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역사 읽기
송정남 지음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1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9

 

526페이지, 31줄, 35자.

 

아, 엄청나게도 재미없게 글을 썼네요. 역사책도 재미있게 읽어내려가던 사람이 접니다. 그런데 이 책은 정말 재미가 없습니다.

 

게다가 반쪽짜리입니다. 월남(베트남)이라고 말하려면 남북을 다 언급해야죠. 그런데, 북쪽만 이야기 합니다. 기원전 7세기 경의 기록이 정설로 받아들여진다고 하니 무려 2400년을 빼먹고 나중에 남쪽을 합병한 다음에야 남쪽이 언급됩니다. 마치 고구려만 이야기 하고 마한, 진한, 변한 이야기를 빼먹는 것과 같습니다. 어느 나라든지 단일민족 국가라는 것은 허상입니다. 왜냐하면, 민족에 상관없이 사람은 섞이게 되어 있거든요. 영국의 색슨족이 원주민이었습니까? 아니죠, 켈트족이 원주민인데 색슨이 들어가서 피를 갈았죠. 그 후 그 다음 먼 사촌인 노르만족을 이민족이라고 싫어한 것도 역사이고. 마찬가지로 베트남도 땅이 움직이지 않으니 민족들을 다 언급해야 합니다. 그런데, 북쪽, 특히 중국과 접한 부분만 이야기 하고 남쪽은 아예 무인지경인 것처럼 빼놓고 있다가 나중에 가서야 점성이라는 명칭을 슬쩍 부여하면서 인도네시아만큼이나 떨어진 듯이 기술합니다. 현대의 환경을 보면 수용 가능한 인구는 남쪽이 더 많습니다. 그렇다면 고대에도 마찬가지였겠죠. 그러니 반쪽짜리 역사책이라는 것입니다.

 

역사책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지도가 필수입니다. 그런데 매우 부실합니다. 본문에 언급된 지명을 제 때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왕조를 여럿 언급하는데, 판도라든지 주변국과의 경계라든지가 거의 없습니다. 독야청청 살은 게 아닌데 말이지요. 또는 지나치게 자세합니다. 고려 시대에 망이-망소이의 난이 있었다고 배웠습니다. 그걸 차용하자면 이 책은 토벌군의 대장은 누구고 어디서 누굴 죽이고, 또 그 다음은 어떻고 최종적으로 어디에서 어떤 방법으로 이겼다고 한 페이지 가득 써놓는 격입니다. 우리 나라 역사도 대충 전해준 다음 파급효과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데 전공자도 적은 외국 역사를 너무 꼬치꼬치 밝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그렇게 자세한 것은 석사나 박사 과정에서 하면 됩니다. 다른 불만 사항으로는, 베트남 말도 시대에 따라 변했을 텐데, 다짜고짜 현대의 발음으로 고대인들을 표기한 것입니다. 어차피 당시엔 한자를 빌려서 썼는데 말이지요. 한글이 나온 다음에 고작 오백 년 동안 우리 말이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다들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베트남 말이라고 안 변했겠습니까? 그걸 무시하고 현대식 발음으로 고대인을 표기하면 그게 (한자식 독음에 비해) 원음에 가깝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틀린 것일 텐데, 왜 그렇게(어렵게) 표기했을까요? 한글로 작성한 책이니 읽는 사람은 한국 사람이거든요.

 

재미있는 점은 근세나 현대나 다 북쪽이 싫다고 하는 남쪽을 강제로 점령했네요. 20세기에는 사실상 같은 민족으로 불러도 되는 시점이지만 지향하는 바가 달랐으니 강제합병이 맞습니다. 통일의 다른 이름이지요. 17세기엔 대체로 이민족이 세웠던 나라를 무너뜨린 것이고. 그렇다면 300년 뒤의 통일이 부득이한 것은 아닐 수 있겠습니다. 뭐 사람은 자기 편할 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법이니까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130310-130316/13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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