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의 시간들
델핀 드 비강 지음, 권지현 옮김 / 문예중앙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3.3

 

261페이지, 22줄, 22자.

 

두 사람(마틸드 드보르와 티보)의 시점에서 글이 병행 처리됩니다. 앞부분에 마틸드가 점을 치러 가서 5월 20일에 운명의 남자를 만난다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독자들은 이에 대한 기대를 하면서 읽게 될 겁니다. 그리고 이 책의 대부분은 그 5월 20일의 하루에 벌어지는 두 사람의 일상생활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에 가면 둘이 한 공간에서 만나지요. 기대가 잔뜩 부풀어오르게 됩니다.

 

그런데 마틸드는 상사 자크에게 내몰리는 신세입니다. 따돌림을 당해서 업무에서도 조직 내에서도 투명인간이 되어버렸습니다. 시점을 변환시켜서 읽어보았습니다. 마틸드에게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시점. 공교롭게도 모든 내용이 완벽하게 맞아들어갑니다. 즉 글은 마틸드가 억울한 피해자여도 맞고, 무능력자여도 맞습니다.

 

티보의 경우엔 학교에서 사고로 손가락을 잃는 바람에 외과계열로 진출하지 못하게 된 사연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역의 주치의로 지내다가 파리로 와서 뜨네기처럼 호출을 받아 (실제로는 중개소에서 지명해 주는 장소로) 현장의 환자를 만나 진료하는 의사입니다. 일부러 안정된 환경을 벗어난 인간이지요. 그러므로 글 중에서 마틸드에게 안정을 찾아주지는 않을 것으로 짐작하는 게 정상입니다.

 

감상이라는 건 감정이여서 시간에 따라 달라집니다. 어제 밤에 읽은 다음에 느꼈던 것을 쓸까 하다가 자제하고 아침에 일어나 작성했더니 그것들이 확 빠져나가 버렸네요. 남은 건 위의 부스러기들뿐. 일전에 읽은 [길 위의 소녀]랑 분위기가 비슷하네요. 역시 같은 작가라는 냄새를 풍기는 것이겠죠?

 

130415-130415/13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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