍보 정도. 칼을 쥐고 있는 형사부나 경무부의 고위직에게는 그냥 장기판 위의 졸 정도. 주요 관객인 기자들에겐 바람잡이/바람막이에 불과하고.

 

잠깐 들은 목소리를 14년이나 기억하여 끈질긴 통화로 추적한다는 설정은 놀랍습니다. 인구가 180만이면 최대 60만 통은 해야 성과가 생기는 일인데 말이지요. 14년이라면 5000일 정도 되니 매일 120명을 제외해야 하는 분량입니다.

 

자녀는 가슴에 묻는다고 하니 그 집념은 현실이 될 수도 있겠지요.

 

141003-141003/14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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