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달러
안드레아스 에쉬바흐 지음, 노선정 옮김 / 페이퍼하우스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3.4

 

762페이지, 27줄, 31자.

 

꽤 흥미로운 소재입니다. 복리로 500년간 불린 원금 1만 달러의 현재 가치를 한꺼번에 상속받는다면 말입니다. 소설에서는 연평균 4%의 증식이 있었다고 가정하여(500년간 매년 이율이 균등했을 리가 없습니다. 그러니 잘못된 가정이지만 조금은 봐줍시다. 이 작가의 다른 소설도 좀 억지스러운 가정을 전제로 했으니까요.) 1만 달러가 1조 달러로 1억배 증가했습니다. 사실 15세기쯤에는 연평균 이자율이 20에서 30%쯤 되었을 겁니다. 한 자리, 게다가 4%라는 아주 낮은(!) 이율이 인류에 정착한 지는 불과 몇 십 년밖에 안되었을 것입니다. 20%라면 두 배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소설상 설정인 18년이 아니라 4년이면 됩니다. 하지만 아주 보수적인 운영을 했다면 10% 정도까지는 낮아지겠지요. 아무튼 작가의 설정을 받아들입시다. 그리고 그 동안 유럽에서 여러 전쟁이 있었으니 몇 군데 맡겼던 돈은 증발했겠지요. 아무튼 어찌어찌 해서 1조 달러가 만들어졌답니다.

 

존 살바토레 폰타넬리는 500년 전 선조인 지아코모 폰타넬리가 미켈란젤로 바치에게 500년 간 운용을 맡긴 300플로린 금화(현 가치로 1만 달러쯤 된다고 하네요, 책의 설명에 의하면)를 1995년 4월 23일 현재 그의 후손 중 최연소 남자에게 물려주라는 유언에 당첨(!)되었기에 바치 가의 변호사들에게 호출됩니다. 사실은 로렌조라는 소년이 16살로 존재했었기에 물려받을 예정이었지만 2주 전에 벌에 쏘여 알레르기로 사망했습니다. 존은 구두가게 수선공의 아들이고, 28살인 현재 피자 배달부로 일하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로렌조는 매우 영특해서 수학경시대회에서 상을 받은 적도 있다네요. 그러니 조상이 500년 뒤의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불린 재산을 넘겨받기에는 적격으로 보였던 인물이 탈락하고, 보잘것없는 인물이 행운을 거머쥐게 되었습니다.

 

전세계 부의 전부는 아니지만 좌지우지할 만한 액수를 한 개인이 쥐고 있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가지고 작가는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결국 요체는 인간이라는 것입니다. 그것도 한 인간. 인류가 번성한 것은 수많은 개인이나 집단이 경쟁했기 때문입니다. 제아무리 뛰어난 개인이라도 인간은 인간. 따라서 문제가 반드시 따라붙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인간은 뛰어나지 못하니 더욱 문제죠.

 

번역자 또는 편집자가 둘 이상인 것 같습니다. 앞의 백여 페이지는 비교적 잘 되어 있는데 그 다음부터는 문체가 달라졌습니다. 수없이 지적했던 '언제나처럼'이나 '-마냥' 그리고 '-구-'이 많이 나옵니다. 다른 맞춤법 오류도 많습니다. 한 사람이 서로 다른 형식으로 글을 작성하는 건 드뭅니다. 그러므로 서로 다른 사람들이 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상식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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