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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초난난 - 남녀가 정겹게 속삭이는 모습
오가와 이토 지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4.9
423페이지, 20줄, 25자.
요코야마 시오리는 대략 서른쯤 된 여인으로 오래된 기모노를 수리/재생후 재판매하는 일을 합니다. 어느 날 기노시타 하루이치로라는 중늙은이가 찾아와 다도회에 맞는 옷을 찾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실제로의 시작은 다른 이야기지만 이 책은 일종의 불륜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이 부분이 본질적인 시작이라고 이해합니다. 시오리는 하나코와 라쿠코라는 동생이 있는데 대략 하나코는 20대 초중반 정도이고 라쿠코는 열 살입니다. 라쿠코는 어머니가 동네 미장원의 남자와 불륜을 저질러 낳은 아이이고 이 때문에 이혼을 당했습니다. 그래서 한 가족이 셋으로 나눠진 것이지요. 아버지는 혼자 살다가 이제는 시즈노라는 사람과 함께 삽니다. 시오리만 따로 사는데 어렸을 때부터의 단짝이던 유키미치와 하나코가 잠시 사귄 것 같습니다. 그 때문에 용서를 비는 것을 뿌리치고 결국 홀로 살게 된 듯하네요. 유키미치는 사토미란 여인과 결혼을 하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안부편지를 보내옵니다. 답장을 할 수는 없는 처지. 아 참, 동네엔 잇세이라는 노인이 살고 있습니다. 대략 80대 중반 정도. 동네 주지 부인은 시오리와 잇세이가 정인이라고 오해할 정도인데 사실은 아닙니다.
이러한 배경하에 이야기를 이해하면 됩니다.
이삼십 페이지를 읽으니 여성 작가로 생각되었는데 이름이 '이토'여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겠더군요. 설명을 보면 여자가 맞습니다. 아무튼 섬세하다고 해야 하나요? 글을 잘 써내려갔습니다. 줄거리와 상관없이 점수를 준다면 5/5가 되겠지요. 줄거리도 위에 나열한 배경으로 보자면 잘 짜여진 상태입니다. 꽤 신경을 써서 쓴 듯합니다. 물론 어느 작가가 작품을 쓸 때 신경을 안 쓰겠습니까만은, 이러한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 작품도 가끔은 따로 있는 법이지요.
내용상 기노시타가 유부남이기 때문에 불륜이 되는데, 그렇다고 해서 기노시타와 요코야마가 서로 몸을 섞는 부류의 정인은 아닙니다. 대체로 이렇게 되면 뭐 플라토닉한 사랑이니 뭐니 하는데, 사람이 사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재미있게 사는 것이지요. 책의 절반 정도가 먹는 것에 대한 기술로 덮혀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 그것도 생의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니겠습니까?
아 참, 시오리라는 인물, 대단하지 않습니까? 등장인물들 거의 대부분과 원만한 관계를 갖고 있잖아요. 불륜으로 인해 임신하여 막내 라쿠코를 낳은 엄마하고도 잘 지내는 편이고, 엄마와 함께 사는 하나코와도, 새어머니 스즈노와 함께 사는 아버지와도 괜찮은 편이고, 심지어는 시즈노와도 서먹한 관계가 아닙니다. 동네의 노신사 잇세이와도 부담없이 말을 나눌 정도이고, 예순이 넘은 동네 할머니 마도카인가요, 그 양반도 자주 들러서 과자를 나눠먹을 정도입니다. 이런 사람이 주변에 흔합니까?
절판인 점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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