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 동안에 1 - 개정판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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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410페이지, 22줄, 26자.

 

참으로 독특한 책입니다.

 

일단 설정상 '싸움나무'라고 자칭하는 어떤 나무가 화자입니다. 대략 천 년 정도 서 있었던 것 같은데, 수백 년이 지난 다음에야 싸움나무라는 명칭을 얻은 것 같기도 합니다. 1권에서는 왜 싸움나무로 불리우는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그 나무가 20세기쯤으로 추정되는 어느 날 어떤 임신부가 자살을 하기 위해 줄을 가지고 와서 헤매는 것을 봅니다. 자신이 그 목을 매달 나무로 선택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동시에 쳐다 보지 않는 것을 아쉬워 하기도 하지요. 여자가 어떤 나무에 목을 매단 직후 출산을 하여 아기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움직일 수 없는) 나무는 아기를 쳐다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물론, 혼자서 속으로 지껄이는 것입니다. 인간의 생사에 구애받지 않으니 자기의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만 살아있기를 바랍니다.

 

그 다음은 나무의 상상입니다. 아니 적극적인 상상이 아니라 갑자기 제시된 상상이지요. 아이는 사과나무밭으로 굴러가고 농부가 발견해서 키우다가 산사태로 마을이 초토화될 때 아이는 집을 떠나서 다중속의 고독을 향유합니다. 적당히 훔치는 것으로 연명하던 어느 날 평소처럼 창녀를 구하러 단골가게에 갔다가 어떤 동남아시아 여자를 보고 (화자는 어머니와 닮았다 라는 표현을 씁니다만) 처음으로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을 품게 됩니다. 적당한 소란을 야기하여 데려나가려다 실패하고 화상을 입은 다음 병원에 입원했다가 '원숭이 시집'을 읽게 되고 철저한 '흐르는 자', 즉 머무르지 않는 자가 되어 다시 떠돌기 시작합니다.

 

간간이 다시 현실로 돌아와 목을 매고 죽은 여자의 밑에서 울고 있는 걸 보여주고 있으니 모든 게 나무의 생각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 상상 속에서 나타나는 현실비판이 매섭습니다. 그렇다면, 독백처럼 보이는 사회소설일까요? 2권을 봐야 결정할 수 있겠지요.

 

원제는 '싸움나무 아래에서' 정도가 될 듯합니다. 그렇다면 이야기 전체가 다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을 담은) 나무의 상상으로 끝날지도 모르겠네요.

 

130211-130211/13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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