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아 54
에프라임 키숀 지음, 이용숙 옮김 / 마음산책 / 2008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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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285페이지, 21줄, 29자.

 

칼 뮐러는 55살 먹은 평범한 삼류배우입니다. 22년 전에 고교 교사인 힐데와 결혼을 했고, 딸 베네딕티나는 23살입니다. 매니저 사샤는 일거리가 없다고 말합니다. 4층의 레너드 뵘은 심리상담가입니다. 성인방송을 본 다음날 계단에서 만나 여배우 아만다의 멋진 허벅지에 대한 이야기를 교환한 다음 친해졌습니다. 뵘이 준 스포크 박사의 책 [남편과 남성들의 상식]을 탐독하게 됩니다. 하필이면 한 챕터가 54세를 맞이한 남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마 그래서 한글 제목에 54가 붙은 듯합니다. 독일어 원제는 그냥 '행운아'입니다.)

 

유명한 영화제작자 마틴 줄츠는 수중발레 출신의 '꿈만 같은 몸매'의 카를라 바인슈툭과 잠을 자려고 영화 또는 드라마 출연을 제의합니다. 카를라는 출연이 3회 이상 확정된 다음에나 섹스를 고려해 보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급조된 드라마가 하나 생깁니다. 제목은 [열정의 회오리]. 간호사로 카를라가 나오고 칼은 간호사에게 들이대는 외과의사로 나오게 된답니다. 간호사의 남편은 잘 나가는 조르조 라마주리가 할 것이라고. 라마주리는 회당 650달러를 받고, 칼은 15달러입니다. 파일럿 방송을 위한 촬영 직전 라마주리는 자기가 외과의사를 하겠다고 우겨 배역이 바뀝니다. 이제 칼이 남편입니다. 대사를 제대로 못 외우자 줄츠는 그냥 마음대로 떠들라고 합니다. 나중에 더빙 처리하겠다고.

 

그런데 편집책임자 마르가레테가 찍은 원장면에 감동을 받아 그대로 나갑니다. 즉 각본하고 다른 내용이 시험방송으로 나갔는데 63%라는 엄청난 시청율을 올리게 됩니다. 그래서 칼(이제는 예명 카밀로 로이드 로마노프)은 그냥  페데리코 필리니가 연출했던 것처럼 제약없는 연기를 하는 것으로 합니다. 비평가 게르숀 글라스코프가 파격적인 호평을 한 덕분입니다. 그러자 자신에게 손도 못 대게 했던 카를라는 베드신을 미리 연습하자고 제안하고(즉, 섹스하자는 뜻), 전에 출연진들의 사진을 찍으러 왔었던 '사슴 같은 눈매'를 가진 베티도 섹스를 원합니다. 여기저기서 광고도 하자 하고, 때가 선거철이여서 진보정당에서도 제의가 들어옵니다. 꿈 같았던 상승은 역시 같은 방법(본인의 노력보다는 매스컴에 의한 인기 상승/하락)으로 추락하게 됩니다. 특히 [포퓰러]지는 조작된 기사들을 내보냅니다.

 

뭐, 대부분이 과장된 것들이라서 굳이 뭐라 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시종일관 스포크 박사의 책을 가지고 머리를 싸매는 것은 좀 지나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비록 칼이 머저리라고 해도 말이지요. 그러고 보면 그런 칼을 22년이나 데리고 살은 힐데도 참으로 용합니다. 뭐랄까요, 작가가 2005년에 죽은 다음 발견된 유작이라고 하니 아직 다듬지 않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부제들은 내용과 조금 괴리가 있으므로 무시하고 읽는 게 좋을 것입니다.

 

140810-140810/14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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