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몰자의 날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7-6 미치 랩 시리즈 5
빈스 플린 지음, 이영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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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503페이지, 29줄, 29자.

 

몇 장을 읽으니 번역문이 마음에 안 들더군요. 요즘 어디서나 눈에 자주 보이는 잘못된 표현이 '-구-'입니다. '-고-'의 잘못이지요. 앞의 몇 페이지에 몇십 번이 나올 정도라서 아주 질려버렸습니다. 다음에 나온 이상한 표현은 '유격수'였습니다. 내용상 '레인저'가 아닐까 싶었는데 우리말로 고친다면 '유격대'나 '수색대' 정도겠지요. 보통은 그냥 '레인저'를 사용하더군요. 그래서 읽다 말고 번역자에 대한 안내문을 보았습니다. 뭐, 그럴 만도 하다는 평을 내리고 마음의 준비를 한 다음 죽 읽어내려갔습니다.

 

이 시리즈는 비정상적인 테러리스트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상식적인 대응으로는 안된다는 게 기조에 깔린 작품입니다. 미치 랩은 그런 생각으로 똘똘 뭉친 개념 그 자체죠. 이런 유의 소설을 좋아하는 분에게는 전형적인 주인공으로 제격입니다. 순전히 독자의 관점에서, 책이 술술 읽히는 것도 당연하고요.

 

CIA가 국제금융거래에서 이상한 조짐을 발견한 시점에서 랩도 파키스탄의 정보기관 ISI의 대령 하나를 납치해 협박 끝에 중요한 단서를 하나 발견합니다. 그래서 파키스탄에 부대를 이끌고 침입하여 알 카에다의 요인 몇을 납치합니다. 포로 다섯 중 둘을 죽이자 둘이 자백을 하기 시작합니다. 하나는 단순 경비로서 별다른 것을 모르고. 둘의 의견이 조금 다른데 일치하는 것은 미국에 대한 테러로, 핵폭탄이라는 것입니다. 설정상 납치한 요인의 지하방에서 컴퓨터 시스템이 발견되었고, 주요 자료가 있어 분석에 들어갑니다. 찰스턴에 도착한 핵물질은 항구에서 적발하고 수송을 맡은 미국시민(불행히도 외국인 출신)들을 구금합니다. 랩은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일단 해결된 것처럼 보이자 이젠 다시 법체계가 우선시되므로 더이상의 진전이 없습니다.

 

랩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스킵 맥마흔 FBI 부국장(지위가 맞는지는 차치하기로 합시다)의 호출로 휴가를 떠난 아내에게 가려던 랩은 발길을 돌립니다. 두 번째 핵물질이 현실로 드러나는 것이지요. 나머진 읽어서 즐기시길.

 

읽을 땐 즐겁지만 현실이란 면에서 보면 랩의 생각은 문제가 많습니다. 현실에선 대부분의 시민(외국인 포함)은 선량하다는 전제가 있거든요. 그래서 열 명의 도둑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피고인을 만들어선 안되는 게 현실의 법입니다. 그게 도둑이 아니라 살인자라고 할지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쯤 되면 모든 걸 대충이라도 아는 사람의 입장에선 법(또는 제도)이라는 게 방해물입니다. 그런데 실제상황에선 대부분이 대부분의 정보에 무지한 상태입니다. 그러니 법이란 장치가 없으면 무고한 희생자가 무수히 생길 수도 있지요. 이 소설에서 언급되는 봉쇄령 또는 소개령과 같은 효과가 바로 나에게 닥치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런 생각은 소설에서만 가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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