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육체
루스 렌들 지음, 홍성영 옮김 / 봄아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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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93페이지, 23줄, 24자.

 

총 19장 중에서 1과 19장은 데이비드 플리트우드의 시점에서, 2-18장은 빅터 제너의 시점에서 진행합니다.

 

플리트우드는 경사로 인질사건 현장에 출동하였다가 가짜 총이라고 주장하는 상관 스펜서 경감의 말을 의심하면서도 들어가서 인질을 빼내는 데 성공합니다만, 빅터의 총격으로 척추손상을 입어 영구적인 하반신 마비에 이릅니다. 빅터는 강간을 시도하다 실패한 다음 도피하는 과정에서 로즈마리 스탠리의 집에 들어간 것인데, (강간 및 강간미수가 아니라) 살인미수로 14년 형을 선고 받고 10년의 복역 후 모범수로 가석방됩니다.

 

빅터는, 아름다운 용모로 남편에게는 사랑받는 아내이지만 다른 생활은 잘 하지 못하는 엄마처럼, 사회부적응자입니다. 수감생활 내내 그리고 출옥한 다음에도 계속 피해자(로즈마리와 플리트우드)가 자신을 자극하지만 않았어도 총격 사건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었는데, 플리트우드를 만난 다음 공판 기록을 보고 자신이 틀렸음을 알게 됩니다. 플리트우드는 가짜 총이라고 말한 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지요. 이제는 다른 것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빅터입니다.

 

한편 플리트우드는 클레어 콘웨이라는 방사선사와 동거를 하고 있는데, 플리트우드가 입원한 어느 날 그새 자주 집을 방문하던 빅터와 클레어는 하룻밤의 정사를 하기에 이릅니다. 이제 빅터는 클레어가 자신과 결혼하리라는 망상에 빠지지만 오히려 클레어가 그 동안의 미적거렸던 관계를 청산하고 데이비드와 결혼하겠다고 하자 분격하여 나간 다음 공원에서 어떤 여인을 습격합니다. 하지만 여인의 반격으로 가슴에 상처를 입고 집에 갔다가 이모 뮤리엘에게 갑니다. 그 동안 뮤리엘의 돈을 여러 차례 몰래 빼돌렸던 터인데 그 돈으로 새로운 하숙집을 구했다가 취소한 수표를 현금화 하려면 이모(계약 과정에서 이모의 성을 사용하였음)의 이서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이모를 죽인 다음 총을 사서 데이비드를 죽이고 클레어를 탈취하려고 하지만 며칠 전의 상처에 파상풍균이 감염된 탓에 죽고 맙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은 이게 일정한 범주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또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이 본능이기도 합니다만 마찬가지로 한도가 있지요.

 

이 소설은 철저하게 빅터의 시점에서 진행하기에 발췌해서 읽는 분들에게는 당혹스러울 수가 있겠습니다. 사실 클레어의 일탈은 이해가 가는 게 데이비드가 성불능인 관계로 성기 대신 손이나 입으로 만족시켜 줘야 하는 실정입니다. 그러니 외관상 호감이 가며, 또 일련의 호의적 공세 때문에, 그리고 최초의 지나친 (자신의) 반응에 대한 그 반작용으로 일시적인 성적호감도가 증가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시종일관 지은이가 슬쩍 내비친 것은 각자의 진심이 상대방에게는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본인이 숨기기도 하고, 덜 말하기도 하고,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넘어가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상대는 또 다른 내가 아니라 남이니 여기서 괴리가 발생합니다.

 

작가가 'live' 'flesh'라는 단어를 사용한 의도는 정확하게 모르겠습니다. 누굴 겨냥한 것인지조차도. 대략 짐작도 되고 설명도 가능한데, 그게 맞는지 확신이 없으니까요.

 

140913-140915/14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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