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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 ㅣ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이든 필포츠 지음, 이경아 옮김 / 엘릭시르 / 2012년 11월
평점 :
4.0
473페이지, 21줄, 27자.
몇 페이지를 읽다가 '이 책 참 고풍스럽게 썼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더 읽다가 어딜 갔다 오느라 접었다가 다시 펴는데 안 표지에 있는 작가의 프로필이 눈에 들어오네요. 1862년 출생. 헛, 고풍스러운 게 아니라 그 시대의 글이군요.
1922년 출간물인데 대략 시대 배경은 1차세계대전 직후니 다르지 않습니다. 마크 브랜던은 휴가차 다트무어에서 쉬다가 근처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추정되는 사건)의 수사에 합류하게 됩니다. 겉보기에는 단순해서 제니 펜든이라는 엄청난 미녀(글에는 마크가 일찌기 보지 못한 미모 라는 식의 기술이 있습니다)의 남편 마이클을 삼촌 로버트가 무참하게 살해하고 시체를 어디론가 유기한 것처럼 보입니다. 로버트가 오토바이를 타고 어떤 큰 자루를 싣고 해안가 어디론가 갔다가 자루 없이 돌아왔다는 검문소의 보고가 있습니다. 로버트는 어디론가 사라졌고, 시체도 찾을 수 없기에 미제사건이 됩니다. 몇 달 뒤 제니의 다른 삼촌 벤디고를 만나게 되는데 사실은 마크가 제니의 미모에 반하여 마음이 흐트러졌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25살이라는데 18 정도로밖에 안 보입니다. 제니와 도리아(라는 이탈리아인)의 목격에 의하면 로버트가 나타나 벤디고와의 독대를 요청합니다. 이상해서 추적하니 역시 흥건한 피바다만 남고 둘은 사라졌습니다. 마지막 삼촌 앨버트가 이탈리아에서 옵니다. 앨버트는 미국의 친구이지 형사였던 피터 건스를 매우 신뢰하는데, 그는 내년에나 유럽에 올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 시대의 글답게 뒷부분에 가면 수기가 등장하여 사건의 전모를 자세히 알려줍니다. 사실 1/4쯤 지나면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얼핏 보기에 주인공처럼 보이는 브랜던의 시각을 벗어나기만 하면 추리가 가능해지니까요. 한글제목은 내용을 암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나저나 이 작가는 쉰아홉에 추리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네요. 물론 전업작가가 된 것은 30대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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